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가 온다
올 한 해,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이 쏟아질 예정이다.
일류 드러머를 꿈꾸는 학생과 뛰어난 실력을 가졌으나 성격에 결함이 있는 교수. 예측할 수 없는 두 사람의 관계를 그린 영화 <위플래쉬>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스틱을 쥔 손에서 피가 튀겨도 ‘더, 더!’를 외치는 교수. 영화의 모든 사건은 한 재즈 오케스트라에서 일어난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오케스트라가 보여준 유쾌한 세계와 달리 <위플래쉬>의 세계는 광기로 가득 차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가 아름다운 이유는 음표 사이의 수많은 규칙을 지켜내는 그 엄정함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난 뒤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고 싶어졌다면, 당신은 운이 좋은 거다. 올 한 해,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이 쏟아질 예정이니까. 4월 20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은 이미 남은 좌석이 얼마 없다. 영국의 음악잡지인 <그라모폰>이 최고로 명명한 이 오케스트라는 베토벤 교향곡 <운명>을 시작으로 <영웅>, <전원>, <합창>까지, 나흘간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지난해 야심 차게 출발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 프로젝트 중 2부인 ‘발퀴레’를 콘서트 버전으로 준비한다. 공연일은 5월 20일. 지휘대에는 정명훈이 오른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지휘자 중 하나인 구스타보 두다멜은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3월 25, 26일 내한한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빈민층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휘를 배운 그는 2009년, 고작 28세의 나이에 LA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말러와 드보르자크의 교향곡을 젊은 그가 어떻게 해석해낼지가 이번 공연의 관심사다. 가장 정통에 가까운 협주를 선보이는 것으로 평가받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오는 10월, 6년 만의 내한을 앞두고 있다. 빈 필하모닉의 선택은 모차르트. 특히 피아노 협주곡 23번은 지휘자인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연주와 지휘를 모두 맡을 예정이다. 영국 맨체스터를 기반으로 한 BBC 필하모닉도 같은 달 공연을 앞두고 있다. <타임>지가 최고의 젊은 클래식 뮤지션으로 꼽았던 힐러리 한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낯선 이름의 오케스트라들의 내한도 줄을 잇는다. 소문만 무성한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클래식 애호가들의 관심사 중 하나다. 수준 높은 고음악 오케스트라의 내한인 만큼 날짜와 프로그램이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주목받고 있다. 영국 왕실이 후원하는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도 7월 한국 관객을 만난다. 4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꼽히는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스코틀랜드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라 베네데티가 협연한다.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 공연은 오는 10월에 열린다. 독일 음반 비평가상과 그라모폰 어워드를 수상한 유카 페카 사라스테가 지휘를 맡아 이틀에 걸쳐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내한에 함께하는 국내 최정상 연주자들의 이름에도 주목할 만하다. 6월 26, 27일 공연을 앞둔 드레스덴 필하모닉의 연주에 협연자로 나서는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11월에 열리는 뮌헨 필하모닉의 내한 공연에도 협연자로 참여할 예정이며,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독일 함부르크를 대표하는 북독일 방송교향악단의 5월 첫 내한공연에 함께한다. 여기에서 생기는 궁금증 하나. 도대체 이토록 많은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의 내한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답은 ‘기업의 후원’이다. 2회 공연에 18억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은 현대해상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지난 3월 13일 내한한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은 LG생활건강이, 11월 공연을 앞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후원을 약속했으며 금호문화재단은 LA 필하모닉 공연을 주최하는 단계까지 나섰다. 재즈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없냐고? 오케스트라는 아니지만 재즈계의 살아 있는 전설 허비 행콕과 칙 코리아의 합동 공연은 만날 수 있다. 두 거장이 어떤 공연을 펼칠지 궁금하다면 다가오는 5월, 서울재즈페스티벌로 향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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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처 에디터 / 이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