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한 영화들
오싹한 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번 여름, 가장 무서운 영화의 자리를 차지할 영화는 무엇일까?
오싹한 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번 여름, 가장 무서운 영화의 자리를 차지할 영화는 무엇일까?
베스트셀러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모든 비밀스러운 것들(Every Secret Thing)>은 언뜻 섬세한 청춘 영화 같다. 하지만 곧 영화는 기대를 배신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아 납치 사건이 벌어지고 7년이 흐른 후, 또 다른 아이가 납치된다. 세 살 배기 혼혈 여아의 실종 사건을 담당한 형사 낸시는 7년 전 사건을 떠올리게 되고, 당시 사건의 범인인 앨리스와 로니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올해 18살이 된 두 소녀는 7년 전 영아 실종 사건의 범인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누가 범인인가? 앨리스와 로니는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숨겨진 이야기가 있지만 여기에 다 풀어놓을 수는 없는 일.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좋은 여배우들의 연기를 실컷 볼 수 있다는 것. 이제는 성인 연기가 더 익숙해진 다코타 패닝이 앨리스를 맡아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을 연기하고, 로니 역의 신예 다니엘 맥도날드도 반짝반짝 빛난다.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의 가장 큰 매력도 배우들이다. 그동안 남자 배우들이 장악한 스크린에서 여배우들이 이끌어가는 영화는 찾기 어려웠다. 1938년 외딴 곳에 위치한 여학생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소녀들의 아름답고 기괴한 분위기를 십분 이용한다. 하얀 잠옷을 입은 소녀들, 오래된 건물, 창백한 얼굴과 가녀린 팔과 다리…. 일제강점기, 경성학교에서는 기묘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학교의 소녀들은 우수 학생에 선발되어 도쿄에 가는 것을 꿈꾼다. 박보영이 폐병에 걸린 전학 온 여학생 시즈코 역을 맡았고, 새로운 친구 카나에는 박소담이 연기한다. 지금까지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박보영이 소녀의 불안하고 비정형화된 감정을 연기하고, 엄지원은 어른으로 극의 중심을 붙든다. 영화 속의 모든 장면과 배우들이 서늘한 아름다움을 뿜는 동안, 그저 무서워할 뿐.
‘<컨저링>, <인시디언스>보다 더 무섭다’는 카피를 달고 나타난 <라자루스(The Lazarus Effect)>는 <프랑켄슈타인>의 계보를 선택했다. 미친 과학자가 있고, 끔찍한 결과가 벌어진다. 죽은 이를 되살려내는 ‘라자루스 이펙트’ 연구를 진행하던 연구원들은 죽은 동물을 되살리는 데 성공한다. 비밀스럽게 실험을 계속 진행해나가던 이들은 뜻밖의 사고로 팀원 중 한 명인 조이를 잃고, 인간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실험을 강행해 조이를 살린다. 하지만 살아난 조이는…. 그렇다, 이제 정상일 리가 없다! 황당한 스토리지만, 무서운 영화는 무섭게 만드는 게 일이다. 악마로 깨어난 조이로부터 누가 살아남을지를 지켜보는 수밖에. 꾸준히 작품을 이어가는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신작 <최면전문의(The Hypnotist)>는 하루아침에 아들 요세프를 제외한 모든 가족이 몰살당한 사건의 범인을 쫓는다. 사건 이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요세프의 기억을 얻기 위해 최면전문의 에리크가 나선다.
그리고 여기, 온 유럽이 칭찬한 영화가 있다. 유럽에서만 100만 부 이상이 판매된 헤르만 코흐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디너(The Dinner)>다. 두 형제와 그의 아내들은 한 달에 한 번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 모임을 갖는다. 변호사인 형은 인생에서 물질과 성공을 중요시하고, 소아과 의사인 동생은 이상적인 삶을 추구한다. 이들은 같이 자란 형제이지만 삶의 방식이나 신념은 전혀 다르다. 이번 저녁 식사에서 그들은 자신의 아들과 딸이 벌인 범죄를 마주하며 갈등에 휩싸인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건, 자신이 범죄를 저지른 것 이상의 진짜 공포감을 선사한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두 형제는 도덕적 선택의 시험대에 놓이게 된다. 법일까, 양심일까, 가족일까? 가족의 잘못을 타인과 똑같이 재단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당신도 질문을 던지고 선택해보라.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허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