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에서 산다는 것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미국 서부의 작은 도시 포틀랜드. 풍요롭고 아름다운 자연과 힙한 도시 문화가 공존하는 이 도시에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8명의 포틀랜더를 만났다.
Camille Shumann 카미유 슈만
일러스트레이터 | @camille.shu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고 필드워크 플라워스라는 꽃집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식물은 나의 삶과 예술에 있어 영감 그 자체이기 때문에 필드워크에서 일하는 시간 또한 소중하다. 예전에는 주로 꽃을 그렸지만 산, 풍경, 사람 등 주제를 더 넓혀가고 있고 요즘에는 특히 컬러풀한 벽화를 그리는 데 매력을 느낀다. 대학 입학을 위해 이곳으로 왔지만 졸업 후에도 떠나지 않고 7년째 살고 있는 이유는 포틀랜드가 20대, 특히 예술가들이 살기 좋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포틀랜드에는 예술가들의 커뮤니티가 잘 만들어져 있고 예술가를 높이 평가하는 문화가 있다. 예술가들이 여러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그건 그들 스스로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이자, 이 도시를 더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Calos Valencia 칼로 발렌시아
빈티지 가구 딜러 | @_sanjohnny_
아내와 함께 중세 가구, 멕시코 전통 예술품을 큐레이팅하고 다시 손질해 판매하고 있다. 저평가된 제품을 찾아 소개하고 그것의 가치를 재발견할 기회를 주는 우리의 일에 보람을 느낀다. LA에서 포틀랜드로 온 지는 3년이 되었다. 보다 합리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찾아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특히 만족스러운 건 포틀랜드의 수많은 브루어리다. 매일같이 새로운 브루어리를 찾아 나서고 해피 아워딜을 즐긴다. 사람들을 사귀기 좋고 마을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을 만큼 작은 도시라는 점에서 이 도시는 나의 고향, 멕시코의 과달라하라를 떠올리게 한다. 두 도시가 자매도시이고, 모두 장미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건 포틀랜드로 온 후에 알게 되었다.
Andy Banas 앤디 바나스
패션 사업가 | @an_d_b
‘401K Materials’라는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401K를 통해 스케이트보더, 사진가, 아웃도어 마니아, 하이 퀄리티의 기능성 의류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메인 작업이고 개인 웹사이트를 통해 직접 촬영한 사진을 판매하기도 한다. 아내의 가족이 워싱턴 주 산 후안에 살고 있어 태평양 북서부에서 살기를 원했고 그중에서도 자연이 아름다운 도시, 젊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찾아 콜로라도에서 포틀랜드로 오게 되었다. 나와 아내는 포틀랜드 라이프에 만족하고 있고 계속해서 이 도시를 탐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 자연뿐 아니라 음식과 문화에 있어서도 풍부한 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뭔가를 할 수 있는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곤 한다.
Fidelia Twenge Jinings
피델리아 트웬지 지닝스 | 커뮤니티 칼리지 강사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언어학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고 다른 문화를 알고 배우는 일이 즐거웠다. 다른 관점과 다른 삶의 방식을 지닌 세계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 많은 영감을 받곤 한다. 유럽과 아시아의 많은 도시에서 살았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포틀랜드와 포틀랜드 교외에서 보냈다. 1870년대, 포틀랜드 도심에서 20마일 떨어진 이곳에 선조들이 정착했고 나와 남편은 현재 6세대가 살아온 가족 농장에 살고 있다. 우리 집 옆에는 부모님의 집이 있고 친척들도 가까이 살고 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텃밭을 가꾸고 양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 역시 나의 중요한 일과다. 포틀랜드는 많은 다리를 가지고 있어 ‘브리지 시티’라는 별명을 가진 도시다. 이 도시의 다리, 공원, 이상하고도 작은 갤러리, 오래된 바를 사랑한다. 학생들에게도 늘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 역시 끊임없이 이 도시를 탐험 중이다.
Martina Thornhill 마르티나 손힐
세라미스트 | @martinathornhill
다듬어지지 않은 점토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드러내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랜 시간, 매일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이 세라미스트로서의 나의 목표다. 19살 때 워싱턴 주의 작은 마을에서 포틀랜드로 이사 왔고 12년째 거주하고 있다. 포틀랜드의 음악, 아트 신과 사랑에 빠져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또 하나의 이유를 꼽자면 당시 한 청년을 쫓아다니고 있었는데 그가 포틀랜드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청년이 지금 나의 남편이 되었다. 포틀랜드는 놀라운 자연을 가지고 있는데 그 독특한 녹음은 이 도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자연은 이 도시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Demetrius May 데메트리오스 메이
디자이너 | @demetrius_rfc
나이키 본사 이머징 마켓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그래픽 디자인과 마케팅을 이용해 시각적인 경험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포틀랜드는 내가 살았던 어떤 도시들보다 친절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덕분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나는 이곳의 가을을 특히 사랑한다. 온 도시가 노랑, 주황, 빨강 단풍으로 물들어 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내가 일하고 있는 나이키가 이 매력적인 도시에 있다는 것도, 이 멋진 팀에 합류할 수 있게 된 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James Fitzgerald
제임스 피츠제럴드 | 사진작가
포틀랜드에 본사를 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랜섬 리미티드(Ransom Limited)의 공동 설립자이고 상업, 편집 사진가로 일하고 있다. 사업 파트너이기도 한 나의 형제 파커가 포틀랜드에 살고 있었고 그의 권유로 이 도시로 오게 되었다. 나이키, 킨포크, 유니클로, 스티브 알랑 등 다양한 브랜드, 매체와 일하고 있고 오리건뿐 아니라 세계의 클라이언트와 함께 작업한다. 포틀랜드는 도시로서의 편의시설과 재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언제든 쉽게 탈출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매력적인 곳이다. 컬럼비아 리버까지 40분이면 갈 수 있으니 자연 애호가에게도, 도시 애호가에게도 완벽한 도시라 할 수 있다.
Cho So Yung 조소영
프리랜서 에디터 | @veryssong
<노블레스>, <나일론>, <얼루어 코리아>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고 현재 포틀랜드에 거주하며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내년 초 한국에서 출간될 포틀랜드 가이드북을 위해 관광청과의 작업에 한창이다. 결혼 전, 어느 도시에서 살고 싶냐는 남편의 질문에 불쑥 포틀랜드라 대답했는데 어쩌다 이 도시에 정착하게 된 지 벌써 3년이 되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산과 바다가 지척에 있다는 것도, 맛있는 브루어리와 커피 로스터가 넘쳐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함께 살아가는 이 도시의 사람들이다. 멋을 부리지 않거나 제멋대로 멋을 부리는, 운전은 좀 못하지만 양보하는 것만큼은 세계 일등인, 기다란 수염과 화려한 타투로 무장했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포틀랜더를 이웃에 두고 살고 있다. 단언컨대, 지금 포틀랜드를 빛나게 하는 건 그 무엇에 앞서 ‘사람’이다.
- 에디터
- 조소영(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그래퍼
- Cho So 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