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로 돌아온 이용우의 <클럽 살로메>
<댄싱 9>의 마스터 이용우의 안무를 긴 호흡으로 만나게 됐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예언자 세례요한의 목을 자른 여인 살로메를 그린 <클럽 살로메>의 안무가로 무대에 돌아온 것. 연출가 이지나, 피아니스트 정재일, 그리고 <댄싱9>의 최수진 등이 이 여정에 함께한다. 5월 22일 공연을 앞둔 그를 만났다.
당신을 비롯해 연출과 음악, 출연진 모두 최고가 모였다. 이지나 연출가와 실험적인 무용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여기에 피아니스트 정재일, 그리고 <댄싱9>을 통해 만난 최수진과 비보이 쇼리, 단편을 함께 찍은 발레리노 이동탁이 함께하게 됐다.
각기 다른 장르의 출연자가 무대에 오른다. 캐스팅에 어려움은 없었나? 헤롯 왕 역할을 찾는 데에만 한 달 넘게 걸렸다. 객석과 무대가 가깝고, 객석 규모도 100석 정도밖에 되지 않아 누구 한 사람이 집중력을 잃거나 느낌이 어긋나면 균형이 깨져버린다. 무엇보다 ‘합’이 중요하다. 지금도 비보이 쇼리와 함께 헤롯 왕의 욕망이나 또 다른 자아 등을 표현할 다른 댄서를 찾는 중이다. 주인공인 살로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우리가 가장 먼저 캐스팅한 무용수도 최수진이었다. 하지만 살로메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는 없다. 특히 헤롯 왕의 캐릭터에 공을 많이 들였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인 이동탁이 그 역할을 맡았다. 어떤 헤롯을 만들고 싶었나? 헤롯 왕은 권력의 정점에 선 인물이다. 의붓딸인 살로메에게도 흑심을 품을 만큼 사회통념과도 벗어나 있다. 기존 오페라나 연극이 헤롯 왕을 풍채가 크고 탐욕스러운 군주로 묘사했다면 우리가 생각한 것은 영화 <아메리칸 싸이코>의 크리스찬 베일 같은 분위기다. 여자가 봐도 매력적인 마초적인 남자, 현대적인 사이코패스라고 할까.
직접 헤롯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다. 물론이다. 하지만 최수진 씨와 함께 서 있는 것을 생각했을 때 나보다 선이 더 날카롭고, 마초적인 분위기의 댄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세례요한 역의 지현준은 댄서가 아닌 연극배우다. <클럽 살로메>가 무용보다는 춤을 근간으로 한 실험극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대사도 넣을 예정인가? 댄서들에게도 대사가 있을 거다. 피아니스트 정재일이 라이브 연주를 하는 동시에 노래로 이야기를 전달할 예정이고, 오히려 연극배우인 지현준 씨의 대사를 아끼려고 한다. 관객들의 궁금증이 극에 달했을 즈음 의미심장한 대사를 던지는 세례요한이 되는 거다.
<살로메> 하면 살로메가 헤롯 왕을 유혹할 때 추는 일곱 베일의 춤을 빼놓을 수 없다. 안무가로서 부담은 없었나? <살로메>를 무대에 올린 대부분의 작품이 댄서가 옷을 한 겹, 한 겹, 총 일곱 번을 벗는 것으로 일곱 베일의 춤을 묘사한다. 우리는 그게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살로메는 헤롯 왕조차 낮춰보는 도도한 여인이다섹슈얼한 느낌만 주면 되지 않을까? 4D 영화를 볼 때처럼 관객이 관능적인 향을 맡을 수도 있다.
성경이나 희곡에서 묘사된 요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셈인가? 세례요한의 목을 베는 것만으로 충분히 ‘요부’다. 살로메의 사랑은 집착이다. 너의 입술과 혀를 갖고 싶다고 했는데 세례요한이 거절하자 오기로 헤롯 왕에게 세례요한의 목을 달라고 한다. 헤롯 왕과 살로메 모두 사이코 패스다. 그리고 그런 극단적인 캐릭터를 오히려 현대의 관객이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연기자로서 당신의 경험이 출연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겠다. 연출을 공부하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한 셈이다. 물론 초반에는 수치스러운 경험도 많았다. 무용계에서 주목받다가 연기에서는 신인 취급받고 욕도 먹었으니까. 차츰 편해지면서 더 많이 배우고, 그걸 무용계나 댄서들에게 전달할 수도 있게 됐다.
<클럽 살로메>가 어떤 공연이 되길 바라나? 살롱에서 열리는 것 같은, 비밀스러운 공연을 만들고 싶다.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상황이지만 장면마다 시간도 세심하게 배분하려고 한다. 사람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1분 30초에서 2분 30초밖에 되지 않지 않나.
장르적으로 <댄싱9>의 최대 수혜자는 현대무용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이 성공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실험적인 작품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나? <클럽 살로메>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관객 수나 성공을 의식했다면 <댄싱9> 멤버들을 모두 불러내서 공연을 만들지 않았을까? 물론 그런 공연에도 욕심은 있다. 한국의 ‘태양의 서커스’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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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처 에디터 / 이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