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안에서 이직하기

대안 없이 덜컥 사직서를 내기 전, 고려할 만한 선택지가 있다. 회사 내 부서 이동을 하는 것. 이직하는 것만큼 기분 전환도 되고, 퇴사하는 것보다는 안전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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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부서를 옮기기로 결심한 4인의 이야기

참을 수 없는 커리어 권태기 회사생활도 연애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함께한 시간이 길어지고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안정감이 들기도 하지만, 반면에 지루하고 지겨워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직장생활 5년 차에 접어들자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의욕과 의지는 점차 사라졌다. 팀장은 칭찬 대신 과중한 업무로 애정을 드러내는 스타일이었다. 이를테면 일 못하는 사람에게는 일을 주지 않고, 일 잘하는 사람에게 일을 몰아주는 식으로 말이다. 당연히 부작용이 있었다. 대충 일하고, 적당히 근무시간 때우는 이들에게 우리 팀은 ‘신의 직장’과도 같았고, 꾸역꾸역 일을 해내는 나 같은 사람은 일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 이 권태로운 환경, 거기에 적응하며 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절머리가 났다. 업계 최고로 인정받는 회사이기 때문에 퇴사를 하는 건 아까웠다. 그래서 난 부서 발령을 신청했다.

등 떠밀려 간 부서의 반전 2년 차일 때 갑자기 떠밀리듯 옆 부서로 발령받았다. 부서 실적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팀의 영업직 사원과 나를 맞바꾼 것이다. 팀 분위기도 무척 좋아서 팀장님 역시 “널 보내기 싫은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며 눈물까지 글썽이셨다. 팀장님은 내가 가는 팀이 비전 있는 곳이라며 위로했지만 난 우울하기만 했다. 팀원들과 추억도 많았고, 첫 팀이라 애정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뭔가 버려졌다 는 기분이 들어 새로운 부서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웠다. 내 가 능력 있는 사원이었다면 부서 발령을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퇴사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시간 이 지나고 새로운 팀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이전 팀에 비해 회 사에서 거는 기대가 커서인지 주목도가 매우 높았다. 그래 서인지 회사의 피드백도 빨라 일에 대한 성취감도 커졌다. 전 부서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쾌감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물론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꽤 걸리기는 했다.

믿고 의지하는 상사의 제안 회사 특성상 팀장이 부서를 옮기면 함께 일하던 사람 중 한 두 명을 같이 데려가는 경우가 있다. 팀장이 승진하며 더 좋 은 부서를 맡게 됐는데 그가 나를 향해 “머지않아 너도 나와 같이 일하게 될 것 같다. 이별이 길지는 않을 거야”라는 말 을 했다. 팀장의 부서 이동이 확정되면서 마음이 허전했던 건 사실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일 잘하는 사람으로 회사에 서 인정받고 있었기에 연차가 어린 내가 배울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선뜻 나에게 그런 제안을 하니 인정받 은 기분도 들었다. 그를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뿐이 었다. 물론 새로운 부서는 그동안 해온 일과 크게 관련성이 없어서 두렵기는 했지만, 회사에서 가장 믿는 상사가 가는 길이라서 그런지 고민을 오래 하지 않았다. 아직은 팀에 크 게 기여는 못해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적성과 무관한 업무 금융권에서 일하다가 일반 회사의 기획팀으로 이직을 했 다. 그런데 새로운 회사의 팀장이 단순히 금융권에서 일했 다는 이유만으로 “금융권에 있었으면 숫자 잘 다루겠네. 네가 예산 짜 라!”라고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닌가. 사실 금융권에서 일을 했을 뿐 내가 했던 일은 숫자와 동떨어진 일이었고, 적성에 심하게 맞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짜증이 났던 게 사실이다. 진지하게 항의도 여러 번 했지만 팀장 은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아 인사팀에 찾아갔다. 그때는 퇴사를 결심할 정도로 절박했고, 화도 났다. “숫자를 다루는 일은 내 적성에 맞지 않다. 팀을 옮겨주지 않으면 회사를 그만두겠다”라는 엄포에 인사팀에서 나를 다른 팀으로 발령했다. 경력직 면접을 볼 때 인사팀장에게 “숫자를 다루는 일은 나와 맞지 않다”라고 확실히 말한 게 통했던 것. 물론 그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팀장의 비아냥과 으름장을 다 견뎌야 했으니까.

PART 2 부서 이동 시 주의 사항

팀장 혹은 직속상사와 먼저 상의한다 팀을 옮기고 싶어도, 직속 상사가 다른 곳에서 그 이야기를 먼저 듣지 않게 한다. 고민 끝에 부서 이동을 결심하게 된다면, 우선 당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상사에게 먼저 털어놓는 게 좋다. 현재 고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고, 왜 현 부서를 떠나고 싶은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말한다. 그런 후, 인사팀과 상의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부서를 옮기고 싶은 이유가 현재 당신의 팀장과 잘 맞지 않은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팀장이 악질이라면 부서를 옮기려는 당신을 회사 밖으로 내몰 수도 있고, 다른 보복을 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땐 인사팀과 면담을 하며 먼저 당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결심을 굽히지 않는다 현 부서의 팀장이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 당신을 다른 팀에 보내기에 너무 아까운 인재라 여겨서일 수도 있고, 괘씸해서일 수도 있지만 이는 종종 생기는 일이다. 그러나 이미 이동할 부서 팀장, 인사팀과 이야기가 모두 끝난 상황에서 팀장이 당신을 놓아주지 않는다고 마음 약해져서 흔들려서는 안 된다. 업무를 줄여주겠다,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등과 같은 온갖 감언이설에 주저앉았다가 이도 저도 아닌 경우가 부지기수다. 설득에 못 이겨 팀에 남게 되면 다른 부서에 옮기려고 했다는 이유로 ‘괘씸죄’가 생겨 업무가 줄기는커녕 인사고과도 나쁘게 주는 치사한 팀장도 있다. 더욱 억울한 건 팀장이 잡았다고 해서 잡힌 당신이 우스워진다는 것. 부서 이동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면 뜻을 굽히지 말고 강력하게 당신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부서 이동의 목적을 확실히 한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부서 이동의 기회가 왔다고 한들 부서의 업무가 당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현재 소속돼 있는 팀도 싫고, 자리가 난 부서도 싫다면 일단은 다른 기회를 엿보는 게 더 현명한 처사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처음부터 원하지 않는 부서로 갔다가 적응하는 데 더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옮기고 싶거나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는 부서의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보는 것이 더 낫다. 물론 일단 부서 이동 자체가 목적이라면 일단 기회를 잡는 것이 좋다.

미리 밑밥을 깔아둔다 가고 싶은 부서가 있다면 최대한 그쪽 부서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친분만으로 부서 이동이 100%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원이 생겼을 때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팀 사람들에게 가고 싶다는 의지만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말고, 실질적인 조언을 얻는 것이 좋다. “내가 그 일을 하면 어떨 것 같아요?” “관심이 조금 있는데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방향이 잘 맞을까요?” 등 미리 논의해 보는 것도 좋다. 당신이 객관적으로 봐도 그 부서에 갈 자격이 되는지 파악하기에 훨씬 좋을 뿐 아니라 부서 이동하면서 면접을 볼 때 훨씬 수월 하다. 또한 당신이 꾸준히 그 팀과 관련 업무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 플러스 요인이 된다. 어디에서든 의지와 열정이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PART 3 옮기고 나니 알게 되는 것들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텃세 엄연히 타 부서에서 연차를 쌓았지만, 새로운 부서에서 당신은 그저 ‘뉴페이스’에 불과하다. 그래서인지 연차가 차이 나는 후배, 연차가 같은 동기들도 당신에게 텃세를 부릴 수 있다. 부서 분위기를 잘 모를 것이라 생각하고, 자기 일을 떠넘기거나 공유할 수 있는 정보를 잘 알려주지 않는 식의 텃세는 애교 수준이다.

배신자라는 낙인, 한 달도 못 간다 당신이 자진해서 부서를 옮길 경우 전 부서 사람들이 당신을 두고 배신 했다고 말할 수 있다. 팀을 옮기고 나서 갑자기 밝아진 당신의 표정, 한결 나은 얼굴을 보며 배 아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차피 그들이 당신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다. 적당히 무시하고 시간이 빨리 가길 바라시라.

옮기지 못할 수도 있다 부서를 옮기는 것도 회사 사정이 맞아야 가능하다. 징징대고 사정을 해도 여건이 맞지 않으면 부서 이동은 어렵다. 사내 공모에 지원하고, 인사팀 사람과 면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서를 옮기지 못해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럴 때는 마음을 다잡고, 다음 기회를 엿보는 것이 좋다. 당신이 간절하게 부서 이동을 원했다는 사실은 부디 비밀에 부치길.

인사고과는 무조건 중요하다 다른 회사에 경력직으로 지원할 때처럼 부서를 옮길 때도 레퍼런스 체크를 한다. 아무리 옮길 부서의 팀장이나 팀원과 친하더라도 부서 이동은 인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친한 사이일지라도 일로 엮이면 사람들은 냉정해진다. 일은 못하고 성격만 좋은 사람을 추천했다가 비난의 화살을 맞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그 사람 성격 좋아”는 “그 사람 일 잘해”와는 전혀 다른 말이며, 팀을 옮길 때 더 도움이 되는 건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구관이 명관일 수 있다 새로운 부서로 발령 났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오히려 조금 우유부단해도 성품 좋았던 상사가 그리울 수 있고, 단조롭지만 손에 익었던 그 일이 생각날 수 있다. 부서 발령은 개인의 입맛대로 나지 않는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이 사실을 감안하고 부서 이동을 결심하시라.

에디터
전소영
포토그래퍼
Kim Myung 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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