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의 봄
올봄, 기대해도 좋을 창작 뮤지컬 세 편을 소개한다.
대형 공연장의 무대를 스포츠에 비교했을 때, 주전팀은 언제나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이미 검증받은 해외 화제작을 국내 최고의 제작사들이 인기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해 무대에 올리니, 창작 뮤지컬로서는 도무지 상대하기 힘든 상대일 거다. 다행인 것은 뮤지컬 전용 극장이 조금씩 늘어나고, 중대형 창작 뮤지컬이 꾸준히 흥행에 성공을 거두며 이런 불평등이 차츰 해소되는 중이라는 것. 지난해에도 <그날들>, <해를 품은 달>, <디셈버> 등 초연 작품들이 선전하며 국내 창작 뮤지컬 시장이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했다고 보는 관계자도 있다. 마침 올봄에도 볼 만한 창작 뮤지컬이 연달아 무대에 오른다.
올 상반기 최고 기대작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원작이 존재하긴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캐릭터를 빌려왔을 뿐, 극은 완전한 창작에 가깝다. 충무아트홀의 10주년 개관 기념작으로, 이를 기념하여 충무아트홀이 최초로 자체 제작에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다. 연출을 맡은 이는 연출가 왕용범. <삼총사>, <잭 더 리퍼>에 이어 최근작인 <보니 앤 클라이드>까지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는 그다.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못지않게 화려한 출연진도 한껏 기대를 모으게 한다. 유준상, 류정한, 박은태, 한지상, 리사 등 뮤지컬계 최고의 스타들이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특히 유준상의 경우 뮤지컬 <삼총사> 때 인연을 맺은 왕용범 연출가로부터 꾸준히 캐스팅 제안을 받아왔다고. 음악은 뮤지컬 <잭 더 리퍼>의 대표곡인 ‘회색도시’를 작곡한 이성준 음악감독이 맡았는데, 곡의 난이도가 대단하다는 소문이 제작발표회와 관련 영상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는 중이다. <프랑켄슈타인>의 정체는 3월 18일 드러난다.
무대에서도 셜록 홈즈의 인기는 계속된다. 매 공연의 발전을 거듭하며 흥행 작품으로 자리매김한 뮤지컬 <셜록 홈즈>가 두 번째 시즌 <셜록 홈즈2 : 블러디 게임>으로 새 시즌의 시작을 알린 것. ‘블러디 게임’에서 셜록 홈즈와 두뇌 싸움을 벌이게 될 주인공은 다름아닌 연쇄살인마의 대명사, 잭 더 리퍼. 매춘부 다섯 명을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한 그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잭 더 리퍼>가 나올 정도로 익숙한 소재지만, <잭 더 리퍼>가 개인 내면의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셜록 홈즈>는 잭과 셜록의 추격전을 긴박하게 그린 전혀 다른 공연이 될 예정이다. 이미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포함해 극본상, 작곡상을 거머쥔 적 있는 작품인 만큼 이번 시즌도 믿음이 간다. 송용진, 김도현, 윤형렬이 무대에 오르며 공연은 3월 1일부터 30일까지, BBC아트센터 BBC 홀에서 펼쳐진다.
한편 <글루미데이>는 일제 강점기였던 1926년, 당대의 연인이 일본으로 가던 배에서 동반자살한 실화를 바탕으로 삼았다. 영화 <사의 찬미>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 성악가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다. 누구보다 선명한 예술적 재능을 가졌던 젊은 두 사람은 왜 동반자살을 택하게 됐을까? 두 사람의 죽음에 또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가정하에 그날 배 위에서 일어난 일을 추적해가는 미스터리 팩션이다. 사실 <글루미데이>는 이미 지난 6월 초연 무대에 오른 적 있다. 2주를 조금 넘는 짧았던 공연기간에도 불구, 뮤지컬 팬들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데 힘입어 좀 더 정비된 공연으로 몸집을 키워 돌아온 것이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돈도 명예도 내 님도 다 싫다”는 윤심덕의 실제 노래 ‘사의 찬미’를 비롯해 가슴 아픈 곡들로 가득하다는 소문이다. 공연은 2월 28일부터 4월 27일까지 대학로에 새로이 개관한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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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처 에디터 / 이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