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왔어요

최초라는 단어에는 설렘이 있다. 이번 여름에는 ‘최초’로 기록될 전시 세 편이 모습을 드러낸다.

의 포스터.

<세상을 변화시키는 발상>의 포스터.

미스터 브레인워시, 찰리 채플린.

미스터 브레인워시, 찰리 채플린.

로이터 사진전, 로이터 클래식. FAB - RTRRZJS

로이터 사진전, 로이터 클래식. FAB – RTRRZJS

먼저 예술의 전당과 한겨례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로이터 사진전 : 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전부터 시작해보자. 세계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로이터의 역대 주요 걸작을 한자리에 풀어놓는 사진전이다. 전시장의 구성은 잘 짜인 앨범과 비슷하다. 출품작은 로이터(Reuter)의 각 알파벳에서 착안해 여섯 개의 주제로 나뉜다. 20세기의 기념비적 사진들을 소개하는 로이터 클래식(Reuters Classic), 인간의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감정의 기록들을 보여주는 이모션(Emotion), 인간의 문명과 자연이 다채로운 구성과 색감으로 모자이크를 이룬 유니크(Unique)와 지구여행(Travel on Earth), 로이터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을 기록한 리얼리티(Reality), 시대의 정치 사회적 현안을 휴머니즘의 시선으로 바라본 스포트라이트(Spotlight) 섹션이 잇따라 관객을 맞는다. 서울의 역사도 빠지지 않는다. 1987년, 서울 신촌 연세대 정문 앞에서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피 흘리며 쓰러지는 대학생 이한열의 모습은 시대의 아픔을 비춘다. 결국 드라마를 완성하는 건 휴머니즘을 통한 일상의 기록, 그 자체임을 실감할 것이다. 전시는 9월 25일까지, 길게 이어진다.

서울 한남동 디뮤지엄은 현재 영국 디자인계의 얼굴이 된 천재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의 첫 한국 스튜디오 전 <세상을 변화시키는 발상>을 마련했다. 디자인 거장 테런스 콘란이 ‘우리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극찬한 바 있는 헤더윅은 1994년 스튜디오를 설립한 이래 2012년 런던의 뉴버스 디자인, 2010년 상하이엑스포 영국관을 디자인하며 세계적인 화제를 낳았다. 가구와 제품 디자인, 도시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적인 혁신 디자인 프로젝트 사업들을 잇따라 벌이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오는 10월 23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헤더웍 스튜디오가 21년간 세계 곳곳에서 선보인 작품들 가운데 엄선한 26개 주요 프로젝트 과정이 드로잉, 프로토타입, 테스트 모형, 실물크기 구조물, 사진, 영상 등과 함께 펼쳐진다. ‘2010 상하이 엑스포’에서 ‘씨앗 대성당’으로도 불린 ‘영국관’, 런던시의 의뢰로 50년 만에 새로 디자인된 ‘런던버스(2012)’, 204개 참가국을 위한 꽃잎 모양의 성화봉을 디자인한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올림픽 성화대’ 등 수작이 탄생한 아이디어의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창의성과 융합적인 사고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지금, 그 전형적인 사고의 모델을 보여준다.

이른바 스트리트 아트로 불리는 길거리 예술의 대가 미스터 브레인워시의 아시아 첫 단독 전시회도 즐거운 일이다. 6월 21일부터 9월 25일까지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안의 아라모던아트뮤지엄에서 펼쳐지는 <Life is Beautiful>전을 살펴보자. 그는 스트리트 아트의 거장 뱅크시가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의 주연을 맡았고, 마이클 잭슨의 <엑스케이프>와 마돈나의 <셀러브레이션> 등 앨범커버 작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시장에는 10여 년간 LA, 뉴욕, 마이애미, 런던 등지에서 선보인 그의 대표작과 미공개 작품들, 국내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된 신작 등 300여 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높이 2.4m, 가로 10m에 이르는 거리예술 작품 2점과 <스타워즈>의 워커로봇을 형상화한 3m짜리 작품 등 대형작품만 30점 이상 등장한다. 작가는 미술관을 화폭 삼아 페인팅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미술관은 거리의 무대처럼 꾸밀 계획이다. 영화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하이라이트 필름과 작품의 여정을 축약해 보여주는 영상관도 흥미롭긴 마찬가지다.

    노형석(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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