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우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누군가는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미남 중 한 명으로 생각하겠지만, 조윤우는 사실 배우로서의 길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걸어가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를 잘 알지 못한다.
조윤우가 tvN <꽃미남 라면가게>로 데뷔한 지 5년이 흘렀다. 최근엔 시청률 20%에 육박하는 SBS 주말드라마 <언니는 살아 있다>에서 가족에게도 마음을 꺼내 보이지 못하는 재벌 3세 구세준 역으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조윤우는 2011년에 데뷔한 이후 해마다 한 편 이상씩 성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봄에 첫 방송을 한 <언니는 살아 있다>가 가을이 된 지금까지도 방영 되고 있어요. 워낙 긴 호흡으로 ‘구세준’을 연기했기 때문에 실생활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연기로 짜증을 내야 하니까 실제로도 짜증이 많이 나요. 마음 같아서는 이제 그만 화내고 싶은데 구세준이 행복하지 않으니까 해맑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어요. 그래도 초반에는 의지할 수 있는 할머니가 있 어서 응석 부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주변 사람들이 다 적인 상황 이라 화를 더 많이 내죠. 연기를 하면서도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전작인 KBS 드라마 <화랑>에서는 또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반면 이 번에는 연륜있는 선배들과 연기하고 있는데 적응하기 어렵지 않았나요?
첫 촬영에서 할머니 역할을 맡은 김수미 선생님 볼에 뽀뽀하며 애교를 부리는 상황을 보여줘야 했던 터라 긴장을 많이 했어요. 선생님이 어떻 게 봐주실까 걱정도 많이 했고요. 그런데 너무 잘 받아주셨고, 지금은 완 벽하게 적응했어요.
촬영장에서 선배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편이에요?
최대한 예의 있게 행동하되, 촬영장에서는 제 도리만 하는 편이에요. 선 배님들께 오버하며 다가가면 자칫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요. 제가 해야 할 것만 잘해도 선배님들은 다 알아주시더라고요.
데뷔한 지 5년이 됐어요. 주연과 조연을 오가며 연기했는데, 그때마 다 마음가짐이 조금씩 달랐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이 가장 부담됐어요. 이전 작품들에서는 제가 맡은 인물의 인 생 굴곡이 잘 드러나지 않았거든요. 데뷔작인< 꽃미남 라면가게>에서도 착하고 엉뚱한 면만 보여주면 되는 단면적인 캐릭터였어요. 반면 <언니 는 살아 있다>는 주말드라마인데다가 호흡도 길어서 구세준이라는 인물 의 인생 굴곡을 모두 표현할 수 있었고, 미스터리 코드가 많았어요. 그래 서 작품 들어가기 전부터 어려운 부분이 많을 거라는 걸 짐작했죠. 저에 겐 성장통 같은 드라마로 남을 것 같아요.
배역에 공감하지 못하면 연기하기 더 어려웠을 텐데, 그럴 땐 어떻게 했어요?
작가님, 감독님 그리고 선배님들께 여쭤보는데, 그분들은 축적된 노하우 가 있으시잖아요. “이해 안 돼도 그냥 그렇다 생각하고 해”라고 하시더라 고요. 사실은 그게 정답인데 저는 연기하며 늘 의구심을 가졌어요. 그래 도 일단 큐 사인이 들어가면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이 작품이 끝나면 시원함과 서운함 중 어느 쪽이 더 클 것 같아요?
당연히 시원섭섭한 마음이겠지만, 시원한 게 더 클 것 같아요. 다음 작품 을 준비하면서 제가 잘했던 것, 못했던 것을 적나라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죠.
다음 작품에서는 밝은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아픔이 있지만 그걸 숨기면서 사는 사람이 멋진 것 같아요. 너무 밝기만 하면 매력이 떨어지잖아요. 어쨌든 장르에 상관없이 러브라인이 가미된 연기를 하고 싶어요. 이번에 그렇게 될 줄 알았는데…(웃음)
데뷔 2년 차에 했던 인터뷰에서 스스로에게 배우로서 점수를 메겨 달라는 질문에 30점을 줬어요. 1년에 10점씩 올라갈 것을 기대한다면서 요. 그 셈법이라면 지금 70점쯤 됐나요?
아뇨!(웃음) 지금이 그때보단 나아졌겠죠? 30점 이상? 48점 정도 주고 싶네요.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던 배우들이 출발선은 같지만 현재 위치는 달 라지기도 하잖아요.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한 순간도 있었죠?
21살에 데뷔했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때는 주변에 데뷔도 못한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데뷔 문턱을 넘긴 것만으로도 좋았고, 너무 몰라 서 용감했어요. 그런데 연기는 하면 할수록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느 낌이 들어요. 결국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결과에 도달했지만, 분 명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그게 언제였어요?
<상속자들>에서 최영도(김우빈 분)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문준영 역할을 맡았었는데, 사실은 제가 오디션 봤던 인물이 아니었어요. 욕심 났던 배 역을 인지도에 밀려서 빼앗겼죠. 그때는 정말 패닉이었어요. 너무 아쉽 고 속상했지만 아무것도 안 하면 더 아쉬울 것 같아서 하게 됐죠.
스스로의 마음을 다독이는 데 능숙한 것 같아요.
가만있으면 힘들기만 하잖아요. 그때는 그 역할마저 맡지 않으면 아무도 저를 캐스팅해주지 않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방송계에서는 그런 일 흔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상황에 최대한 익숙해지려 노력했어요. 힘든 상 황이 와도 더 절망하지 않도록 마음먹는 일은 자신 있어요.
데뷔 이후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았어요. 배우로서 어떤 방향성을 두고 있나요?
촬영장에서 언젠가 ‘저 역할을 나도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곁에서 보고 배운 것들이 있어요. 그렇게 비축해둔 것을 어느 순간엔 발현하고 싶어요.
‘구세준’처럼 화날 때는 어떻게 해요?
화를 잘 내지는 않지만 일단 화가 나면 한숨을 깊게 쉬어요. 더 크게 화나 면 엉엉 울어버려요.
롤모델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요?
페이소스가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최근에< 킬러의 보디가드>를 봤는 데 라이언 고슬링이 그렇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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