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의 달콤한 휴가
지구에서 가장 바쁜 아이돌 그룹인 엑소의 리더 수호. 스위스 실트호른의 설경과 고즈넉한 취리히를 오가며 보낸 달콤한 휴가.
어쩌면 커다란 선글라스를 쓰고 주변의 시선을 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수호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흔한 볼캡조차 쓰지 않고 공항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은 모든 여행이 끝나고 다시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 밖에도 수호와의 스위스 여행은 ‘엑소의 멤버라면 분명 이럴 것이다’라는 예상이 틀렸다는 걸 하나씩 알려주었다. 세계적 스키 휴양지 실트호른에서도 틈이 나면 짐(Gym)을 찾는 바른 생활 아티스트였고, 그냥 바라만 봐도 아찔한 알프스 산봉우리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할 만큼 담대한 모험가였다. 과거와 현재가 마주하는 취리히의 호숫가에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 조깅을 하고,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취리히의 현대미술관 쿤스트하우스를 말했다. 쿤스트하우스가 소장하고 있는 고흐의 자화상 앞에서 수호는 한참을 있었다. 그렇게 실트호른과 취리히를 오가면서 지구에서 가장 팬이 많은 엑소 리더의 맨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무엇이든 좋은 건 멤버 그리고 팬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다정함까지. 인터뷰는 우리의 두 번째 목적지였던 취리히로 향하는 기차에서 이루어졌다. 창밖으로 스위스가 시시각각 표정을 바꾸고 있었다.
ㅡ벌써 일정의 반이 지났어요. 이번 여행은 어떤 의미예요?
유럽에 자주 오지 않은 데다가 스위스는 사람들이 모두 가보고 싶어 하는 나라라서 기대를 많이 했어요. 이번 기회에 풍경을 느끼고 공유하고 싶어서, 카메라를 새로 살 정도로 설렜습니다.
ㅡ촬영도 하고 있으니 완전한 여행은 아닌데요. 이곳에 올 때 일 하러 간다는 느낌이었어요? 아니면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었어요?
확실히 일하러 간다는 느낌은 아니었어요.(웃음) 스위스에서 화보를 찍는다는 게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니까요. 화보 촬영 겸 여행을 하는 기분? 한 순간 한 순간이 즐거워요. 너무 좋은데요?
ㅡ어떤 여행을 좋아해요? 휴양형? 아니면 액티비티형?
저는 액티비티를 좋아해요. 자연과 경치를 느끼는 것을 좋아해서 지난 1월에는 미국에 가서 그랜드캐니언을 찾았죠.
ㅡ안 그래도 어제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싶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어땠어요? 고도가 높아서 20분이나 날았잖아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하늘에서 보면 엄청난 장관이죠. 대자연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순간. 그런데 제가 중간에 소리를 막 질러서 그게 영상에 다 담겨 있을 것 같아요. 다음에는 멤버들과 스키 타러 오고 싶어요.
ㅡ멤버들에게 스위스 사진을 보내주기도 했어요?
단체방에 올렸어요. 그런데 놀러 가서 올린 사진은 반응이 약해요. (웃음) 반면 촬영 중에 일하고 있는 걸 찍은 사진에는힘 ‘ 들겠다’ ‘힘내라’고 하죠.
ㅡ하하. 멤버들이 이번 스위스 화보는 일로 생각해주지 않나요?
그럴걸요? 백 퍼센트! 찬열이가 눈 사진을 보냈길래 저는 클래스가 다른 풍경을 보여줬죠.
ㅡ새해가 된 지 얼마 안 됐는데, 언제부터인가 항상 새해를 엑소와 맞고 있더라고요. 가요대전을 하면 항상 맨 마지막에 나오잖아요? ‘끝판왕’처럼 말이죠.
네, 되게 부담 되는데… 저희가 엔딩에 거의 항상 서더라고요.
ㅡ무려 4년 동안 아닌가요? 어떤 기분이 들어요?
감사하게도 4년 연속 대상을 받게 돼서 거의 마지막에 무대에 섰던 것 같은데 점점 부담이 돼요. 다른 좋은 선후배 가수분들의 무대를 많이 봤기 때문에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 이 상에 부끄럽지 않은 무대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들거든요.
ㅡ‘엑소가 또 전설을 썼다.’ 이런 헤드라인도 이제 익숙한가요?
올해도 저희에게 엄청난 숙제가 되는 해가 되지 않을까 해요. 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래 지나도 좋은 가수로 기억되고 싶기 때문에 한 해, 한 해가 중요한 것 같아요. 회사는 물론 멤버들끼리도“올 해만 잘하면 돼”라는 말을 3~4년째 하고 있어요.
ㅡ상이 발표되면 수상하기 전에 멤버들끼리 머리를 모으고 잠시 시간을 갖잖아요? 그때에는 무슨 말을 나눠요?
수고했다, 내년에도 잘하자. 이런 말을 많이 해요.
ㅡ수상 소감을 담당할 때가 많은데, 미리 준비하는 건가요?
준비를 어느 정도는 하죠. 대학 입시 때 선생님께서 그러셨어요.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정답이다, 만들어진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없다. 데뷔 초에는 너무 외운 대로 이야기해서 사람들이 아나운서 같다고, 인간미가 없다고 했거든요. 그때부터는 무대 올라가기 전에 5~10분 생각하면서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것을 많이 말하려고 해요. 멜론뮤직 어워즈에서 젝스키스 선배님들 무대가 너무 감동적이어서, 미리 준비한 수상 소감을 다 엎고 그때 느낀 것을 바로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ㅡ엑소가 출연하는 방송이나 자체 브이앱을 보면 팀에서 진행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멤버들과 토크를 진행하는 건 어떤가요?
더 부담이 돼요. 멤버들이 제가 진행을 재미있게 못하면 핀잔을 주고, 장난을 치거든요. 그런 게 재미있는 요소가 되는 것 같아요. 백현이가 맨날 주도하는데, 삶의 낙이 저를 놀리는 게 아닐까….
ㅡ하하! 백현 씨도 같이 올걸 그랬어요.
솔직히 말하면, 장시간 비행기 타는 걸 힘들어하는 멤버도 꽤 많아요. 그래서 휴가 때 아시아 지역을 잘 못 벗어나요. 서울을 못 벗어나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ㅡ엑소 앨범을 들어보면 음악적으로 점점 성숙해지는 게 느껴져요.
멤버들도 개인적으로 많이 성장하고 있고, 저희 곡을 수집하는 A&R팀이 열심히 해주세요. 저희 각자도 음악 쪽으로 계속 공부를 하고, 찬열이도 굉장히 열심이에요. 음악적 성장은 저희와 SM A&R팀이 함께 성숙해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희 의견도 점점 더 많이 반영되고 있고요.
ㅡ이번 앨범에서는 어떤 곡에 의견이 반영되었어요?
타이틀 곡 ‘Lotto’도 그렇죠. 다른 곡도 있었는데 6대4 정도의 의견으로 이 곡이 타이틀이 됐거든요. 다른 곡은 더 소년스러운 느낌이어서 재작년쯤 하면 좋았을 것 같은데, ‘Lotto’는 뭔가 더 성숙한 남자의 느낌이 많이 났죠. 쿨한 느낌을 내고 싶어서 이 곡을 선택했어요.
ㅡ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방향성이 있나요?
그건 모든 멤버가 동의할 거예요. 특히 안무면에서 성숙하고 쿨한 느낌을 낼 수 있는 곡을 원했던 것 같아요. 멤버들이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면, 저는 전체적인 의견을 수렴하죠.
ㅡ이번 앨범에서는 특히 수호 목소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발라드 넘버가 많았던 것 같아요. ‘백색소음’ 같은 곡도 그렇고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연습생 때에는 주어지는 것만, 시키는 것만 한 것 같아요. 멤버들이나 친구들 중에도 자기만의 멋을 내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녹음된 제 목소리를 많이 들으면서 저만의 멋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저는 연습생 생활도 참 길었는데, 연습생 때보다 데뷔하고 나서 실력이 더 늘었어요.아무래도 연습생 때 기초를 잘 다져서 그런 것 같아요.
ㅡ사실 댄스 멤버는 아니었는데, 댄스에서도 성장이 느껴지던데요?
댄스는 아니죠. 지금도 아닌데요?(웃음)
ㅡ‘Monster’ 때에는 아주 멋있는 독무 파트를 추잖아요!
그 안무가 되게 힘든 안무예요. 다른 멤버들도 어려워해요. 느낌으로 충만해야 하는데 제가 그런 ‘필’이 부족해서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런데 콘서트를 계속하다 보면 힘이 빠지고, 가끔은 너무 ‘필’이 들어가서 망
가지고, 또 의상에 따라 안무 느낌도 달라지고요. 최근의 시상식 무대는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ㅡ엑소는 데뷔 때부터 멋진 안무를 보여주고 있죠. 상당히 어려워 보이는데, 지난 <무한도전>과의 컬래버레이션을 보니 이틀 만에 안무를 다 익히더라고요? 모두들 천재인가요?
하하. 많이 하다 보니까 비슷한 동작이 있어서 예전보다는 안무 익히기가 수월한 건 사실이에요. 저는 좀 욕심이 나서 개인 레슨을 받고 있죠. 자주는 못하고 시간 날 때마다 하고 있어요.
ㅡ유독 배우기 어려웠던 안무도 있나요?
‘Lucky One’이요. 사람들은 그 안무가 쉽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무대에 서면 체력적으로 힘들어 죽을 것 같고, 멋있게 하기 힘든 동작이 많아요. 제가 존경하는 안무가인 토니 테스타와는 ‘중독’과 ‘늑대와 미녀’를 했는데, 차라리 그건 합만 잘 맞으면 어렵지 않거든요. 저는 ‘중독’ 안무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노래도 콘셉트도 다 마음에 들어요.
ㅡ스위스에 도착해서 솔로 곡 ‘커튼’이 발표되었잖아요? 어떤 곡일까 재빨리 들어보니 재즈풍의 부드러운 곡이더라고요.
제가 그런 느낌을 원해서 작곡가님이랑 얘기를 많이 하고 오랜 시간 동안 준비했어요. 한 가지 악기에 목소리를 얹고 싶어서 피아니스트분과 컬래버레이션을 했고요. SM스테이션은 뭘랄까, 아주 상업적인 프로젝트는 아니에요.
ㅡ이 곡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 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엑소에는 백현, 디오, 첸이라는 뛰어난 보컬이 있지만 수호라는 아티스트도 있다는 걸 한번쯤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운 좋게 좋은 곡을 만나서 하게 됐습니다.
ㅡ최근에 엑소 멤버들의 개인 활동이 많이 늘어났죠?
멤버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실력도 많이 늘었기 때문에 시간이 나면 하려고 하고 회사에서도 많이 도와주고 계세요. 드라마< 우주의 별이>도 제가 연기를 하고 싶어서 하게 되었어요. 영화나 드라마의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어서 찾고 있었거든요.
ㅡ저도 <우주의 별이>를 9회까지 보고 왔습니다. 연예인 이야기라 공감하는 장면이 많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어린 아이들이 “우주다!” 그러면 “내가 니 친구야?” 하는 장면처럼 말이죠.
하하. 어린 친구들이 막 반말하면 하고 싶은 말이긴 하죠. 저도 “어, 안녕! 그런데 형에게 반말하지 말아줄래?”라고 한적은 있어요. 우선 우주가 가수 역할이라 제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어요. 무대에서 혼자 노래 부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런 건 자주 겪는 상황이죠. 차 타고 갈 때 매니저 형이나 회사분들이 조언을 하는 장면도요. 저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차단하지는 않지만. 우주랑 되게 비슷한 면이 많으면서도 달라요.
ㅡ어떤 면이 비슷해요?
사람은 누구나 밝은 면도 어두운 면도 있잖아요? 제가 제일 어두웠을 때, 기분이 최악으로 안 좋았을 때, 아주 까칠했을 때의 저의 모습을 빌려서 우주를 표현했어요. 그런데 우주는 항상 그 상태인 거예요. 제가 제일 기분 안 좋을 때가 우주에게는 아주 평범한 기분인 거죠.
ㅡ여자 주인공을 만나서 변하겠네요?
드라마가 길지 않아서 빨리 변해야 해요. 아마 지금 변했을 거예요.
ㅡ활동 때문에 학업을 중단했지만, 원래 연기로 한예종에 입학했죠.
제가 연습생이던 고3 때 다리를 다쳤어요. 1년 정도 춤을 못 춰서 당장 댄스 가수로 데뷔하기 힘든 상황이었죠. 그래서 그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연기과로 대학에 가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활동하면서도 연기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다 <글로리데이>를 만나서 연기를 다시 하게 되었죠.
ㅡ무대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나요?
무대와 달리 연기는 변수에서 오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야외 신인데 비가 와서 실내에서 즉흥적으로 촬영한다거나 하는 변수 때문에 더 잘 나오기도 하더라고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어요. 촬영장마
다 다른 감독님, 배우님들을 만나니까 매번 새로운 기분이 들어요.
ㅡ올해는 뭘 해보고 싶어요?
하….
ㅡ아니, 왜 깊은 한숨을….
연기 활동의 경우에는, 올해에는 영화든 드라마든 작은 역할로 좋은 선배님들과 작업해보고 싶어요. 자꾸 작품에서 말도 안 되게 제가 항상 주연을 하고 있거든요. 디오가 조정석 선배님과 연기할 때 너무 부러웠어요.
형들이랑 연기나 인생에 대해서도 얘기 많이 하고 공유하고 싶어요.
ㅡ친한 배우들이 많지 않아요?
변요한 형, 이동휘 형이랑 친한데, 촬영장에서 보는 게 아니니까. 만나면 반 이상이 연기 얘기, 영화 얘기예요. 서로 대본 봐주고요. 학교 졸업하거나 다니고 있는 동기 선후배들 만나면 연기 얘기밖에 안 하죠. 연기 연습할 때 학교 가서 연습하거든요. 그러면서 모르는 후배들도 만나죠.
ㅡ엑소의 다른 멤버들도 점점 연기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데,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자주 얘기하진 않지만, 응원을 많이 해줘요. 디오와 시우민 형이 촬영장에 귤과 비타민을 들고 응원을 왔죠.
ㅡ엑소로는 어떤 계획이 있어요?
어떻게 될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 때보다 많은 단체 활동을 하는 해가 될 거예요. 저는 인생을 ‘질량 보존의 법칙’으로 생각해요. 행복하면 불행한 일이 일어나고, 불행하면 행복한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지구상의 한 점일 뿐이니까, 일희일비 안 하고 마음 편하게 2017년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이건 제 스스로의 2017년 각오입니다.
ㅡ그나저나 다른 멤버 없이 혼자 있으니까 어쩐지 외로워 보이네요?
외로워요.(웃음)
- 에디터
- 허윤선
- 포토그래퍼
- Shin Sun H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