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와 함께한 일요일 오후
데뷔 10주년을 맞은 우리나라 대표 걸그룹의 멤버, 연기로 스토리와 감정을 전하는 배우 그리고 당대의 아이콘. 드라마처럼 너무나 완벽하기만 한 이 모든 이야기는 윤아의 것이다.
일요일 한남동의 한적한 길. 잠시 비가 내렸다가도 이내 바닥이 보송보송하게 마르는 날이었다. 촬영 장소인 스튜디오는 꽃과 미술 작품으로 가득했는데, 그럼에도 가장 아름다운 피사체는 당연하게도 윤아였다. 스태프로 가득한 스튜디오를 오가는 윤아에게서는 지금 방송 중인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의 산이 겹쳐졌다. “드라마 초반에 나오는 가벼운 산의 모습에 제 실제 모습이 많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편하고 저다운 모습이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라는 말처럼 말이다. 무대도 연기도 잘하는 윤아가 화사하게 웃던 오후만 있는 일요일이었다.
오늘이 일요일이니 내일이면 <왕은 사랑한다>를 볼 수 있겠어요. 왜 이 작품을 선택했어요?
사극은 제가 도전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는데, <왕은 사랑한다>의 산은 그런 생각을 없애주는 캐릭터였어요. 제가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어떤 부분이 그렇죠? 사극이지만 산이 현대적인 여성의 면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가요?
그런 것 같아요. 수동적이지 않았고, 감정선이 다양해서 제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어요. 스토리도 신선한데 기존의 삼각관계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죠. 사극에 역사적인 면이 담겨 있음에도 감정선이 다양한 부분이 제일 좋았어요.
사극은 분장하는 시간도 길고 로케도 많죠. 경험해보니 어때요?
사전 제작이었는데도 이동 거리가 많은 편이다 보니 촬영시간이 촉박해 지곤 했어요. 준비시간도 오래 걸리고, 하루 종일 가발을 쓰다 보니 나중엔 머리카락이 다 빠질 것 같더라고요.(웃음)
아직은 달달한 청춘 로맨스 같지만, 드라마가 점점 진행될수록 격정적인 감정이 오간다고 하던데요. 여러 감정선을 어떻게 표현했어요?
시청자께 제가 ‘어장 관리’하는 여주인공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점이 가장 걱정되어서, 작가님과도 상의를 많이 했는데 어떻게 나올지 잘 모르겠어요. 상대에 대한 감정을 연기할 때 조금 혼란스럽기도 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는 그 감정이 맞지 않을까요? 애매모호한?
아직까지는 그대로 잘 표현되고 있는 거 같아요. 대본이 좋아서 대본에 충실하기만 하면 됐거든요.
임시완, 홍종현 등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호흡이 아주 좋아 보이던데요? 촬영장은 어땠나요?
많이 친해졌어요. 또래이기도 하지만 서로 다독여주고, 드라마에 나오는 ‘원산린 삼총사’처럼 실제로도 그렇게 많이 같이 다녔거든요. 처음부터 같이 붙어 지내다 보니까 금방 친해진 것 같기도 하고, 오빠들이 워낙 예뻐해주셔서 제가 예쁨을 많이 받는 현장이었죠.
특히 임시완 씨는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방송을 못 보고 가서 많이 아쉬울 거예요. 출연진끼리 다 친해요. 세 명 말고 단체 채팅방에 스무 명 가까이 있어요. 저희끼리 번개로 자주 만나기도 하는데 군대 간 시완 오빠 보러 단체로 면회를 가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한 번쯤은 가게 될 것 같아요.
산은 어머니를 잃는 과정에서 생긴 마음을 극복하려고 노력하잖아요. 배후를 찾으려고 하고요.
성숙하고 대범하다고 할까요. 그런 아이인 거 같아요 그 캐릭터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버티면서 씩씩하게 자라려고 했을까. 저도 산을 연기하면서 외유내강이 돼야겠다고 많이 생각했어요.
당신은 어떤가요? 외유내강 스타일인가요?
그런 편인 것 같아요. 보여지는 면보다는 확실히 그래요. 용감하기보다는 잘 버텨내는 성격이에요. 스스로가 좀 더 강해져야 할 것 같고, 커져야 하는 거 같아요.
뮤지션은 무대를 통해 성장하고, 배우는 작품으로 성장하죠. 영화 <공조>도 윤아의 연기에서 빠질 수 없는 작품이에요.
<공조>는 저에게 많은 걸 안겨준 작품이에요. 많은 분들에게 ‘어? 윤아가 이런 모습이 있었나?’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 작품인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으니까 자신감도 생기고, 연기에 대해 더 열정이 생겼어요. <공조>가 제 첫 영화인데, 처음부터 주인공을 맡기보다는 좋은 선배님들 사이에서 작은 조연 역할로 시작하면서 많이 배우고 싶었거든요 . 모든 면이 잘 맞았어요.
또 어떤 작품을 기다리고 있어요?
올해에 작품이 많이 들어오는 거 같은데, 조바심 내지 않고 제가 잘할 수 있을 때, 잘할 수 있는 캐릭터를 신중하게 고르고 있어요. 많은 분이 <공조> 때의 모습을 좋아해주셔서, 그런 모습이 담긴 현실적인 느낌의 드라마나 영화를 하고 싶기도 해요.
최근에는 영감 받은 작품이 있었나요?
영화관에서 마지막으로 본 건 <라라랜드>였어요.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원래 음악 영화를 좋아해요. 주제곡이 뚜렷하게 있어서, 나중에 음악만 들어도 그 장면이 생각나는 영화를 좋아해요. 또 열린 결말의 영화를 좋아하는데, <라라랜드>는 결말이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저는 소녀시대의 노래를 들으면 그때그때 인생의 장면이 떠올라요. 늘 어느 때가 되면 어디에서나 소녀시대 음악이 나왔으니까요. 특히 ‘다시 만난 세계’ 같은.
정말요? 저희도 좋아하는 곡 넘버원으로 뽑은 곡이에요. 일본에서 콘서트를 했었는데 때마다 오시는 일본 수영선수가 있었어요. 세토 다이아라는 올림픽 금메달 선수예요. 그분하고 함께 프로그램을 촬영한 적이 있어요. 제게 경기 전에 항상 ‘다시 만난 세계’를 듣는데, 그렇게 ‘다시 만난 세계’를 듣고 힘내서 하다 보니 금메달을 땄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저희 노래를 듣고 힘을 냈다는 말을 들을 때 감동을 많이 받아요. 어제 팬 미팅을 했는데, 그때 팬분들과 나누려고 멤버들끼리 앙케트를 했어요. 베스트 곡 투표를 했는데 1위가 ‘다시 만난 세계’ , 2위가 ‘홀리데이’, 3위는 ‘Gee’였어요.
팬들 사이에서는 팬 미팅이 꼭 가고 싶은 이벤트라던데요?
저희는 팬 미팅을 기념일에만 하기 때문에 더 한정판 같은 느낌이 있어요. 콘서트는 여러 번, 여러 지역에서 하지만 팬 미팅은 딱 하루 동안, 팬분들하고만 있는 자리잖아요. 저는 매년 생일파티를 팬분들하고 여는 편이에요. 아무리 SNS와 방송으로 이야기를 해도, 직접 만나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아이돌 인터뷰를 하면, 윤아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고 해요.
저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아직도 신기해요. 저도 예전에 SES, 핑클 선배님, 보아 언니를 보면서 꿈을 키워왔으니까. 그런 롤모델이었던 선배들이 제 이름을 아는 것도 너무 신기했어요. 그 친구들도 제가 예전에 선배를 보았을 때와 똑같은 마음일까요? 좀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웃음)
아티스트로서 지금은 또 어떤 꿈을 꾸나요?
저만의 매력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거면 좋아요.
윤아는 특유의 자연스러움이 있어요. 파격적인 변신보다 말이죠.
원래 클래식한 느낌을 좋아하기도 하고 심플하고 패턴 없는 것들을 좋아 해요. 특히 추워지면 옷장에 블랙, 화이트, 회색만 있을 정도로요.
소녀시대 윤아가 있고 배우 윤아가 있고 활동을 안 할 땐 인간적인 자기 자신이 있잖아요. 어떻게 밸런스를 맞추나요?
주어진 상황에 충실한 스타일이에요. 멀리 큰 그림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앞에 있는 것도 제대로 잘해나가는 걸 좋아해서 그때그때마다 충실하게 해왔어요.
한동안은 다양한 매체에서 10주년 소감을 물어볼 텐데, 꼭 전달하고 싶은 감정은 무엇인가요?
먼저 팬분들께 축하드리고 싶고, 멤버들을 축하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함께해준 멤버, 스태프, 팬분들이 고마워요. 항상 옆에 있어서 몰랐던 것 같은데, 10주년이라는 타이틀이 생기니까 소중함을 더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우리가 멋있게 느껴졌어요.
멋있어요. 어떤 일이든 10년을 한다는 건 쉽지 않으니까요. 금방 지나갔나요, 10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금방 지나갔어요. 아직 7년 정도 된 거 같아요. 10주년은 믿기지가 않았어요. 이제는 파티도 하고 앨범도 내고 팬 미팅도 하니까 실감이 좀 나요. 이번 앨범에서는 팬분들과 함께 보내는 것에 의미를 뒀어요. 팬분 들을 위한 팬 송, 멤버들이 쓴 가사도 담겨 있고 앨범을 들어보면 처음에 데뷔 초의 1집 앨범과 분위기가 비슷해요. 데뷔 앨범 같다는 얘기를 멤버 들과 몇 번 했어요.
앞으로의 10년이 훨씬 기대돼요. 윤아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10년 전에는 ‘이러이러한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경험이 많이 쌓이고 성숙해진 것 빼고는 처음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거 같아요. 그저 시간만 지나버린 거 같아요. 이렇게 일하고 쉬고 하다 보면 또 10 년이 지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10년은 잘 모르겠어요. 저도 정말 궁금한데, 잘 커 있었으면 좋겠네요.
남은 올해를 어떻게 보내고 싶어요?
쉬면서 저만의 시간을 많이 갖고 싶어요. 그래서 휴식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매일 일만 하고 달려오다 보니까 정작 쉬라고 했을 때 잘 쉬지 못하는 편이에요.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가 봐요.
이번에는 어떤 걸 시도해볼 생각이에요?
여행을 많이 다니고 평소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우고 싶어요. 골프도 배우고 싶고요. 중국어도 마스터하고 싶고, 그러고 나면 영어도 배우고 싶고…. 틈틈이 요리도 배우고 싶어요.
하하. 그럼 쉬는 게 아닐 것 같은데요?
그래서 지금은 여행이 우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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