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의 여왕
매일 밤 열 시부터 새벽 네 시까지. 미나토 가나에가 글을 써 내려가는 시간이다.
첫 장편 <고백>의 대성공 이후, 미나토 가나에는 데뷔작에 얽매이지 않고 꾸준하고 성실하게 글을 썼다. 그 결과 마쓰 다카코가 열연한 영화 <고백> 외에도 <야행관람차>와 <왕복서간> 등 작품 대부분이 영상화됐다. 특히 드라마 <꽃사슬>은 나카타니 미키, 도다 에리카 등 유명 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면과 영상을 넘나들며 사랑받는 작가, 미나토 가나에. 장편 소설 <리버스>의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그의 2박3일의 여정에 함께했다.
이번이 첫 번째 한국 방문이다. 어떤 인상을 받았나?
건물과 거리 풍경이 일본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한국 사람들은 친근하고 활기찬 오사카 사람과 닮은 것 같다. 사진 촬영할 때 독자분들이 친밀하게 바로 옆에 붙어 서는 점도 그렇고.
신작 <리버스>는 친구의 죽음의 비밀을 공유하게 된 인물들의 이야기다. 결말의 마지막 문장이 강렬한 반전을 선사하는데, 어디에서 모티브를 얻었나?
<리버스>는 맨 처음부터 결말을 정해놓고 써 내려간 이야기였다. 마지막 설정을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했고, 나는 설득력 있는 설정과 트릭을 더해나갔다.
중학교 배경인 <고백>처럼 <리버스>에도 친구 사이의 서열이나 사람의 등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과 일본사회에서 도드라지는 정서라는 생각도 든다.
<리버스>에서 말하고 싶었던 건 사람 사이의 등급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보다는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에 대해 실제로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었다. 성인이 되어 만난 관계 중에는 핸드폰을 잃어버린 순간 연락할 방도가 없어지는 경우도 꽤 흔하니까. 격차를 생각한다면 우정은 성립할 수 없다. ‘저 사람이랑 대등해지고 싶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친구가 아닌 거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등장인물마다 느끼는 죄책감의 크기가 모두 다르다.
이런 감정의 격차를 실제로도 느낀 적이 있나?
개인적인 경험은 없다. 하지만 불행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소설을 통해 독자들이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떨까, 다른 사람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등,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건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상상력을 기르면 좋겠다. 사건이나 역경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당신의 소설에 극단적인 상황이 종종 등장하는 것은 그 때문일까?
현실에서는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경찰, 주변인 등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도록 도와주는 존재들이 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그렇지 않다. 상황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상상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하게 된다. 사실 그 점이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고, 해결책을 찾는 것. 내 생각도 그렇다(웃음).
300만 부 넘게 판매된 <고백> 이후 다양한 작품을 썼다. 당신의 어떤 책을 읽었느냐에 따라 독자역시 작가에 대한 인상이 달라질 수 있다. 납득하기 힘든 평가도 있나?
‘이야미스(읽고 나면 기분이 찝찝해지는 미스터리 소설)의 여왕’이라는 평가를 받을 때 다소 난감하다. <꽃사슬>을 포함해 결말이 따뜻한 이야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타이틀이 누군가 내 책을 읽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다양한 작품이 더 알려졌으면 한다.
워킹맘이다. 일본 역시 한국만큼 엄마나 아내 역할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결혼 이후 소설가로 데뷔했는데 이해를 구하기가 어렵진 않았나?
가족들이 많이 이해를 해준다. 반찬 하나를 푸짐하게 내놓는 편인데, 아이가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반찬 개수가 많더란 이야기를 했을 때 좀 곤란했다.(웃음) 사실 이런 질문은 남자 작가라면 받지 않을 질문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베스트 마더 상도 수상했다. 주부들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스스로 몰아세우는 면이 있는 것 같다. 베스트 마더 상은 워킹맘에게 주는 상으로 스포츠 선수나 아나운서, 배우 등 다양한 여성이 수상한다.
<리버스>를 제외하면 소설의 주인공이 대부분 여성이다. 여자 캐릭터는 지능적인 복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체력적으로도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그려볼 생각은 없나?
완력이 센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액션 소설은 다른 작가에게 맡기고 싶다. 그보다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은 사람의 약점을 잡아 심리적으로 몰아세우는 여성 캐릭터다. 상대방이 자살하고 싶을 정도로!
중소 도시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주로 쓰는 것은 당신이 작은 도시에 살기 때문일까?
도쿄에 살고 있는 작가들은 이미 많다. 그리고 대도시가 아닌 작은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나?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신을 만나니 미스터리 소설 작가에 대한 선입견이 완전히 깨지는 기분이다.
분노, 질투 등 마이너스적인 감정은 누구나 있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을 그냥 감정적으로 낭비하고 싶지 않다. 분노는 어떻게 보면 굉장한 힘이다. 나는 그걸 이야기와 책 속에 쏟아붓고 싶다.
- 에디터
- 이마루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Gimmyoung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