눈이 즐거운 영화

기무라 타쿠야가 출연한다는 트란 안 홍 감독의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 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나는‘ 기무라 타쿠야가 트란 누 엔케에게 그리 목매는 이유가 뭐야? 예쁘지도 않구먼’이라고 생각했다.

기무라 타쿠야가 출연한다는 트란 안 홍 감독의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나는‘ 기무라 타쿠야가 트란 누 엔케에게 그리 목매는 이유가 뭐야? 예쁘지도 않구먼’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속에서 기무라타쿠야는 트란 누 엔케에게 첫눈에 반하는데, 그 심정을 이해할 수가 없으니 영화에 빠져들기가 힘들었다. 나 같은 관객이 많았는지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흥행에 실패했다. 연기력이 좋은 배우보다는 잘생긴 배우가흥행 보증수표로 작용하는 건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저씨>의 주인공이 원빈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성공했을까?‘원빈의 멋진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두 번 이상 볼 가치가 있다’고 말한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가끔 내러티브가 탄탄하지 않아도 매력적인 배우를 캐스팅한 영화가 성공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원맨무비 <127시간>이 2시간 동안 관객을 흡입할 수 있었던 것도 섹시가이 제임스 프랑코 덕분. 제임스 프랑코가 아니라 샤이아 라보프가 주인공이었다면, 아무리 데니 보일 감독이라도 선뜻 연출을 마음먹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이토록 주인공의 외모에 대해 길게 얘기한 이유는, 최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잘생기고섹시한 남자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가 줄줄이 개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영화는, 아니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비스틀리>의 주인공 알렉스 페티퍼. ‘제2의 브래드 피트’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섹시한 알렉스 페티퍼는 현재 할리우드가 주목하는‘잇 가이’다. 배우인 리처드 페티퍼가 아버지이고, 배우인 리 아일랜드가 어머니인 알렉스 페티퍼는 완벽한 외모를 가진 남자‘. 버버리가 사랑한 남자’로도 유명한 그는 2009년 <글래머>가 뽑은‘지구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이기도 하다. <아이엠 넘버포>의 오디션을 볼 때“ 전 도저히 못할 것 같아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오디션장을 뛰쳐나갔지만, 다음 날“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에피소드는 이미 유명하다.

<비스틀리>에서는 갭과 랄프 로렌 등 유명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탄탄하게 다진그의 명품 복근도 감상할 수 있다. 알렉스 페티퍼가 나눠 가진 자리는 원래 로버트 패틴슨이 독주하고 있었다. 4월에는 그의 새 영화 <워터 포 엘리펀트>가 개봉한다. <트와일라잇>에 함께 출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와의 열애로 전 세계 여성들을 실망시켰지만, 날이 갈수록 섹시해지는 그를 보는 재미만큼은 빼앗지 못했다. <워터 포 엘리펀트>는 두 남녀의 사랑과 화려한 서커스를 보여주는 영화로, 여기서 패틴슨은 리즈 위더스푼과 함께 연기한다. 아역 시절부터 영국의 연극 무대에서 기본기를 다진 연기파배우 로버트 패틴슨의 로맨스 연기는 얼마나 감미로울까. 그저, 이 매력적인 배우가 리즈 위더스푼과 스캔들이나 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네버 렛 미 고>에 출연하는 훈남 배우 앤드류 가필드도 주목할 만한 배우다. 2012년에 개봉할 영화 <스파이더맨4>에 피터 파커 역으로 캐스팅된 그는 할리우드 차세대 배우들 중에서 빠르게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신인이다.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그는 2008년에 영국 아카데미상인 BAFTA(British Academy of Film and Television Arts)의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연기력과 스타성을 두루 인정받은 배우.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네버 렛 미 고>는 인위적으로 생산된 복제인간의 엇갈리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물론 삼각관계의 중심에는 앤드류 가필드가 있다. ‘캐시(키이라 나이틀리)와‘루스(캐리 멀리건)’, 두 여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토미’ 역을 맡아 로맨틱한 연기를 펼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미남 배우는 카세 료로, 영화 <수영장>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카세 료는 기무라 타쿠야처럼 핫하지도, 오다기리 죠처럼 쿨하지도 않다. 굳이 예를 들자면, <사요나라 이츠카>의 남자주인공 니시지마 히데토시처럼 해맑고 순수한 이미지로 여심을 슬쩍 자극한다. 지적이면서도 연약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초식남에 가깝다. 그런데 보고, 보고, 또 보게 만드는 묘한 힘을 지녔다.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 <안경>에서도 안경을 쓰고 싱긋 웃는 그를 보면 모성애가 느껴진다. 카세 료의 매력을 일찌감치 알아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이오지마에서의 편지>에그를 캐스팅한 바 있다. 그의 새 영화 <수영장>은 치앙마이에서 6일 동안 함께 지내는 5명의 남녀를 이야기한다. 각자의 사정으로 치앙마이에 여행 온 5명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의 포스터는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처럼 밋밋하지만 중독성이 강한 냄새가 난다. 그는 <수영장>에서 수수한 셔츠와 면바지 차림으로 해맑게 웃는다. 손가락이 길고 예쁜 남자 카세 료가 웃는 모습을 보면, 어쩐지 눈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즐거워진다.

    에디터
    박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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