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컬처 키워드 <영화>

한 해의 마지막을 지나는 지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지구가 소란하다. 이럴 때 문화며 예술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삶을 견디게 하는 건 즐거움과 아름다움이다. 2016년, 우리가 누린 문화와 예술.

movie

무서운 신인
예고된 성공이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프로젝트가 발표된 후로 사람들은 줄곧 ‘하녀’ 역을 맡은 김태리의 존재를 궁금해했다. 김민희를 비롯해 하정우, 문소리, 조진웅 등 쟁쟁한 배우 사이에서도 김태리의 매력은 눈에 띠었다. 차기작은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국 리메이크 작이다.

여자들의 영화
올해도 상업 영화는 온통 남자 배우로 가득했다. 그 와중에 이따금 단비 같은 영화가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손예진의 <비밀은 없다>로, 손예진이 전에 없던 캐릭터로 영화의 중심이 되어 이끌어나간다. 공효진, 엄지원의 <미씽 : 사라진 영화>도 기대를 모은다.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은 감독과 주연 배우가 모두 여성이라는 것.

곡성

되살아난 영화 담론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그동안 흥행 순위를 달린 영화들과는 맥을 달리한다. 영화는 시종일관 어둡고, 관객은 영화가 끝날 무렵까지 누가 악이고 선인지 알 수 없어 주인공과 함께 갈팡질팡한다. 인간의 근원적 공포와 믿음에 대해 다룬 이 영화는 관객들의 맹렬한 담론을 이끌었는데, 제각기 영화에 대한 분석을 내놓으며 한동안 <곡성>의 신드롬을 이어갔다. “미끼를 물어분 것이여” 등 다양한 유행어를 제조했다.

좀비 떼의 역습
올해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둔 <부산행>과 여러 면에서 올해의 영화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을 <곡성>에서 주인공들은 좀비를 피해 달렸다. 먼저 <부산행>은 올해 국내 흥행 1위를 차지했는데,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설국열차>를 밀어내고 역대 해외 흥행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엄청난 추가 수익을 거두었다. 그동안 ‘한류’에서 영화는 뒤처졌던 게 사실. 칸 국제영화제 필름마켓을 통해 156개국에 판매된 <부산행>은 홍콩,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호주와 프랑스에서도 역대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 수익을 갱신했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나라가 상당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부산행>의 수익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공유-손예진

흥행의 왕
공유 공유는 올해 흥행 순위 부동의 1위인 <부산행>과 <밀정>으로 흥행 왕좌에 등극했다. 

흥행의 여왕
손예진 여배우가 끌어가는 영화가 거의 드문 가운데 손예진은 <덕혜옹주>와 <비밀은 없다>로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표흥행 성적표
흥행 10위 안에 든 한국 영화는 모두 여덟 편으로 올해도 한국 영화의 흥행 강세가 이어졌다. <아가씨>와 <귀향>은 각각 약 430만, 3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한국 영화 흥행 순위 9위, 10위 안에 들었다.

다양성 영화 흥행 순위
대형 상업 영화 틈에서 선전한 다양성 영화는?

작고빛나는 영화들작고 빛나는 영화들
크기와 상관없이 빛나는 영화가 있었다. <우리들>은 사랑하고 미워하며 관계를 맺어나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러므로 영화의 제목은 ‘너희들’이 아닌 ‘우리들’일 수밖에 없다. <죽여주는 여자>는 노인 상대의 성매매로 생계를 잇는 ‘박카스 아주머니’와 소외된 노인을 다루며, <4등>은 수영이 좋지만 늘 4등을 하는 초등학생 준호를 내세워 1등을 강요하는 사회의 멍을 보여준다. 한예리, 권율, 이와세 료가 서촌에서 펼치는 <최악의 하루>는 서울의 여름을 싱그럽게 담으며 우리의 일상을 투영했다.

OST의 아름다움
정가를 소재로 채택한 <해어화>는 한효주와 천우희의 조합과 영상미에도 흥행 참패를 면치 못했다. 아쉽게도 영화 속에 등장한 아름다운 곡도 함께 묻혔다. 하지만 정가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배우들이 직접 부른 ‘계면조 평거(사랑 거즛말이)’와 ‘조선의 마음’ 등 오리지널 스코어는 올해의 영화 음악으로 손색없었다. 음악은 이병훈 감독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멋지다, 우성 씨
“이해충돌은 어느 시대에나 있어요. 그 시대의 기득권 세력이 무언가를 요구하고, 그 요구에 저항하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는 하는데, 신경 쓰지 마세요. 그들이 만든 거지 우리는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거니까.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런던한국영화제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정우성이 한 말.

귀여움주의

귀여움 주의
겉모습에서 귀여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40대 두 아저씨가 ‘러블리’의 대명사가 될 줄이야. <부산행>의 마동석은 올해 에뛰드하우스 등 광고계의 요정으로 뛰어올랐고, <곡성>에서 시종일관 ‘효진아!’를 외쳤던 곽도원은 <아수라> 홍보차 출연한 <무한도전 – 신들의 전쟁> 편을 통해 ‘곽블리’로 등극했다. 마동석은 샤이니 민호와 함께 <두 남자>를 선보일 계획. 한편, 톰 크루즈는 <잭 리처 : 네버 고 백>의 홍보차 한국을 찾아 변함없이 성실하고 다정한 팬 서비스를 남겼다. 빈손으로 와서 미안하다는 팬에게 사인을 해주며 한 “당신이 와준 게 선물(You came that is a gift)”이라는 말에 수많은 영화 팬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어쩌면 놓쳤을지도 몰라, 이 영화
1<라우더 댄 밤즈> 어머니가 자살로 생을 떠난 후 균열된 가족과 어머니 그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폐부를 들여다본다. 제시 아이젠버그, 이자벨 위페르 등 좋은 배우의 연기가 더해졌다.
2<동주> 힘든 시대를 산 청년 예술가의 삶. 시인 윤동주와 그의 잊혀진 사촌 송몽규의 가려진 삶이 흑백 필름 위에 펼쳐진다.
3<스포트라이트>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에 빛나는 영화로 미국 가톨릭 보스턴 교구의 성추행 스캔들을 폭로한 <보스턴 글로브> 탐사보도팀의 실화를 다룬다. 담담하게 언론의 역할과 힘을 조명한다.
4<트윈스터즈> 한국에서 태어나 각각 미국과 프랑스에 입양되어 자란 쌍둥이들.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만나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다. 자매가 직접 제작과 연출, 출연을 맡았다.
5<본 투 비 블루> 재즈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뮤지션 쳇 베이커의 파란만장한 인생. 에단 호크는 이 역을 위해 쳇 베이커의 연주 호흡과 목소리, 표정을 연구했다고.

패셔니스타

영화 속 패셔니스타
전설로 남은 영화 속 패션의 결정적 장면 셋.
<검사외전> 강동원 죄수복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건 반칙이다. 최신 데님 룩을 연상시키는 죄수복이라니, 이로써 강동원은 패션의 완성은 얼굴과 몸이라는 격언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아가씨> 김민희 시각적인 황홀함을 안겨준 <아가씨>. 상속녀답게 레이스와 실크로 장식된 섬세한 의상을 장면마다 바꿔 입었다.
<곡성> 황정민 살을 날리는 무당으로 분한 황정민의 이 키치한 패션은 많은 사람의 패러디를 낳았다. 특히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의 패러디는 싱크로율 98%를 자랑했다.

    에디터
    허윤선, 전소영, 정지원
    포토그래퍼
    Kim Eun 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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