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뉴스를 들려드립니다
<씨네21>과 <뮤비위크>가 아닌 <스크린>과 <로드쇼>가 있던 오래전 서점에는 그 옆에 어김없이 <지구촌영상음악>이 있었다.
<씨네21>과 <뮤비위크>가 아닌 <스크린>과 <로드쇼>가 있던 오래전 서점에는 그 옆에 어김없이 <지구촌영상음악>이 있었다. 약자로 <GMV>로 불리던 잡지는‘ 팝으로 영어를 배웠다’라는 말이 ‘슬램덩크로 농구를 배웠다’는 말처럼 자연스러웠던 70년대생 키드들을 사로잡았고, 잡지에서 주는 브로마이드는 보물 1호가 되어 수많은 방의 벽을 장식했다고 한다. 80년대 태어난 까닭에 <GMV>의 전성기는 지켜보지 못했지만, 언니오빠 방에서 가끔 뒤적이던 그 잡지가 그립곤 하다. <GMV>는 2004년 경영난으로 폐간했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읽는 사람보다,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을 읽는 사람이 훨씬 적다. 우리나라 대중 음악의 인기는 주로 해외 팝 뉴스를 다룬 음악 잡지의 수명을 단축시켰다. 다른 음악 잡지 <핫뮤직>도 <뮤직시티>도 <GMV>보다 훨씬 전에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음악을 담당하는 지금은 왜 어릴 적부터 음악 잡지를 열심히보지않았나는 후회가 든다. 그랬다면 지금 더 풍부한 내용으로 더 재미있는 기사를 쓸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다. 주변에서 유난히 귀가 밝고 음악에 대해 아는 게 많은 사람 중에선 음악 잡지를 매달 구독하고, <전영혁의 음악세계>를 즐겨 들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인터넷이 없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음악을 들을 뿐 아니라, 음악에 대한 다양한 정보에 목이 말랐다는 거다. 뮤직 비디오를 틀어주는 카페가 가장 핫했던 때였으니, 음악 잡지는 음악 팬들에게 소중한 창구였다. 인터넷 세상에 무엇이든 있는 지금도 음악 잡지는 필요하다. 무엇이 좋은지 선별하고, 무엇이 나쁜지 비판하고, 새로운 경향과 깊은 논평, 연말이면 그 해의 베스트 음반을 들려주는 재미는 검색으론 찾기 힘들다. 그래서 음악 잡지의 멸망은 안타깝다. 가끔은 가지런히 정리된, 내가 모르는 음악과 음악에 대한 진지한 평론과 음악계의 뜨거운 가십이 궁금하지 않은가. 귀로 듣는 음악을 귀로만 이해하는 것보다 그 이상 알기를 원한다면, 음악 잡지는 그 갈증을 풀어준다. 그래서 많은 음악 팬은 굳이 <모조(Mojo)>나 <스핀(Spin)>같은 해외 잡지를 구독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
그래서 음악 뉴스를 얻으려면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대부분 무가지로만 남은 정보지를 수집하기 위해 발품을 팔고, 해외 웹진을 구독하며 독해력을 키워놓아야 하며, 잡지의 음악 뉴스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무가지는 발행 부수가 작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반가운 소식은 새 무가지 <프리윌링>이 창간되었다는 거다. 이 작고 얇은 음악정보지는 무료다. 소니 뮤직에서 발행하는 까닭에 소니의 아티스트들이 비중 있게 실리긴 하지만, 다른 레이블의 소식도 넉넉하게 실려 있다. 영국의 일렉트로닉 듀오 허츠(Hurts)처럼 정말 좋은데, 정말 좋은데 참 국내에선 자료를 구할 수가 없어서 아쉬운 아티스트의 뮤지션 인터뷰가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프리윌링>의 편집장 김영혁은 말했다“. 레코드 가게가 없어지는 시점에 하나의 레코드 가게가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 소중한 것처럼, 음악 잡지가 사라질수록 <프리윌링> 같은 작은 음악 정보지를 소중하게 생각해줄 사람이 있다고 믿어요. 잡지의 목적은 간단해요. 좋은 음악과 정보를 공유하는 거죠.” 광고도 홍보도 없이 그저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는 곳에 뿌렸을(?) 뿐인데 반응은 썩 좋다고. 기존에 있는 <백비트>, <시크태브레인>, <웨이브>, <보다>, <음악취향> 역시 챙겨 보면 이로운 정보지와 웹진이다. 재즈를 좋아한다면 <재즈피플>, <MM JAZZ>를 더하길.
그 외에도 흥미진진한 팝계 뉴스가 고프다면 빌보드코리아의 웹사이트(billboardk.com)를 즐겨 찾기에 추가할 것. 빌보드 기사의 원문과 번역기사를 함께 업데이트하고 있는데, 특히‘ 엔터테인먼트 뉴스’ 코너에서는 팝계의 최근 동향을 신속하게 알려준다. 현재 빅토리아 베컴의 네 번째 임신과 샤키라의 결별 소식, 메리 제이블라이즈가 마흔 번째 생일을 맞았고 래퍼 50센트가 트위터로 87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기사가 올라와 있다. 50센트는 본인이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회사를 홍보해, 순식간에 주가를 부풀렸다고. 피치포크(pitchfork.com)는 역시 음악 팬이라면 빠뜨릴 수 없는 웹진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지만 신뢰성과 영향력이 높다는 점에서 영화계의 로튼 토마토와 함께 전 세계 네티즌들이 좋아하는 곳 중 하나. 특히 인디 음악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데, 이곳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신인 뮤지션이 몇 년 지나 거물이 되는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어, 피치포크 별점의 신뢰도가 높다. 피치포크는 최근 카니예 웨스트의 신보에 만점을 줬는데, 카니예 웨스트의 음반사인 유니버설 뮤직은 음악 논평에 관해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두 미디어 <롤링스톤즈>와 <피치포크>에서 모두 별점 만점을 받은 걸 보며 이 앨범은 진정 명반이라고 홍보를 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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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처 에디터 / 허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