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이 돌아왔다 그리고 배우도 돌아왔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와 <아이다>는 이번 겨울 시즌에 우리나라 뮤지컬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대표적인 흥행작이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와 <아이다>는 이번 겨울 시즌에 우리나라 뮤지컬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대표적인 흥행작이다.두 작품 다 초연된 지 햇수로 5~6년이 지난 중고품이지만 관객들은 오히려 초연 당시보다 더 큰 호응을 보여주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작품의 중심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스타의 존재가 아닐까 싶다. 초연부터 현재까지 작품과 함께 공동운명체를 형성해온 조승우와 옥주현이 그 주인공이다. 조승우는 현재 뮤지컬과 영화 양쪽에서 모두 흥행 파워를 가진 유일한 남자배우로 꼽힌다. 특히 기라성 같은 흥행 스타가 즐비한 영화계와는 달리 뮤지컬에서는 오로지 조승우와 동방신기 출신의 김준수 정도만이 1천 석 이상의대극장 공연 시 전 회차 전석이 매진되는 소위‘끝장 티켓파워’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04년 8월 코엑스 오디토리엄에서 <지킬 앤 하이드>가 개막되었을 때 관객들은 오랜 기간 동안 뮤지컬과 영화에서 연기력 내공을 보여준 조승우에 열광했다. 사실 조승우의 데뷔작은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춘향뎐>이다. 영화계로 진출한 이후 <와니와 준하>, <클래식>과 <말아톤> 등으로 점차 주가를 올리는 가운데서도, 그는 <명성왕후>, <지하철1호선> 등 여러 편의 뮤지컬에 출연하며 무대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킬 앤 하이드>로 명성을 얻고도 <맨 오브 라만차>, <헤드윅>, <렌트>등의 뮤지컬에 출연하며 뮤지컬과 영화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았던 그다. 2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귀환한 <지킬 앤 하이드>에서도 조승우는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복잡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충만한 내면 연기와, 호소력 짙은 가창력은 현재 뮤지컬계에서 군계일학의 능력이다.
<지킬 앤 하이드>가 초연 이후 현재까지 네 차례에 걸쳐 재공연을 거듭해왔다면 2005년 LG아트센터에 초연된 <아이다>는 재공연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 베르디의 동명의 오페라를 원작으로 하지만 뮤지컬은 원제작사인 디즈니 뮤지컬의 특성상 스토리에 과장이 있고 캐릭터 해석도 달라졌다. 무엇보다도 음악감독을 베르디가 아닌 엘튼 존이 맡아 특유의 팝 스타일을 들려준다. 하지만 누비아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의 전설 같은 사랑을 시대를 초월하는 신비한 무대로 표현한 점은 오히려 이 작품의 개성이 되었다. 한국 초연 당시 최대 화제는 여주인공 아이다 역에 걸 그룹 출신의 옥주현이 전격 캐스팅되었다는 점이었다. 한 번도 연기를 해본 적이 있는‘생짜 신인 배우’ 옥주현이 엄청난 규모의 신작에 투입되었다는 점에 뮤지컬계는 그녀의 행보를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초연 개막 후 관객들은 먼저 브로드웨이에서 직접 공수한 모던하면서도 화려한 무대미술의 극치를 경험했다. 뮤지컬 무대에 첫 도전하는 옥주현으로서는 드라마의 밀도가 높은 사실적인 작품보다는 이러한 만화경 같은 작품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는 점이 행운이었다. 그녀는 큰 키와 폭발적인 성량으로 패전국의 강인한 공주 아이다의 캐릭터를 무대 위에서 어느 정도 구현해내면서 이 작품을 자신의 성공적인 데뷔작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재공연까지의 5년 동안 옥주현은 오히려 가수보다는 뮤지컬 배우로서의 행보에 힘썼다. 2006년까지 <아이다>에 출연한 후 <시카고>, <캣츠>, <42번가>, <몬테크리스토>에 이르기까지 매해 다른 작품에 연달아 여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주인공급이 부족한 뮤지컬계에서 그녀는 대중스타에서 출발하여 뮤지컬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하면서 전문 뮤지컬 배우로의 성공적인 변신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년만에 돌아온 그녀는 같은 세트, 같은 의상을 입고 초연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5년의 시간 동안 관객들은 수많은 뮤지컬을 관람해왔고 그만큼 작품을 보는 눈높이도 많이 상향 조정됐다. 옥주현은 세심한 연기를 보여주고 무대 위에서의 여유도 늘었지만, 재공연을 하면서 일부 대사와 가사가 달라져서 입에 맞지 않는 경우도 보인다. 하지만 그녀가 더블캐스팅도 없이 매일 큰 무대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은 배우의 본연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모습이다. 옥주현은 뮤지컬계의 스타에서 실력 있는 배우로 거듭났다‘. 무대에서 아름다운 배우’라는 칭호가 이제 그녀에게는 최고의 찬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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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글 | 조용신 뮤지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