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시! 혹시 나도?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한 스마트폰. 이 작은 세계가 당신의눈 건강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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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떨 땐 카메라가 되었다가, 마트가 되었다가 별안간 은행이 되기도 하는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편리함은 실로 놀랍다. 많은 사람이 이 편리함에 중독됐고, 나는 그중에도 중증에 가까웠다. 에디터라는 직업 특성상 늘 휴대폰을 끼고 살아야 했지만 필요 이상으로 많은 시간을 휴대폰에 할애하곤 했다. 시간마다 포털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를 섭렵하지 않으면 찝찝했고, 화장실에도 끼고 가는 건 물론이었다. 가끔은 휴대폰을 보면서 밥도 먹었다. 침대에 누워서도 마찬가지. 팔이 아프면 오른쪽 왼쪽으로 돌아 누워가며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때때로 휴대폰 없는 공간으로 가야 할 때(건강 검진이라든가 중요한 미팅 등)에는 초조함까지 느꼈다.
어느 날 문득 부쩍 눈이 침침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끔은 글씨가 겹쳐 보이며 살짝 어지러웠고 심할 때는 눈 주변을 감싸는 근육이 뻐근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한 숨 자고 나면 괜찮아졌고, 실외에서 활동하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졌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디지털 사시’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스마트폰 주의보
“요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때문에 눈에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전남대학교병원 안과 허환 교수는 이러한 증상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눈의 깜빡임이 평상시보다 1/3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때문에 눈 표면을 감싸는 눈물 막이 얇아지면서 이물감이나 눈부심이 심해지죠. 방치할 경우 각막에 염증이 생기는 등 시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안구건조증처럼 흔한 증상도 있지만, 조기 노안이나 내사시 등 꽤 심각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늘었습니다.” 특히, 눈동자가 안으로 몰리는 내사시는 원래 선천적 요인 때문에 5살 이전에 나타나거나 그 이후에는 뇌신경 이상 등 몇몇 특별한 경우에만 발현되는 증상이다. 그런데 가까운 곳에 휴대폰을 두고 오랫동안 사용한 사람들에게서(연구에서는 하루 4시간에서 8시간까지, 20~30cm 정도의 거리에서 휴대폰을 사용) 급성 내사시가 발생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는 것. 사시가 심해질수록 눈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물체가 겹쳐 보이는 복시나 두통 등의 증상도 초래한다. 불편함이 심해지면 수술을 통해 교정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가까운 거리를 집중해서 오랫동안 응시했을 때 그 상태로 초점과 눈 근육이 고정되어 먼 거리를 볼 때는 쉽게 초점이 조절되지 않는 증상(가성근시, 가짜 근시라고도 한다)도 나타난다. 때문에 40대에나 생기는 노안 증상이 20~30대에까지 발생한다는 사실. 특히나 출퇴근길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걸어 다니면서 스마트폰을 흔히 사용하는데, 이 또한 눈의 건강을 위협하는 습관이다. 흔들리는 화면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수정체와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게 되고, 이때 생성된 활성산소가 눈의 정상세포를 파괴하고 노안을 촉진한다. 문제는 또 있다. 스마트폰 액정에서 흘러 나오는 파장인 블루라이트는 눈의 피로도를 높이고 심한 경우 망막의 시세포에 손상을 주며 수정체에도 이상을 일으킨다.

눈 건강의 조건
반가운 소식은 치료법이 아주 간단하다는 것. 스마트폰을 끊으면 된다.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스마트폰에 의한 내사시 증상 연구에서 대상 환자의 70% 이상이 스마트폰 사용을 두 달간 중단하는 것만으로 상태가 호전됨을 경험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걸! 다행히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서울밝은세상안과의 이종호 원장은 스마트폰 사용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눈과 스마트폰 사이에 30cm 이상의 거리를 확보하고 15분에 한 번, 길어도 한 시간에 한 번은 먼 곳을 보거나 눈을 감고 긴장을 풀어주어야 한다. 또,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도 금물! 잠들기 전 침대에 한쪽으로 누워 인터넷 서핑을 하는 건 실로 눈을 위한 최악의 행동이다.
5년 전 라섹 수술을 했던 때가 떠오른다. ‘눈알을 뽑아 모래밭에서 축구공 차듯 드리블을 하면 이런 느낌일까?’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고통을 감내하며 어렵게 좋아진 눈을 이토록 쉽게 버려왔다니. 눈 건강을 위해 평소보다 팔을 조금 더 뻗어 화면을 멀리 보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다. 스마트폰과 떨어질 수는 없지만, 약간 멀어지는 것 정도는 노력해볼 만하다. 아직까지는 나도 모르게 고개가 점점 숙여지고 정신을 차리면 코앞에 액정이 있긴 하지만, 시작이 반인 것을!

건강한 눈을 위한 CHECK LIST

☐ 눈과 30cm 이상의 거리를 두고 사용한다.
☐ 눈을 의식적으로 자주 깜빡인다.
☐ 15분에 한 번, 20초 이상 먼 거리를 보면서 휴식을 취한다.
☐ 눈을 감고 눈동자를 동그랗게 굴리는 스트레칭을 실시한다.
☐ 공간에 맞게 스마트폰 화면 밝기를 조절하며 사용한다.

    에디터
    송명경
    포토그래퍼
    Shutterstock
    도움말
    허환(전남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이종호(서울밝은세상안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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