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셀비의 집

패션 디자이너, 모델, 뮤지션 등 크리에이터들이 사랑하는 사진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토드 셀비가 내한했다.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제목은 <즐거운 나의 집>. 늘 유쾌하게 작업하는 아티스트 셀비 자신을 오롯이 담고 있는 전시다.

한국을 찾은 토드 셀비.

한국을 찾은 토드 셀비.

_고양이가 그려져 있는 티셔츠를 입는 사진을 자주 봤다. 오늘 입은 옷에도 고양이가 크게 그려져 있다.
오늘 입은 옷에도 고양이가 크게 그려져 있다. 이 옷은 내가 직접 만들었다. 그 외에 티셔츠는 사서 모은 것들이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지만 고양이 이미지를 무척 사랑한다. 내게 고양이는 좋아하지만 가까이할 수 없는 사이다.

_기자회견 중 틈틈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매번 카메라를 들고 다닐 수 없으니, 일상적인 것은 여느 사람들처럼 휴대폰으로 촬영을 많이 한다. 어떤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을 하느라 그 상황에 집중하지 못하는 걸 안타깝다고 여긴다. 좋은 지적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다. 기록하는 것과 경험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기록하는 것 자체도 경험이 될 수 있지 않나.

_당신의 작업은 대부분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된다. 그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나?
자기 길을 고집하며 무리를 이루며 다니지 않는다. 그들은 세상의 트렌드나 추세도 따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나에겐 매우 흥미로운 사람들이다.

사진가 레츠 우드가 살고 있는 운하용 보트에서 찍은 사진.

사진가 레츠 우드가 살고 있는 운하용 보트에서 찍은 사진.

_집을 보면 대체로 그 공간의 주인이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인물과 공간이 이질적으로 느껴지거나 의외였던 적은 없었나?
내가 주로 찍은 사람들은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삶에서도 그들의 일이 드러난다. 그들의 일과 공간은 별개가 아니라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_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집으로 초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이 당신의 프로젝트에 선뜻 참여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다양한 이유가 있다. 내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2008년도였고, 그전까지는 잡지 사진작가로 일했다. 그 당시 인터뷰 사진을 촬영할 때, 난 그들의 집에서 찍길 원했지만 대부분 사적인 공간을 공개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하곤 했는데, 난 그게 조금 지겨웠다. 내가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사람들에게 집에서 하는 촬영을 제안했을 때 그들은 일종의 기념 촬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들은 그저 내가 하는 작업의 일부가 되며, 난 촬영을 하고 나서 사진을 미리 그들에게 공유한다. 자신이 어떻게 사진에 담길지 다 알기 때문에 더 편안해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잡지 촬영과는 다르게 다가갔던 것 같다. 나와 작업한 사람들 대부분이 나와 일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고, 대부분 이 프로젝트의 가치를 안다. 예술적으로 접근하고, 창조적이며 긍정적인 작업이라는 것도 안다. 촬영할 때 난 매우 빠르고 재미있게 하는 편이다. 나와 작업한 사람이 다른 친구들에게 나를 얘기하면서 이 프로젝트가 소문이 났다. 덕분에 수월하게 진행한 면도 있다.

재료를 직접 재배하며 요리하는 에릭 워너의 레스토랑에서 찍은 사진.

재료를 직접 재배하며 요리하는 에릭 워너의 레스토랑에서 찍은 사진.

_크리에이터들은 사적인 부분을 공개하는 데 소극적일 것 같다. 어떻게 설득하나?
한번 거절하면 다시 묻지 않는다. 단 한 번도 그들을 압박하고 조른 적은 없다. 물론 나중에 마음이 바뀐 사람이 역으로 나에게 제안을 한 적도 있지만, 내가 거절한 적도 있다.

_크리에이터뿐 아니라 서퍼나 셰프들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당신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관심사가 점점 확장된 덕분이다. 처음에는 집이었지만 나중에는 요리, 서핑 등으로 관심이 쏠렸다. 한 번은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를 사진으로 담고 싶어서 시도를 했지만 기밀 유지가 문제가 되어 실패했다. 아직까지도 허가가 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시도해보려고 한다.

실제 토드 셀비의 방을 재현한 전시 공간과 그의 일러스트가 전시되어 있는 공간.

실제 토드 셀비의 방을 재현한 전시 공간과 그의 일러스트가 전시되어 있는 공간.

_전시 중에 당신의 집을 재현한 ‘셀비 더 네이버’ 섹션은 마치 10대의 방을 보는 것처럼 어수선했다. 전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미니멀리즘과는 매우 다르다.
나는 화려하고 지저분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데, 이게 내 존재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같은 책의 영향을 받아 ‘심플 라이프’를 추구하며 정리정돈도 잘하고, 단순하게 사는 삶을 지향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내가 촬영했던 아티스트들 중에는 정리정돈을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창조적인 혼란 상태에서 일을 하는 편이다. 나 역시 그걸 독려하는 쪽이다. 만약 당신이 정리정돈을 못하는 것을 두고 엄마가 잔소리를 한다면 이 전시에 함께 오시라. “엄마~ 여기 와보세요, 성공한 아티스트의 방은 이렇게 어수선하답니다!”

_동영상, 사진 촬영은 물론 일러스트 작업도 한다. 그 기준은 무엇인가?
대상을 보면 동영상, 사진, 그림 등 어느 쪽으로 표현해야 할지 감이 온다.

_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내한이다. 한국 사람들과 작업할 의향도 있나? 
나는 한 번 갔던 곳에 다시 가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만나면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한다. 이 과정을 무척 좋아하는데 매우 천천히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상을 정할 때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한국은 디자인, 문화, 패션, 음식 등에서 선도적인 국가다. 나는 여기에서 내 작업의 좋은 대상을 구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_당신은 매우 긍정적이고 밝은 기운을 주는 아티스트다. 그 근간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당연히 부모님의 영향이 있다. 어릴 때 뒷마당에서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일곱 가지 일’을 재현하곤 했는데 부모님은 그걸 다 받아주셨고, 지원해주셨다. 나에게 예술은 무척 좋은 취미라고 말씀하셨다.

_흥미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 사람 집에 가고 싶나?
물론이다. 때때로 그의 집을 상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허구를 상상하는 것보다 진실을 보는 것이 더욱 강력하기 때문에 최대한 혼자 상상만 하는 것을 자제한다.

    에디터
    전소영
    포토그래퍼
    Seo Song E, Courtesy of Dealim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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