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부탁해 <2>

올해는 또 어떤 것들이 우리를 웃고 울게 할까? 문화계에서 뛰고 나는 사람들에게 2014년의 소식을 미리 들어보니 1년도 부족하게 느껴진다. 당신을 가장 설레게 하는 뉴스는 무엇인가? 이들의 예상은 적중할까?

ART

디자인 시장에 부는 바람
해외 디자인 시장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가면서 국내 디자인 시장 역시 다양한 방향으로 그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국내 디자인 시장이 빈티지 디자인에서 컨템퍼러리 디자인으로 확고히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남동 ‘g 갤러리’, ‘디자인 메소드’처럼 큐레이터와 디자이너가 함께, 또는 디자이너 그룹들이 자체적으로 오픈한 갤러리에서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 뉴욕을 베이스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그룹 션(Sean)은 지 갤러리 소속 디자이너로 체스, 카지노 룰렛 등 다양한 게임을 차용한 디자인 가구를 선보이며 가구 디자인의 색다른 변신을 시도한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장민경은 본인의 사진을 이용한 카펫, 커튼, 벽지 등의 디자인 작품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고, 런던 RCA 출신의 디자이너 김기현은 제품뿐 아니라 소재 자체를 개발해 실용성 있고 인체에 편리한 디자인 가구를 디자인 메소드를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이렇게 재기발랄한 디자인 작가들이 두각을 보이는 만큼 2014년 국내 디자인 시장에서는 볼륨감 있는 가구에서부터 작은 디자인 소품, 주얼리, 오브젝트 등 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디자인 아이템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도움말 정승진(독립 큐레이터)

미술 시장 예상도
최근 미술계의 가장 큰 이슈는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활약이었다. 홍콩은 정부가 발벗고 나서 아시아의 문화허브를 목표로 한 서구룡 문화지구 개발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싱가포르와 중국도 국가 차원의 미술산업에 대한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미술시장의 중심지를 자연스럽게 아시아로 옮겨오고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성장과 변화에도 탁월한 시너지 효과를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좋은 기류를 타고 2014년이 한국은 물론, 아시아 미술시장의 성장에 있어 결정적인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도움말 백다현(서울옥션 미술품 경매팀)

장 샤오강이 온다
장 샤오강이 2014년 대구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대구미술관 김선희 관장은 세계적인 아시아 작가들을 다시 본다는 취지로 야요이 쿠사마에 이어 장 샤오강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샤오강은 중국 미술계를 넘어 세계적인 스타 작가로 자리 잡았다. 2011년 4월 소더비 홍콩 경매에 나온 작품 ‘영원한 사랑’은 약 114억원에 낙찰되며 중국 현대미술 작품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작가는 캔버스에 인물의 얼굴을 크게 배치한 뒤 혈연을 연상시키는 붉은 선으로 인물들을 연결하곤 하는데 그 인물들은 묘한 매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급변하는 중국의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한 그의 작품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전시 알정에 맞춰 대구를 찾는 방문자 수도 늘어날 것 같다. – 도움말 김승권(독립 큐레이터)

신진 작가들
조대원 조대원은 ‘Acrobat’라는 주제로 다양한 사물의 무게중심을 아슬아슬하게 지탱하는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일상의 사물에서 시작해 장소 특성적인 요소와 결합하고, 관람객을 전시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등의 참신한 시도와 열정이 흥미롭다. – 권정민(대림미술관 수석큐레이터)
전소정 미디어, 설치작가인 그녀는 현재 삼성문화재단 후원작가로 선정되어 파리 시테에 입주해 있다. 미싱사, 줄광대, 해녀 등 동시대 특정 인물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내는 그 섬세한 시선이 놀랍다. – 윤두현(갤러리 기체 대표)
금혜원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는 작가의 작품에 관심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사진을 매체로 작업하는 금혜원 작가의 작품이 재미있다. 공사장의 가림막을 대상으로 한 작품, 쓰레기 처리장 등을 대상으로 한 작품은 마치 우리의 가려진 욕망을 들추어내는 듯하다.- 기혜경(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강예신 페인팅, 드로잉,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마치 동화 속 이야기를 전달하는 듯한 상상적 내러티브를 함축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최근에는 다양한 소재를 통해 보다 입체적이고 탄탄한 구성의 ‘책장 시리즈’를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 김은경(아뜰리에아키 대표)
우국원 개념적, 사회 비판적 내용을 다루는 작품들이 넘쳐나는 이 시점에서 회화적이면서 즉흥적으로 작업하는 작가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우국원 작가는 소설이나 동화 또는 성경 속에 등장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캔버스 화면을 즉흥적으로 채워나가며 주목받고 있다. – 이유영(살롱드에이치 큐레이터)

MOVIE

김우빈 대세론
최근 영화와 드라마 제작자, 감독, PD, 작가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이름이 바로 김우빈이다. 김우빈이 먹히는 이유는 많다. 주요 문화 소비층인 여자들이 그를 섹시하다고 느낀다. ‘꽃미남’ 마스크는 많지만 김우빈처럼 개성 있는 얼굴은 흔치 않다. 모델 출신의 큰 키는 스타일에서도 유리하다. 게다가 또래 연기자들에 비해 연기를 잘한다. 드라마 한류가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는 지금은 그만큼 국내 시장이 중요해졌는데, 김우빈은 지금 시대가 원하는 배우가 되었다. 요즘 업계의 고민은 그에게 어떤 여자 배우를 붙이냐는 것이다. 20대 초중반 여자배우가 기근이다. 즉, 20대 여자 배우 중에서는 김우빈처럼 눈에 띄는 존재가 없다는 거다. – 도움말 오광희(본 팩토리 대표)

새해에도 하정우
한 온라인 미디어에서 PD 영화제작자 매니저 연예부 기자 등 업계 종사자 200명에게 2014년 최고의 영화 기대작을 묻는 설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건 윤종빈 감독의 <군도 : 민란의 시대>였다. 이제는 하정우가 무엇을 찍느냐가 바로 최고 기대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고 영향력을 자랑하는 스타와 최고의 티켓 파워를 지니고 있는 배우, 최고의 작품을 자랑하는 배우를 뽑는 질문에서도 모두 1위는 하정우였다. 하정우와 강동원이 함께 출연하는 <군도 : 민란의 시대>에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게다가 그는 감독과 주연을 맞는 <허삼관매혈기>의 촬영도 앞두고 있다. 작년은 하정우의 해였다. 올해도 하정우의 해가 될 것 같다. 하정우의 질주는 계속된다. 요즘 하정우는 ‘민머리’인데 바로 <군도 : 민란의 시대>의 의적 돌무치를 연기하느라 그렇다. – 도움말 오현우(칼럼니스트)

블록버스터 소식
2014년에도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어디 한번 살펴 보자. 러셀 크로가 주연을 맡은 <노아>는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영화다. <블랙 스완>의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연출로도 화제가 되었는데, 최고 수준의 특수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일리언의 침공을 받은 지구에서 근무 중 전사한 주인공이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는 톰 크루즈가 출연했다. 새로운 스파이더맨이 된 앤드류 가필드의 두 번째 작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도 올여름 개봉 예정인데, 새로운 적은 일렉트로다. 적의 이름에서 눈치 챌 수 있듯 이번 스파이더맨의 임무는 ‘전기’와 관련이 있다. 올해도 마블 히어로물은 계속될 예정이다. 캡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시리즈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은하계를 배경으로 한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가 그것이다. 조지 클루니가 각본감독주연을 맡은 <모뉴먼츠맨: 세기의 작전>도 기대를 모은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히틀러의 악행을 막기 위한 군인 7명의 실제 활약상을 그렸다. 조지 클루니를 비롯한 맷 데이먼, 빌 머레이, 존 굿맨, 케이트 블란쳇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다 모였다. 기존 <엑스맨> 배우들이 다시 모인 총집합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사람과 유인원의 대결을 그린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도 올해 기대를 거는 대작으로 손꼽힌다. 이 밖에도 다시 영화 팬 앞에 나타난 <고질라>와 등의 영화도 상륙 대기 중이다. – 도움말 배지선(칼럼니스트)

전도연의 선택
영화에서 여배우가 중요한 작품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 영화는 언젠가부터 남자들의 스크린이 되고 있다. 2014년에 기대되는 작품으로는 <협녀 : 칼의 기억>이 있다. 방은진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한 것을 제외하면 전도연은 한동안 조용했다. 또 전도연이 출연할 작품도 딱히 없어 보였다. 그런 전도연이 마음먹고 선택한 듯한 작품이 <협녀 : 칼의 기억>이다. 작년 9월 크랭크업한 <협녀 : 칼의 기억>은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전도연은 당대 최고의 여자 검객을 맡았는데, 이 영화를 위해 3개월 동안 액션 스쿨에서 무술 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박흥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협녀 : 칼의 기억>은 이병헌이 국내 영화로는 <광해> 다음으로 선택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들이 함께 맞추는 호흡을 기대할 수밖에. 아직도 촬영이 진행 중인데, 들리는 소문으로는 내년 가을 개봉 예정이다. – 도움말 손익청(영화 사진작가)

시간 여행을 떠나다
한국 영화 기대작의 키워드는 바로 ‘사극’이다. 대작 영화들이 일제히 과거를 배경으로 선택한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이라 관심이 쏠린다. 현빈의 복귀작으로 단숨에 주목받은 <역린>은 정조 암살을 다룬다. <명량 : 회오리바다>는 충무공 이순신의 명량해전을 영화화했다. 단 12척의 배로 3백여 척의 왜구를 무찌른 바로 그 전투가 스크린에서 생생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군도: 민란의 시대>와 전도연, 이병헌의 <협녀 : 칼의 기억>은 고려말을 배경으로 한다. 김남길과 손예진의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은 조선 건국 무렵 옥새를 둘러싼 소동을 그린다. 고래가 옥새를 삼켰다나 뭐라나. 황정민과 김윤진은 <국제시장>을 택했다. 6.25전쟁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윤제균 감독의 영화다. – 도움말 정진우(칼럼니스트)

재개봉, 이유 있어요
재개봉은 계속된다. 극장가에는 계주하듯 재개봉 영화가 등장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역작 <러브레터>부터 왕가위 감독의 수작 <화양연화>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로맨스부터 드라마, 액션까지 개봉영화 장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를 보고 또 보는 관객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일까? 좋은 작품을 다시 감상하는 아름다운 관람 문화가 도래한 것일까? 그런 점도 있겠지만, 진짜 이유가 있다. 재개봉 영화가 ‘돈’이 된다. 엣나잇필름의 최유리 대리는 말했다. “유명한 영화니 마케팅 비용이 적다. 그에 비해 반응이 괜찮아 수익이 난다.” 엣나잇필름은 재개봉작 <노킹 온 헤븐스 도어>를 배급했다. 관객 수가 수입을 증명한다. <레옹>은 4만여 명이 봤다. <러브레터>는 그보다 못하지만, 3만여 명 봤다. 보통 독립영화가 개봉할 때 관객 수 1만 명이 넘으면 축하파티를 연다. 유명 영화 재개봉 판권 가격이 아주 저렴하진 않지만, 베팅할 만하다. 또한 개봉 수익이 전부가 아니다. 재개봉 판권에는 IPTV 등 새로운 부가 판권도 포함돼 있다. 예전에 개봉작은 극장 판권과 비디오 판권만 팔린 거다. 늦깎이 개봉이지만 <라붐>이 개봉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인터넷이 낳은 새로운 부가판권 시장이 있으니까. 한동안 이 흐름은 이어질 거다. “작은 수입사가 많이 생겨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영화의 재개봉 판권, 부가 판권을 구매한 곳이 많다. 계속 풀릴 거다.” <화양연화>를 홍보한 아담스페이스 김은 대표의 말이다. 아무렴 어떠랴. 좋은 영화를 큰 화면으로 다시 관람할 기회가 생긴 건 환영할 일이다. 우선 <러브 액추얼리>와 <동사서독>부터. – 김종훈(<아레나> 피처 디렉터

BOOK

좋은 소설? 잘 쓴 소설!
문학계의 새로운 스타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다. 요즘 손보미를 모르면 소설계의 간첩이나 다름없다. 그러니까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손보미를 모른다면 지금 당장 그녀의 첫 단행본 <그들에게 린디합을>을 구해 읽기 바란다(간첩 발언은 농담, 소설 발언은 진담). 손보미의 소설은 이제까지 한국 소설의 흐름에서 몇 발자국 비껴나 있다. 그녀는 소설을 ‘잘’ 쓴다. 우리는 심정적으로 ‘좋은’ 소설을 찾으려 애썼다. 그것을 대충 듣기 좋은 소리로 ‘리얼리즘’이라고 해두자. 문학이 다루어야 할 변방의 사람들, 문학이 쓰다듬어야 할 소외된 삶을 진정성 있는 태도와 문체로 소설화하는 것이 좋은 소설의 방향이었다. 그것은 1980년대 사회적 문제에 돌직구를 날리던 시절과, 1990년대 소설이 개인의 문제로 눈을 돌리던 시대, 2000년대 메타 서사와 중첩 서사가 난무하던 시기에서 어느 정도 통용되던 대전제였다. 때는 2010년대하고도 중반이랄 수 있는 2014년, 우리 소설도 변화의 길목에 와 있는 것이다. 변화의 길목에 앞장서서 동전도 줍고 빵 봉지도 버릴 소녀가 바로 작가 손보미다. 영미권을 중심으로 한 질 좋은 외국 소설이 출간 후 1년이 되지 않아 국내로 소개되어오는 이때, 잘 짜인 플롯과 섬세한 테크닉이 한국 소설을 부활시킬 것이다. 이미 뛰어난 스킬을 가진 그녀에게 어떤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이다. 깊이의 세계에 끌려가지 말고, 그저 춤사위처럼 현란하고 복잡한 소설을 쭉쭉 써나가길. – 서효인(시인)

왜 ‘남자’를 읽는가
남자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는 건 여자가 남자보다 똑똑하기 때문이다. 증거? 여자는 책을 읽는다. 남자는 안 읽는다. 뭐,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건데, 실질적으론 절대적이다. 여자, 그 중에서도 이삼십대 여자가 출판 시장을 좌우한다. 남자에게 책은 골치 아픈 존재다. 하물며 돈을 내고 책을 사는 일은, 허허,남자는 바보라서…. 출판사 편집자들에게 여자는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다. 여자에게는 영원히 정복되지 않고 영원히 이해되지 않는 대상이 있다. 남자다. 남자는 천방지축이다. 여자는 똑똑하고 진지하다. 그래서 그들은 남자를 이해해주려고한다. 그들은 남자에 관해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한 출판사의 여자 편집자가 찾아와서 말했다. “남자에 관한 책을 내세요.” 내가 물었다. “왜요?” 그녀가 대답했다. “남자들은 왜 잘못을 해놓고 되레 소리를 지르죠?” 대답을 떠올리다 보니, 남자는 정말 이상한 놈들이었다. 나도 남자지만, 어, 그러네, 남자, 뭐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자에게도 남자는 어이없는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 따위 남자들을 여자들은 이해하려고 한다. 놀랍다. 2013년엔 출판시장이 일년 내내 겨울이었지만 출판계의 희망은끝내 ‘여자’가 아니었을까? 남자는 여자한테 잘해야 한다. 남자가 궁금한 건 고작 여자의 몸이지만, 여자는 남자의 모든 것을 알고자 하기 때문이다. – 이우성(<여자는 모른다> 저자)

코드는 ‘삼사십대’
2013년 출판계에는 느닷없다는 듯 문학의 바람이 거셌다. 도무지 빠져나갈 길 없을 것 같은 불황에서 그나마 선전이었다는 것이 중론이긴 하지만, 어쨌든 문학이 얼어붙은 독서 시장과 출판계에 활력이 되어주었음을, 독자들을 다시 서점으로 불러들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에는 돌아온 무라카미 하루키, 절대 인기 베르나르 베르베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김영하, 신성 정유정, 거장 조정래 등이 있었고 시에서는 불멸의 시인 이성복,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김소연과 이병률, 새로운 세대 황인찬과 박준, 서울시의 하상욱 등이 있었다. 이 외에도 많은 소설가, 시인들이 훌륭한 작품들로 문학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독식하는 장관을 목도하게 해주었으니, 사실 그 배후에는 새로이 중요성이 부각된 삼사십대 독자들이 있었다. 도무지 움직여줄 것 같지 않던, 자신만의 취향을 다잡고 있던 이들이 움직인 것이다. 내년, 2014년의 핫 키워드는 바로 이들이다. 독서시장이라고 하는 편협한 판의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이 주 고객층의 활약 여부에 따라, 2014년 온오프라인 서점과 전자책과 종이책의 생사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더불어, 이들의 취향이 앞으로의 향방을 결정할 것인 바, 꾸준히 에세이 등 공감 영역이 넓은 장르가 인기를 얻겠지만, 문학의 인기 연장 역시 무시하지 못할 바가 분명하다. 새로움을 갈망하는 독자들의 목마름을 해결해줄 자기계발서의 등장도 지켜볼 일이다. 아무튼, 드디어, 그들이 돌아왔다. 그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 유희경(시인, 편집자)

    에디터
    피처 에디터 / 허윤선, 피처 에디터 / 조소영, 피처 에디터 / 이마루
    아트 디자이너
    Illustration | Cho Kum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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