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전설의’ 셰프 사라베스 레빈
뉴욕 셀러브리티들의 단골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사라베스가 미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에 첫 지점을 오픈했다. 한국을 찾은 ‘전설의’ 셰프 사라베스 레빈은 인터뷰 10초 전까지 주방에서 에그 베네딕트의 가니시를 체크하느라 분주했다.
먼저, 한국에서의 레스토랑 론칭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어요.
환상적이에요! 레스토랑은 연극 무대 같은 곳이죠. 홀에 있는 직원들이 무대 위 배우라면, 주방 직원들은 그 무대 뒤에서 움직이는 스태프예요. 두 파트 간의 호흡이 잘 맞아야 멋진 작품이 나오고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두 파트 간 소통이 아직 어색한 게 사실이에요. 앞으로 아름다운 무대로 만들어야겠죠.
잼 같은 가공식품으로만 선보이던 사라베스라는 브랜드가 이제 갓 만든 따듯한 음식으로 고객과 만나게 됐어요.
제가 그저 병 안에 든 잼만 만드는 사람이 아닌 걸 보여주는 게 기쁘죠. 브랜드 사라베스를 한국 고객들이 온전하게 모두 누릴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어요. 지금 이 레스토랑 안에서 제 음식을 먹는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것도요.
이미 일본에는 사라베스 레스토랑이 진출해 있죠. 일본과 한국의 차이점을 혹시 감지했나요?
고객들이 달라요. 일본에는 4개의 레스토랑이 있고, 곧 도쿄역에 1개가 더 생길 예정이라 이미 사라베스의 마니아가 무척 많죠. 한국은 아직 시작단계니 일본과 비교하기는 일러요. 레스토랑 사업은 생명체 같아서 아주 많은 것의 영향을 받아요. 시간과 참을성이 필요해요.
‘사라베스에 가면 에그 베네딕트’라는 공식이 생길 정도예요. 셰프로서 아쉬운 점도 있겠죠?
에그 베네딕트는 모두가 사랑하는 메뉴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고객들은 에그 베네딕트를 마주하면 행복해하고, 저 역시 브런치 메뉴를 사랑하니까요. 하지만 사라베스 레스토랑에 에그 베네딕트만 있는 건 아니란 걸 얘기하고 싶어요. 그건 사라베스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답니다.
주메뉴가 브런치라는 이유 때문에 그것이 주는 정서가 ‘집밥’, ‘엄마 손맛’ 같은 느낌도 있어요.
오, 엄마들은 이렇게 요리 못해요(웃음). 그들은 너무 바쁘고 피곤하니까요. 특히 에그 베네딕트 같은 메뉴는 엄청난 테크닉을 요하는 음식인걸요. 집에서 그런 걸 만들 순 없어요. 대신 사라베스 레스토랑에 아이들을 데려와서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은 음식이라는 건 어느 정도 맞는 얘기네요.
뉴욕의 사라베스 레스토랑이 내놓는 디너 메뉴가 인정을 받기 시작하고, ‘사라베스는 뭐든 잘한다’는 평이 많더군요.
사라베스는 시작부터 베이커리이자 브런치 레스토랑이었어요. 잼과 빵을 만들다가 아침, 점심 메뉴로 이어졌죠. 브런치 메뉴가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디너가 더 주목받기도 하지만요. 브런치나 제빵 브랜드란 인상이 강해서, 디너까지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거든요. 뉴욕 본점에서도 디너 메뉴가 안정화되기까지 무척 힘든 과정이 있었어요. 더군다나 한국의 사라베스 레스토랑은 백화점에 자리한다는 특수성 때문에 저녁 8~9시까지만 문을 열기에, 가볍고 신선한 프렌치 메뉴 위주로 디너를 구성했답니다. 샐러드, 햄버거, 스테이크 등이 있는데, 특히 연어 샐러드는 최상급 연어를 쓰기 때문에 꼭 한번 맛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사라베스를 운영하며 35년 동안, 터닝 포인트가 된 사건이 있나요?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고객들의 요구로 계속 확장하고 또 확장해왔을 뿐이에요. 그저 일에 빠져 고객의 말에 귀 기울였을 뿐이고요. 새 레시피를 만들고, 공간을 늘리고, 지속적으로 성장해왔죠. 이 과정에서 포인트는 사람이에요.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랍니다. 혼자의 업적이 아니라 많은 셰프와 요리사, 홀 직원들이 함께 사라베스에 애정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죠. 직원들을 제 가족으로 생각하고, 그들이 열심히 일해 안정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 시간이었어요. 그걸 성공적으로 해왔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레스토랑은 생명체라서 사람들이 모이면 현장의 온도가 바뀌고,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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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그래퍼
- 정성원
- 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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