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속 갤러리
인스타그램에 접속할 때마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그림을 접할 수 있다면? 시시때때로 들어가서 훔쳐보고 싶은 매력적인 인스타그램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말을 건넸다.
@jiyoungheo | 허지영
작업의 시작 손 가는 대로 그리는 낙서에서 캐릭터가 나온다. 노트에 낙서를 하며 그중 마음이 가는 것을 새로운 그림에 등장시킨다. 내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검은 새 캐릭터는 몇 년 전 모자의 검은 깃털이 바람에 휘날리는 광경을 보고 그리기 시작했다.
작품의 특징 어느 날 파란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불분명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올랐고 그 이미지를 눈에 보이는 것으로 그려내고 싶어서 파란색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가장 즐겨 사용하는 색이 되었다.
영감을 주는 것 길가에 서 있는 나무, 보기 좋게 늘어선 건물, 선명한 색의 굴착기 같은 것들은 내 걸음을 멈추게 한다. 또한, 정갈한 모양의 유리컵과 그릇, 빈 맥주병 같은 것도 영감을 주는 일상의 물건이다.
작업에 있어 중요한 가치 그림에 들어가는 다양한 요소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림 안 작은 도형과 선, 색의 적절한 조화를 찾는 것은 매번 어렵지만, 그 과정과 결과물은 큰 즐거움과 만족을 준다.
작업 습관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짧은 일기를 쓰거나 낙서를 한다. 항상 마실 것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작업을 시작하는데, 작업이 끝날 때쯤엔 책상 위에 컵이 서너 개 정도 쌓이곤 한다.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잠시 작업을 멈추고 인터넷으로 예쁜 옷을 구경하면서 기분을 전환한다.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한 작가 브루노 무나리를 좋아한다. 그의 그림책 안에는 흥미를 끄는 미적 요소와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작업에 대한 반응 내 노트 속 뒤죽박죽 일기와 낙서를 보고 멋지다고 말해준 사람이 기억난다. 나만의 방식으로 쓰고 표현한 일기와 낙서가 누군가의 눈에 멋지게 보인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즐겁다.
내게 인스타그램이란 열심히 활동하지 못하는 건 게으름 때문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롭게 맺어지는 관계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SNS의 즐거움도 깨닫는 중이다. 내 작업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여러 사람과 다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이다. 도전하고 싶은 작업 커버만 보고도 음반을 사고 싶게 만드는 멋진 그림을 발견할 때면 나도 언젠가 멋진 음반 커버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좋은 음악을 하는 음악가의 음반이라면 더욱 완벽할 것 같다.
@drawingwing | 엄유정
나의 작업 소개 그림들 사이에는 ‘공동의 정서’가 있어서 인물들이 서로 닮아 보인다. 작업할 때 특정한 캐릭터를 설정해놓고 그림을 그리지는 않지만 오랜 기간 끄적이며 그리는 과정에서 나만의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탄생했다.
작품의 특징 인물들의 손이 크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인체를 그릴 때 몸의 움직임을 좋아해서 동작이 강조되는 그림을 즐겨 그려온 것 같다. 작업을 할 때는 필요한 요소를 생략하여 그리기도 한다.
영감을 주는 것 자연, 빛, 거리의 사람들. 좋은 작가의 작업과 좋은 음악.
작업에 있어 중요한 가치 담백하면서도 핵심적인 것을 그리기 위해 노력한다. 작업 습관 어떤 프로젝트가 생기거나 작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휘몰아치듯 그리는 편이다.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자신의 스타일을 심화시켜나가는 작가를 좋아한다. 특히 장 자크 샹페의 경우 공간을 다루는 방식이 좋다. 수채화를 상당히 잘 다루는 작가라 생각한다.
작업에 대한 반응 어떤 사람이 내 그림을 보고 타투로 새기고 싶다고 물어와서 사용을 허락한 적이 있다. 나중에 내 드로잉이 손목에 새겨진 사진을 보내주었는데, 몸에 그림을 새기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에 대해 상상해봤다.
내게 인스타그램이란 오랫동안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았지만 작년에 개인전을 할 때 꽤 많은 사람이 SNS를 통해서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작가들이 어떤 기관에 소속되지 않고 자신의 그림을 보여줄 기회를 갖는다는 점이 SNS의 고마운 기능인 것 같다. 아프리카에 사는 아주머니의 요리를 매일 볼 수도 있고 인도네시아, 쾰른에 사는 누군가의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롭다.
도전하고 싶은 작업 얼마 전 벽면에 드로잉을 한 적이 있는데 정말 즐겁게 작업했다. 앞으로도 커다란 벽에 힘 있는 드로잉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보고 싶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은 재미도 있고 자극이 된다. 많이 배우는 것은 물론이다.
@im_eun_young | 임은영
작업의 시작 회사를 그만두고 생각이 많았던 지난해 어느 날 이른 새벽 잠에서 깼는데 문득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렇게 작업실에 앉아 드로잉을 시작했고, 그날 아침 그린 ‘그 그림’의 느낌이 마음에 들어 그 기분을 유지하며 그리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작업의 특징 작업을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그림 속 사람들이 즐거워 보여 계속 보고 싶다고 한다. 그림마다 나만의 추억을 담으려고 애쓴다. 예를 들어 길고양이 한 마리를 그릴 때도 여행 중 만난 특정한 고양이를 떠올린다. 나의 추억을 넣다 보니, 보는 사람도 나의 경험을 공감해주는 것 같다.
영감을 주는 것 지나치게 바쁘게 살았던 내게 시간을 선물하고 싶어 6개월 정도 유럽여행을 했다. 베를린, 파리, 런던 등의 도시에서 공원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것을 계기로 매일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행하다 만난 사람과 추억이 그림의 소재가 되고 다시 그림을 그리는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작업에 있어 중요한 가치 늘 고민하는 것은 모방과 창조다. 똑같은 맥주병 하나를 그려도 나만의 색을 내기 위해 고민한다. 그 맥주병을 만졌을 때의 기분까지 떠올리면서 말이다.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코코 미도리는 화려한 소재가 아닌 일상의 소소한 모습을 색연필로 슥슥 그려낸다. 그 따스함이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을 특별하게 만든다. 인스타그램에서 좋아하는 작가는 히구치 유코(@YUKOHIGUCHI3).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친숙한 작가인데 세밀하게 그려내는 아기자기한 그림이 매력적이다.
작업에 대한 반응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으면 그려보는데, 그럴 땐 사진의 주인을 태그로 달아 그들에게 작업을 알려준다. 그럴 경우 보통 댓글을 달거나 자신의 계정에 다시 올려 소개하는 걸로 끝나는데 바르셀로나의 한 게이 커플의 경우는 그림이 마음에 든다며 메일로 받아보고 싶어 했다. 그 과정에서 짧은 영어로 메일을 주고받은 것이 무척 즐거웠다.
내게 인스타그램이란 SNS를 잘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글이나 관계 위주가 아닌 사진 위주의 단순한 인스타그램이 눈에 들어왔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어 태그도 열심히 달아가며 즐기고 있다.
도전하고 싶은 작업 내 그림이 여행에서 시작된 만큼 기회가 된다면 여행관련 작업을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 몇 년 안에 형태, 장르와 무관하게 내 이야기를 담은 단행본 작업에도 도전하고 싶다.
@seeouterspace | 윤예지
작업의 시작 그림을 그린 지도 이제 꽤 되었기 때문에 축적된 경험이 많다. 그것들이 어떤 순간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어떤 형태로 구체화된다. 예를 들어 감정이 흔들릴 때의 상태를 빠르게 드로잉으로 뽑아내는데, 그때 즉흥적으로 나오는 형태가 있다. 그것이 이후에 그림을 그릴 때 다듬어져 캐릭터로 이어지기도 한다.
작품의 특징 그림 안에 들어 있는 아이디어와 이야기들, 그리고 작업의 밀도를 그리고 쌓는 데 축적된 시간이 내 작품의 특징을 만들어준다.
영감을 주는 것 충분한 잠, 여행에서 발견하는 풍경, 관계에서 은밀하게 변하는 감정 선, BBC 자연 다큐멘터리, 귀여운 동물들, 시집과 가사의 단어와 문장에서 영감을 얻는다. 작은 낙서나 메모 하나가 타이밍을 잘 만나 큰 형체로 진화하는 것을 종종 목격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알뜰히 모아두려 한다.
작업에 있어 중요한 가치 스타일보다 중요한 건 아이디어다. 그림을 그릴 때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내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를 충분히 숙지하고 작업에 임해야 순탄하게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무민의 작가 토베 얀손(Tove Jansson)의 세계를 존경한다. 그림과 캐릭터뿐 아니라 그 안의 이야기들이 정말 매력적이다. 최근 BBC에서 만든 토베 얀손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녀의 삶이 그녀의 작업 전반에 깊이 녹아 있음을 알게 되었고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작업에 대한 반응 영국 유학 시절에 한 포털 사이트에 인터뷰 기사가 실린 적 있다. 포털 사이트인 만큼 이런저런 악플도 많았는데 그중 ‘이 사람 마약했구먼. 유학 생활 중에 흔한 일이지…’라고 쓴 게 보였다. 친구들과 함께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내게 인스타그램이란 인스타그램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전혀 모르는 팔로워가 많아지면서 그림과 작업 과정 사진의 비중이 커졌다. 홍보의 목적보다는 나의 순간순간을 올리는 목적으로 쓰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포맷이 정해지고 다른 부가적인 기능이 없어서 깔끔하고 편하게 볼 수 있어 편리하다.
도전하고 싶은 작업 아이들 그림책에 도전 중이다.
@soyoungli | 이소영
작업의 시작 원예학을 공부했고, 막연히 식물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식물화를 그리는 선생님께 드로잉을 배우면서 평생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재미를 느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식물세밀화가를 채용하는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입사해 매일 식물세밀화를 그리고 있다.
작업의 특징 주관을 드러내기보다 대상의 형태를 정확히 기록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식물세밀화를 ‘그린다’고 하지 않고 ‘기록한다’고 표현한다. 식물세밀화는 식물학 안에서 그림으로 식물종의 형태를 기록하는 ‘기록물’이기 때문이다.
영감을 주는 것 작업실 근처에 광릉숲이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인 만큼 다양한 식물종이 자생하는 곳이다. 곤충, 조류, 동물, 파충류, 양서류 등도 풍부하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이곳에 가서 숲을 관찰하고 느끼고 온다.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가 ‘관찰’이기 때문에 식물을 직접 키우면서 형태의 변화를 관찰한다. 작년에 발간한 세밀화집 <허브>도 자생식물이 아닌 경우는 모두 직접 키우면서 관찰하고 그림으로 기록한 결과물이다.
작업에 있어 중요한 가치 정확한 기록을 위해 직접 식물을 수집해서 그린다. 식물 생체를 직접 수집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표본으로, 또 국내에서 표본을 얻기 어려운 경우에는 국외에서라도 표본을 수집한다. 작업 습관 정확한 기록을 위해서는 색채 또한 정확해야 하기 때문에 채색화의 경우엔 낮에 햇빛 아래서 작업한다. 채색화를 인쇄물로 만드는 경우에도 인쇄 과정에서 색이 변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더 까다롭게 확인한다.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무츠코 나카지마(Nakajima Mutsuko)를 좋아한다. 25년 동안 식물만 그려온 원로 식물세밀화가인데, 수십 년간 한 종류만 기록해낸 집요함과 끈기를 닮고 싶다.
작업에 대한 반응 펜촉에 잉크를 묻혀서 가장 오래된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니 많은 사람이 내 그림을 보고 옛날 사람이 그린 그림 같다고 말한다.
내게 인스타그램이란 식물세밀화 작업을 할 때, 결과물 말고도 그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기록되는 것들이 있다. 기록할 식물 말고도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숲의 모습, 버섯과 곤충 등이다. 식물세밀화 작업과는 별개의 기록들이고, 완벽히 의도한 작업물이라기에는 조금 모자라는 이러한 기록들을 가볍게 공개하기에 좋다. 사람들에게 자연을 이야기하는 방법 중 하나다.
도전하고 싶은 작업 육종 무궁화 품종을 그리고 싶다. 무궁화는 국화이지만 중국 원산의 식물이다. 병해충이 잦고 진드기가 많아 관상용으로 좋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잘 재배될 만한,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많은 무궁화 품종을 육종하고 있다. 첫사랑, 눈보라, 옥토끼, 사임당 등의 이름을 가진 무궁화들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육종한 것들이다. 이들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싶다. 이건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minzo.king | 김민조
나의 그림 소개 원래 여자 누드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면서 꾸준히 그림을 올렸고, 어느 날 여자 가슴이 노출된 그림을 재미있게 풀어서 올렸는데 평소와는 다른 팔로워들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그 그림을 계기로 야한 그림을 더욱 적극적으로 그리게 되었다.
야한 그림의 매력 누구나 색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드러내느냐 숨기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내가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그림으로 풀면서 희열을 느낀다.
영감을 주는 것 TV나 인스타그램에서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를 보는 것은 큰 영감이 된다. 그 외에도 나와 친구들의 연애, 어제 나눈 대화, 내가 보고 들은 음악 등 모든 것이 영감이 된다.
작업에 있어 중요한 가치 야한 그림을 그리지만, 너무 노골적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야하지만 귀엽고 위트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또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정형화된 스타일에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매번 새로운 느낌을 내보려고 노력한다.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엄유정 작가의 그림을 사랑한다. 단순하게 보여도 따뜻함과 위트가 묻어 있다. 그의 선에는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아방의 그림도 좋아한다. 예전에 그에게 그림을 배우기도 했었고 동갑내기 친구지만 그녀의 행보는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작업에 대한 반응 많은 사람이 응원해준다. 가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여자’가 야한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 흥미로워하고 대단하다고 말해준다. ‘더 센 걸로 부탁한다’, ‘저도 이 자세 좋아해요’ 등 댓글을 통해 다양한 해석을 보는 재미가 있다.
내게 인스타그램이란 팔로워들의 즉각적인 반응이 재미있다.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혼자서 그릴 때보다 확실히 동기부여가 되고 더 열심히 그리게 된다. 매일 업로드를 하려고 하는데 바빠서 못 올리는 날이면 불안할 때도 있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 중독인 것 만큼은 분명하다.
도전하고 싶은 작업 핸드폰 케이스와 티셔츠 작업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첫 번째 책 <귀엽고 야하고 쓸데없는 그림책>에 이어 두 번째 책을 만들고 싶다. 주제는 연애에 관한 것이다. 나의 긴 짝사랑과 수많은 소개팅, 현재의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싶다. 첫 번째 책은 그림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그림으로 채워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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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조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