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의 BGM
음악이 일상인 라디오 DJ는 여행을 떠날 때 어떤 음반을 들고 갈까? 이상은, 이현우, 오상진, 정엽, 최강희 등 5인의 인기 DJ가 여행지에서 들으면 좋은 음반을 추천한다. 음악에 빠져 사는 이들이 여행 갈 때 가지고 가는 음반은 바로 이것.
이상은
지난해 4월, <김기덕의 골든 디스크>를 물려받아 <이상은의 골든 디스크>를 진행한 지 1년 남짓한 DJ 이상은은 뮤지션인 동시에 여행 책을 네 권이나 출간한 여행 작가이기도 하다. 여행과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그녀가 꼽은 여섯 개의 음반은 다음과 같다.
1 Bob Marley의 〈Is This Love〉
밥 말리의 음악을 들으면 자메이카의 후끈한 기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어디를 여행하든 세상의 모든 여행지에서는 밥 말리의 음악이 흐른다. 그곳이 바다이건 산이건 간에. 여름의 여행에는 밥 말리의 음반을 반드시 준비할 것. 여행지에서 신을 샌들과 똑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그의 음악이니까.
2 Royksopp의 〈Eple〉
일렉트로니카의 매력은 유리 구슬 같은 투명한 사운드를 마치 디저트로 나온 생크림과 딸기를 포만감 있게 먹는 것처럼 집중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곡은 그런 여행을 떠난 디저트 같은 시간을 한껏 달콤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단 평소에 들으면 짜디짠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요주의 !
3 Travis의 〈ThE INVISIBLE BAND〉
트래비스의 음악은 여행과 닮아 있다. 어느 곡을 들어도 기타 연주의 욕심 없는 담백함이나 비어 있는 듯한 멜로디 라인이 타박타박 길을 걷는 여행자 같다. 마음속의 모든 불편한 것을 버리고 길을 가는 여행자. 텅 빈 마음은 구차한 설명이나 화려한 미사여구가 필요치 않다. 조용하고 단출한 음악 소리에도 공감이 가는 고요한 마음이 되어 있을 테니까.
4 The Avalanches의 〈Sin ce I Left You〉
절친들에게만 공개하는 나만의 비밀 음원이다. 커다란 범선이 머나먼 대륙으로 떠나는 항구의 풍경을 꿈꾸고 싶다면 한번 들어봄직한 음반이다. 그 항구엔 내 모든 기쁨과 슬픔이 버무려진 밤 공기가 열기를 뿜는다. 이 곡은 삶에서 체득한 모든 것을 한순간에 파악하는 것이 여행의 행복이란 사실을 알려준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여행의 밤 공기와 함께 마시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음반이다.
5 Gypsy King s의 〈The VERY Best of Gypsy King s〉
여행이란, 일시적으로 집시가 되는 것. 여름이 오면 사람들의 마음속 담이 조금쯤 허물어 내려 경계를 넘어서는 집시가 된다. ‘Volaire’를 들으며 빡빡했던 삶에 집시 킹즈의 스피릿을 첨가할 것. 여행은 어느덧 춤의 경지에 도달하게 될 테니.
6 The verve의 〈UR BAN HY MNS〉
버브의 광팬 시절, (지금은 팀이 해체되어 리드 싱어인 리처드 에시크로프트의 팬으로 이동) 이 곡은 여행의 찬가라고 해도 무방할 가사로 나의 방랑벽에 불을 붙였다. 혈관 속의 여행가방, 구르는 돌 같은 사람들 등, 사운드의 정처 없으면서도 자유로운 에너지는 여행을 떠나는 흥분을 배가시켰다. 이 곡이 없었다면 나의 여행의 횟수는 3분의 1로 뚝 떨어졌을 거라고 하면 좀 과장일까?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마음에 더욱 불을 붙이는 이 곡을 mp3에 저장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이 곡을 듣고 일어나는 어떤 사건도 나는 책임질 수 없다. 몇 배로 용기가 불어나 그렇게 된 거라고밖에는, 달리 해줄 이야기는 없을 것.
최강희
<최강희의 볼륨을 높여요>를 통해 다양한 음악을 섭취해온 DJ 최강희는 음악을 좋아하고, 많이 듣는 배우이다. 4차원의 감성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그녀가 엄선한 여행지 BGM 리스트는 몽환적이거나 아날로그 색채가 물씬 풍기는 음악들이다.
1 Ent 가 피처링한 Asian Kung -Fu Generation의 <소라닌>
음악 영화 <소라닌>의 O.S.T와 영화 전체에 깔린 ENT의 음악과 아시안쿵푸제너레이션의 13번 트랙의 ‘소라닌’을 듣고 있으면 나는 청춘을 듣는 착각에 빠진다. 나는 줄곧 ‘청춘’이라는 두 글자에 집착해왔다. 그저 아름다웠다고만 말하기 힘든 불안한 청춘 말이다. ‘귀에 착 감기는’이라든지 ‘무심코 입에 따라붙는’ 곡은 없다. 하지만 <소라닌>을 보고, 듣는다면 그대로 좋을 것이다.
2 페퍼민트 클럽의 〈No Hope〉
아끼고 좋아하는 앨범 중 하나. 김C가 속한 밴드 뜨거운 감자와 자우림의 기타리스트 이선규가 함께 작업했다. 참 신기한 것이, 김C의 목소리는 처음 들을 때보다 몇 번이고 다시 들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묵혀두었다가 먹으면 더 맛있는 동치미처럼 말이다. 나는 페퍼민트 클럽의
3 에코브릿지의 2.5집 〈Fallache〉
DJ를 하다보면 새로운 뮤지션을 발견하는 행운이 자주 생긴다. 이 음반 역시 <볼륨을 높여요> DJ를 하면서 듣게 됐다. 에코브릿지는 <나는 가수다>에서 정엽의 ‘짝사랑’ 편곡자 혹은 정엽의 히트곡 ‘Nothing Better’의 작곡자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 역시 대한민국의 싱어송 라이터이다. 이 앨범은 2010년에 발매된 에코브릿지의 솔로 앨범으로, 3번 트랙인 ‘첫째날(with 나얼)을 소개하고 싶다. 에코브릿지의 절제된 피아노 연주와 끝내 터지는 듯한 나얼의 목소리는 절묘하게 조화롭다.
4 오지은의 2집 〈지은〉
한때 오지은의 음악에 미친 적이 있다. ‘홍대 마녀’라 불리는 오지은, 나는 그녀의 에너지를 사랑한다. 특히나 오지은의 2집은 감성적인 음색을 자랑하는 그녀의 귀여운 음색까지 들을 수 있는 ‘오지은 종합세트’ 같은 음반이다. 이 앨범 중 나는 ‘그대’와 ‘당신을 향한 나의 작은 사랑은’을 가장 좋아한다. 그녀의 목소리로, 그녀의 독특한 창법으로 뿜어내는 노랫말은 사랑도, 슬픔도, 처절한 감정도, 절제마저도 생생하게 전달된다.
5 하찌와 TJ의 〈별총총〉
먼저, 하찌와 TJ를 소개하겠다. 예전에 <우결>에서 알렉스가 “뽀뽀하고 싶소~”라는 노랫말을 유행어처럼 퍼트린 적이 있다. 그 곡이 바로 하찌와 TJ의 ‘남쪽 끝섬’. 1집에서는 ‘남쪽 끝섬’ 외에도 타이틀곡인 ‘장사하자’가 유명세를 탔다. 그리고 내가 소개하는 앨범은 하찌와 TJ의 두 번째 앨범이다. 2009년에 발매된 이 앨범은 역시 위트 있는 풍유로 듣는 이로 하여금 들고 있던 무언가를 툭 놓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곡이 한 가득이다. 특히 나는 ‘은행나무’라는 곡이 너무나 귀엽게만 느껴진다. 일본인 하찌 씨의 발음이 포인트이다. 그가 노래하는 이곳의 풍경이 사랑스럽다.
6 M83의 Before The Dawn Heals Us
영국의 일렉트로니카 듀오인 M83. <볼륨을 높여요>를 진행하면서 ‘Safe’라는 곡을 듣게 되었는데, 그때 헤드폰을 타고 들려오던 음악을 들으면서 내가 느꼈던 감동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몽환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우주적이라고 해야 할까. 독특한 음악적 색채를 가진 M83의 음악은 잠자고 있는 하늘로 쏘아 올린 폭죽만큼 찬란하고 또 고독하다.
이현우
<이현우의 음악 앨범>을 진행해온 DJ 이현우는 세련된 취향과 감성의 선곡자이다. 대중 뮤지션이자, <수요예술무대>와 <음악앨범>의 진행자로 오랫동안 좋은 음악을 접해온 그가 꼽은 뮤직 리스트는 대중적이면서도 음악적 완성도가 부족하지 않은 음반들이다.
1 Duran Duran의 〈Thank You〉
듀란듀란의 히트곡을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부른 옴니버스 앨범. 이 앨범이 출시되었을 때, 음악 평론가들의 평가는 썩 좋지 않았지만, 나는 이 앨범이 마음에 든다. 한 장의 앨범으로 이 시대에 메가 히트된 음악들과 듀란듀란의 다양한 음악 세계를 동시에 느낄 수 있으니, 좋지 않은가.
2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오래된 앨범이지만 언제 들어도 좋은 명음반이다. 멋진 자연을 마주했을 때 유재하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좋을 것 같다. 뉴욕이나 런던 등 화려한 도시보다는 스위스나 앙코르와트처럼 멋진 풍광의 여행지에서 듣고 싶은 음반이다.
3 Fugees의〈No WomAn No Cry〉
‘No Woman No Cry’는 밥 말리의 목소리로 듣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푸지스가 재해석한 이 음악은 레게음악과 힙합이 얼마나 절묘하게 조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1999년에 출시된 음반인데도, 음악이 굉장히 세련되다. 지금 들어도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4 U2의 〈Achtung Baby〉
록밴드 U2의 음악성에 대해 새삼 설명할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U2의 7집 앨범
5 윤종신의 〈그늘〉
이 음반을 왜 선택했느냐 묻는다면, ‘나도 모르겠다’고 답할 수밖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하지만 여행 갈 때 딱 6개의 음반만 가지고 가야 한다면, 이 음반을 꼭 끼워 넣고 싶다. 그냥 좋다. 다른 이유가 뭐가 필요한가.
6 Eagles의 〈The Very Best of the Eagles〉
이 역시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좋다.
정엽
<푸른밤 정엽입니다>의 DJ 정엽. 그가 좋아하는 음악은 감각적인 보이스로 한 시대를 풍미한 보컬리스트들의 음악이었다. 그가 꼽은 여행 음악은 그의 취향과도, 그의 음악적 성향과도 닮았다.
1 옥상달빛의 <28>
때로는 추억을 되돌아보게 하는 아날로그 정서의 음악도 여행의 감성을 한껏 배가시키는데, 옥상달빛의 음악은 서정적인 동시에 기분 좋은 음악이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음악처럼 너무 잘 차리지 않은 수수한 음성으로 노래하는 이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2 Bobby Caldwell의 〈Come Rain Or Come Shine〉
바비 칼드웰의 음악은 스팅만큼 세련되면서도 재즈의 아날로그 감성과 블루스적인 끈적임을 동시에 갖추었다. 백인인데도 흑인 못지않게 맛깔스러운 재즈 음악을 들려주는 그의 음반 중 최고는 역시
3 엘비스 코스텔로의 〈She〉와 〈Nati onal Ransom〉
국내에는 영화 <노팅힐>의 주제가인 ‘She’로 유명한 엘비스 코르텔로. 런던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4 Prince의 〈The Very Best Of Prince〉
프린스의 수많은 히트곡이 한 장의 앨범에 담긴 양질의 음반이다. ‘1999’, ‘When Doves Cry’, ‘Purple Rain’, ‘Kiss’ 등 추억의 명곡들이 수록된 이 앨범은 베스트 앨범을 듣는 재미가 어떤 것인지를 새삼 알려준다. 한때 마이클 잭슨과 자주 비교되던 프린스는 연주에서 작곡까지 못하는 게 없는 멀티 뮤지션이다. 소울 음악과 일렉트릭 기타가 이루어내는 조화 속에 그의 섹시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5 The Spinners의 〈Detroit Spinners〉
1970년대를 풍미한 흑인 소울 밴드 더 스피너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5장짜리 음반 시리즈이다. 여섯 개의 음반이 아니라, 이 시리즈 하나만 가지고도 여행이 즐거워질 것 같다.
오상진
MBC 라디오 프로그램인 <굿모닝 FM 오상진입니다>를 이진 아나운서에게 물려준 오상진은 뮤지션은 아닌데도 선곡 잘하는 DJ로 유명했다. “단 하나의 앨범이 아니라 다섯 개의 앨범을 고를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런데도 고르기 힘드네요”라고 말했던 아나운서 오상진의 여행지 BGM 음반 다섯 개.
1 Daft punk의 〈Discovery〉
이제는 하우스 음악의 고전처럼 느껴지는 다프트펑크의
2 Stevie Wonder의 〈Songs in the Key of Life〉
스티비 원더의
3 김광진의 〈Last Decade〉
김광진의 베스트 음반격인 5집
4 Oasis의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90년대 중반 오아시스를 듣지 않고는 친구들과 음악 얘기를 할 수 없었다. 먼저 데뷔했던 블러(Blur)를 넘어서면서 얼터너티브 최고의 자리에 오른 오아시스. 1번 트랙 ‘Hello’, 2번 트랙 ‘Roll with It’, 3번 트랙 ‘Wonderwall’, 4번 트랙 ‘Don’t Look Back in Anger’, 10번 트랙 ‘Morning Glory’, 12번 트랙 ‘Champagne Supernova’ 등 최고의 히트곡이 차고 넘치는 앨범이다.
5 조용필의 〈Sailing Sound〉
셀 수 없이 많은 히트곡을 낸 가왕 조용필의 앨범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바로 1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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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박훈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