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키 워터하우스와 포피 제이미의 ‘팝앤수키’
수키 워터하우스와 포피 제이미가 LA를 점령했다. ‘파티 걸’로 LA를 들썩이게 한 그녀들의 다음 종착지는 팝앤수키라는 이름의 새로운 액세서리 왕국이다.
영국인인 수키와 포피가 서로 알게 된 것은 타지인 L A에서였다. 포피는 TV 프로그램 진행자로, 수키는 모델 겸 배우로서 각자 커리어를 쌓기 위해 LA로 터를 옮기면서 둘의 인연은 시작되었다(최근 수키는 릴리 제임스와 함께 영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Pride and Prejudice and Zombies)>에 출연했고, 영화 <앱솔루틀리 패벌러스(Absolutely Fabulous: The Movie)>에 카메오로 등장하기도 했다). 수키는 타미 힐피거, H&M, 버버리의 모델로 대중에게 더 잘 알려져 있지만 포피도 만만치 않은 커리어를 갖췄다. 19세에 영국 ITN TV의 리포터를 시작한 이후 MTV, ITV2에서도 활동했으며 이후, 최초의 스냅챗 토크 쇼인 <필로우 토크 위드 포피(Pillow Talk with Poppy)>를 시작했다. 최근 그녀는 자존감 향상을 위한 앱 ‘해피 낫 퍼펙트(Happy not Perfect)’ 를 출시하기도 했다. 촬영장에서 수키가 차분하고 침착했던 반면, 포피는 열정 넘치는 모습이었다. 둘은 아웅다웅 서로를 놀리면서도 촬영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수키가 세심하게 포피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수키와 포피는 둘 다 점성술에 관심이 많아 자지러질 듯이 웃을 때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대화는 별자리를 주제로 흘러갔다. 가령 사자자리 남자와 양자리 남자 중 누가 나은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식이었다. 둘은 LA의 친구 집에서 함께 살기도 했다. 방은 난장판이었지만 룸메이트끼리만 나눌 수 있는 친밀함을 서로에게 느꼈다고. 물론 침대도 같이 썼다. 수키는 “방이 난리였죠. 정말로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포피가 “역겨웠어요”라는 말과 함께 이야기를 덧붙였다. “하루는 수키가 밤새워 영화를 찍고 아침 6시가 돼서야 집에 왔는데 몸이 온통 가짜 피와 진흙, 모래로 도배된 채였어요. 수키는 그대로 침대에 들어가 잠들었고 제가 잠에서 깨면서 ‘이거 좀 기분이 이상한데’라고 생각할 정도였다니까요.”
이렇게 카오스 같은 생활은 둘이 팝앤수키(Pop&Suki)라는 이름으로 액세서리 사업을 시작하는 데 단초가 되었다. 팝앤수키의 가방과 주얼리의 특징은 다양한 용도와 기능을 갖췄다는 거다“그. 건 우리의 정돈되지 않은 생활을 반영한 거예요”라고 포피가 설명했다. “일과 휴가로 여행을 많이 하고, 물건이 또 굉장히 많기 때문에 언제나 공간이 비좁았죠. 그러니 열 가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제품 하나가 필요해요. 때론 목걸이로, 아니면 팔찌나 초커로도 쓸 수 있는 하나의 액세서리나 페스티벌에도 어울리면서 이브닝 룩에도 어색하지 않은 가방 같은 거죠.” 촬영을 앞둔 수키 워터하우스와 포피 제이미는 속옷만 걸친 채 스타일리스트가 준비해온 옷을 살펴보고 있다. 프린의 핑크색 퍼 코트를 걸쳐보기도 하고, <세서미 스트리트>의 캐릭터, 쿠키몬스터를 연상시키는 미우미우의 파란색 퍼 슈즈를 구경하며 감탄을 늘어놓기도 했다. 물론 아찔한 높이의 아쿠아주라 플랫폼 샌들을 신고 워킹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스태프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는 분주한 촬영장에서 그녀들은 평상시 집에서 밤 외출을 준비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물론 주위에는 어림잡아도 2만 달러어치의 옷과 구두가 있었다. 둘은 거리낌없이 가십거리를 공유하며 옷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중간중간 인스타그램을 확인하는 것도 빠트리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는 화장과 머리를 하는 동안에도 이어졌다. 헤어드라이어가 돌아가는 소리 사이로 지난밤 외출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4시가 돼서야 집에 왔다니까.” 드라이어 소리에 수키의 목소리가 잠시 묻혔고이어 포피가 낄낄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야망
수키 모델과 배우 일을 하면서 누가 나의 가치를 알아주고 그걸 증명하기까지는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나이가 들면서 온전히 내 것인 게 갖고 싶더라고요. 운좋게 성공할 수 있었지만 저는
계속 외로웠어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고, 같이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죠. 그렇게 팝앤수키가 탄생하게 된 거예요.
포피 정말 열성을 다했어요. 그 어떤 것도 노력을 대체할 수 없잖아요.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오늘보다 더 열심히 할 순 없었어’라는 생각이 들면 행복해요.
수키 최근 2년만큼 열심히 살아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제 부모님은 두 분 다 의욕이 넘쳐요. 절대 저한테 ‘너는 하나님의 선물이야’라는 식으로 말하는 법이 없고, 오히려 가혹한 편이에요. 저를 더 밀어붙이시죠. 제겐 오롯이 내 것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다른 사람이나 혹은 남자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내고 싶어요.
LA에서의 삶
수키 LA에서 같이 살 때 말도 안 되는, 초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일이 많았어요. 하루는 늦게까지 놀고 집에 함께 돌아왔는데 그때….
포피 그때 어떻게 그런 일이 있었지?
수키 둘이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가 친구가 머무는 호텔에 가게 되었어요. 그 방에는 피아노가 있었고 이엘 제임스가 있었죠.
포피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쓴 작가요.
수키 지금껏 만난 사람 중 제일 유쾌한 사람이에요.
포피 그런데 누군가가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죠.
수키 굉장히 아름다웠어요. 정말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밤이었죠. 포피랑 저는 둘 다 LA에 빠져 있었어요. 이런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죠. 사실, 알고 보면 다 대단한 사람들이거든요.
포피 엄청난 감독과 배우 사이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해요. “지금 매우 정상이야. 별일 아니지”라면서요. 그러고 나선 둘이 화장실로 뛰어가서 “말도 안 돼. 그 배우 진짜 잘생겼지!” 이러는 식이에요.
소셜 미디어
포피 우리 모두는 외적으로 인정받는 것에 중독되어 있어요. SNS에서 ‘좋아요’를 받으면 도파민 수치가 수직 상승하잖아요. 근데 사람들이 SNS에 올리는 것은 실제 삶과 매우 달라요. 저는 이런 게 자존감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수키 실제 삶과는 극도로 다르죠. SNS 속의 삶이 모두 왜곡되어 있어요. 모두 다 인터넷상의 사람들에게 ‘나는 완벽하다’라는 걸 보여주려는 거죠.
포피 저도 마찬가지예요. 저도 제 사진에 필터를 넣고 더 멋져 보이려고 해요. 하지만 SNS에서 제 사진을 본 사람들은 제가 최악의 날을 보냈어도 그 사실을 모르죠. SNS 피드가 실제 삶과 일치하지 않다는 걸 저도 알아요.
수키 조금도 비슷하지 않죠. 하지만 저 역시 다른 사람의 SNS 계정을 보다가 생각해요. “저 여자처럼 살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 바보 같죠. 아마 제 계정을 보는 사람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할 거라 생각해요.
포피 누군가가 그러더라고요. “다른 이의 정원을 보지 말고 네 잔디밭을 가꿔라.” 남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계속 생각해요.
수키 맞아요. 비교하지 마요. 의미 없잖아요.
사랑과 데이트
수키 우리는 둘 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샐리예요. 우리는 서로와 결혼했어요. 포키 한 남자와 데이트를 두 번 연속해서 하지 못해요. 말도 너무 많아서 애프터 신청을 받은 적이 없어요. 앱을 써도 마찬가지예요. 그런 걸로는 얘기를 잘 못하는 편인가 봐요.
수키 라야(‘The Illuminati Tinder’라고도 불리는 데이트 앱)라는 앱을 써요. 제 여동생 이미도 쓰고요. 꼭 데이트를 한다기보단 얘기를 많이 나눠요. 언젠가는 저도 헌신적인 사랑에 빠져 아이를 갖고 싶겠죠. 싱글로 사는 지금의 삶도 만족하지만 사랑에 빠진 순간을 자주 상상해요. 하지만 지금은 오직 나를 위해서 일을 하고 있고,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포피 싱글로 살았던 지난 몇 년이 정말 행복했어요. 여자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까요.
수키 혼자 집에 있거나 남자친구와 함께 있을 때보다 더 큰 즐거움을 주죠.
포피 여자친구들에게 투자하자! 그게 제 모토예요.
페미니즘
수키 아직 사람들의 인식이 더 개선되어야 하지만, 페미니즘은 확산되고 있는 것 같아요. 더 강인해진 느낌을 받아요, 정말로요. 여성으로 살기에 참 좋은 때예요.저도 제 친구들도 남자보다 열등하다고 느끼지 않아요.
그리고 여성으로서 제 역할이 하나뿐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모델이나 배우 또는 사업가, 뭐든지 될 수 있죠. 그리고 저를 단 하나의 모습으로 규정하고 싶지도 않고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많은 일을 하고 싶어요.
포피 여성들이 여성을 응원하길 바라요. 한 예술가에게 들은 얘긴데 지금 영국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 걸린 작품 중 반이 여성 예술인의 작품이래요. 대단하죠?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 작품을 구매할지 여부는 여성에게 달려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동감해요. 물론 친구들의 행보에도 응원을 보내죠. 칼리 클로스가 모델 일을 하는 틈틈이 코딩을 배우는 것도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요.
수키 서로를 신나게 응원하는 거죠.
포피 맞아요. 서로 ‘파이팅, 힘내라!’ 해주는 거예요.
수키 테일러 스위프트랑 카라 델레바인 사이처럼.
포피 제시카 알바도요!
수키 정말 대단하죠.
포피 스타일리스트 레이첼 조도 정말 엄청나죠. 빅토리아 베컴도 ‘스파이스걸’의 멤버에서 이젠 패션계를 장악하는 존재가 됐잖아요. 이런 게 여성을 신나게 하는 일들이죠.
최악의 패션
수키 포피는 행사에서 찍힌 제 사진을 보고 늘 웃다 쓰러져요.
포피 웃느라 바닥을 구르기도 하죠.
수키 포피가 제가 입은 옷 중 최악이라고 꼽는 스타일이 있는데, 그 옷을 입은 사진을 볼 때마다 자지러지면서 웃어요.
포피 전 이제 짧은 드레스는 잘 안 입어요.
수키 아니야. 넌 늘 짧은 드레스만 입잖아! 저번에 우리 집 왔을 때 입은 게 짧은 드레스였어.
포피 그래, 알았어. 사실은 다른 옷이 별로 없어서.
수키 그런데 넌 짧은 드레스 입는 게 멋져 보여. 다리가 예쁘잖아.
포피 고맙다, 친구야.
그 밖의 짧은 질문들
-밤에 나가 논다면 누구와?
포피, 수키 (동시에) 카라 델레바인이요.
포피 엄청 재미있어요. 카라 없이 노는 건 상상할 수 없어요. 놀다 어떻게 될지 상상도 못할걸요.
-가장 기억에 남는 파티는?
포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파벨라(Favela)에서 열린 파티는 처음이었어요.
수키 아침 8시까지 펑크 뮤직을 듣고 자기 전까지 웃었죠.
-좋아하는 술은?
수키 마가리타요.
포피 오 맞아요, 마가리타 좋아해요.
최신기사
- 포토그래퍼
- Thomas Schenk
- 모델
- Suki Waterhouse, Poppy Jamie
- 스타일리스트
- 카렌 프레스턴 (Karen Preston)
- 헤어
- 알랭 피촌(Alain Pichon)
- 메이크업
- 샤론 도우셋 (Sharon Dowsett)
- 네일
- 린제이 맥인토시 (Lyndsay McInto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