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스타일의 비밀 <1>

전 세계 많은 여성이 추앙하는 ‘프렌치 시크’. 왜 우리는 프랑스인의 스타일에 매력을 느낄까? 정말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아도 멋이라는 것이 폭발하는 것일까? 그 안에서 찾은 몇 가지 법칙에 대하여.

0909-122-1

오래된 것과 새것
무심코 사용하게 되는 ‘프랑스 스타일’, ‘프렌치 시크’는 대체 무엇일까? 시대를 초월한 편안함과 우아함, 무턱대고 유행을 좇지 않음, 뭐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쿨한 이미지 등이 떠오를 법하다.

근거와 공통점을 찾기 위해 프랑스 스타일에 대한 책 여섯 권을 쌓아놓 고 읽기 시작하며 발견한 첫 번째 법칙. 프랑스 스타일에 대한 책은 스타일에 관한 한 한 가지 조언을 얘기할 때에는 망설임이 없다. 바로 낡은 옷을 소중히 하라는 것. 방금 SPA 브랜 드에서 드레스 한 벌을 샀다고 치자. 새 옷과 매치할 것인가? 그러면 어느새 그 새것들의 냄새로 고유한 나만의 스타일은 지워지고 만다고 프랑스인들은 믿는 듯하다. 일부러 낡은 신발이나 스웨터, 하다못해 액세서리라도 원래 있던 오래된 것을 더해 자연스러운 무드를 만들라는 조언을 여기저기에서 한다. 저널리스트 레일라 드메가 파리 여성을 관찰한 보고서 형식의 <빠리 언니들>은 파리지엔의 스타일은 미국식으로 말하자면 ‘언더스테이티드 (Understated)’라고 말한다. 온 지구에 블링블링 스타일이 유행해도 여전히 몇 년 된 데님에 컨버스 운동화를 신고 마레 지역으로 향하는 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이자벨 마랑, 쟈딕앤볼테르, 마쥬 등은 최신 유행의 옷을 선보여서 성공한 브랜드가 아니라, 이러한 자유롭고 빈티지한 무드로 프랑스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주장이다. 이어지는 인터뷰에서 쟈딕앤볼테르 창업주는 빈티지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소재를 손상시킨다고 말한다. 외출 준비에 몇 시간씩 공을 들여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새것 이상으로 오래된 가방과 코트, 스웨터, 액세서리는 멋스럽다. 다만 더 이상 맞지 않는 옷과 순간 홀린 듯 구입한 저렴하고 가치 없는 옷과 액세서리는 버릴 것. 파리 봉 마르셰 백화점 액세서리 스타일리스트 도핀 드 제르파니옹은 빈티지 의류가 지금처럼 뜨기 전에도 프랑스 여성들은 엄마나 할머니에게서 옷을 물려받아 입곤 했다고 말한다.“우리는 과거 의 패션을 현재의 패션과 잘 조합하여 재해석한다. 그것이 바로 이자벨 마랑이 인기를 더해가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당신을 우아하게 하는 것은 브랜드가 아니라 그 옷과 그 옷을 어떻게 입느냐의 문제다”. 이자벨 토마의 <유아 소 프렌치>에서는 이러한 프렌치 스타일의 특징을 ‘주 느 세콰(Je Ne Sais Quoi: 말할 수 없이 좋은)’라고 설명한다.

결점이 만든 자연스러움
제인 버킨과 그녀의 두 딸은 명실상부한 프렌치 패션의 아이콘이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젊은 시절, 유두까지 훤히 비치는 시스루 드레스(구글에서 사진을 찾아보면 알겠지만 가슴이 훤히 비친다는 건 절대 과장이 아니다)를 입고 등바구니를 들고 있는 제인 버킨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악플에 시달리지 않았을까? 모델로 성공을 거둔 딸 루 두아이옹은 어떤가? 그녀의 턱과 고르지 못한 치열은 아버지에게서 왔지만, 역시 한국인이었다면 양악까진 아니어도 치아 교정은 했을 것이다. 이복 자매인 샤를로트 갱스부르 역시 마찬가지. 다소 휑해 보이는 이 마는 모발 이식을 권유받았을 것이며 마찬가지로 치아 교정을 하지 않고 서는 못 배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태어난 채로, 주어진 채로 성공했고 ‘아름다움’을 인정받는다. <빠리 언니들>에 따르면 파리지엔은 누구나 외모의 결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덕분에 매력적으로 보인다. 프랑스인도 성형을 한다. 단, 가장 신경 쓰이는 단 한 곳만. 콧등을 다듬거나 광대뼈를 만드는 등 하나의 시술을 받긴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본래 얼굴과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노화에 대해서도 느긋하다. ‘주름 제거 시술을 하는 나이를 최대한 뒤로 미룬다. 프랑스에서는 서른다섯 이전에 노화 시술을 받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일반적으로 마흔이 넘어서야 필러나 보톡스를 1년에 한 번 정도 맞는다. 그런 후 쉰 살이 지나면 처음으로 국소 리프팅을 고려하게 된다. 사람을 동상이나 인형처럼 경직되게 만드는 방식은 모두 피한다.’ <빠리 언니들>의 설명이다.

이들이 말하는 완벽한 뷰티는 어디까지나 ‘거들 뿐’이며 시간을 거스른 동안에 집착하지 않는다. 샤넬과 랑콤의 뮤즈인 모델 캐롤린 드 메그레는 <파리지엔은 남자를 위해 미니스커트를 입지 않는다>에서 “프렌치 시크는 패션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애티튜드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을 1순위로 두는 태도라는 것이다. 그것은 완벽함을 포기하고 부족함을 인정한 데서 오는 것으로, 자신의 결점까지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다. 그 마음으로 자신과 어울리는 것을 찾도록 노력하면서 자신만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에디터
    허윤선
    Illustration
    Heo Jeong Eun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