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Sparkly
‘반짝이는 것은 모두 혼자다. ’아니, 반짝임은 공존한다. 심오한 패션 세계에 대한 고민과 번뇌는 잠시 잊자. 우리 일상에서 보통의 행복을 밝히는 그것. 반짝임의 정수에 대하여.
시간 참 빠르다. 어느덧 화려했던 연말연시가 저물고 2월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말이다. 환하고 곱게 빛나던 도시의 장식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 사람들의 옷차림으로 옮겨가 보통의 일상을 밝힌다. 스팽글과 시퀸이 주는 반짝이는 기쁨. 2018 봄/여름에도 계속된다.
톰 포드는 화려함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패션 하우스다. 그는 낡은 이미지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구찌에 부임해 하우스를 관능적이고 화려하게 부활시킨 전력이 있다. 새 여성 컬렉션은 테일러드 기반의 파워풀 룩이 주를 이룬다. 넓은 어깨, 위로 솟은 라펠 등에 실키한 텍스처, 강렬한 핑크톤 컬러, 반짝이는 시퀸 소재를 더해 여성을 위한 룩을 완성했다. 투톤 시퀸으로 만든 미니 드레스, 슬리브를 메탈 조각으로 완성한 저지 드레스 등은 많은 여성을 매료시켰다. 마크 제이콥스의 컬렉션은 특유의 위트를 담아 이국적이다. 터번은 차치하더라도 과장된 형태, 도발적인 패턴 등은 한 편의 쿠튀르 쇼를 보는 듯했는데 이를 더욱 부각시킨 것이 적재적소에 배치한 ‘반짝이’들이다. 노란색 맥시 드레스에는 포인트 장식으로, 톤온톤 룩에는 스커트 하나에만 포인트를 줘 룩 전체에 리듬감을 주었다. 하이라이트는 전체에 스팽글을 장식한 이브닝 드레스. 그릭풍의 넉넉한 핏에 여러 컬러가 어우러진 맥시 드레스는 걸을 때마다 찰랑거려 이국적인 쿠튀르 컬렉션을 절정으로 몰았다. 지난 시즌에 이어 페미니스트적 메시지를 전파하는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의 디올 레이디 역시 반짝임을 입었다. 점차 독립적이고 도발적인 스타일링도 서슴지 않는 그녀는 반짝이는 미니 드레스에 시어한 스커트를 더해 시스루 룩을 완성했다. 레이스업 롱 부츠를 매치해 걸음걸이도 당당한 디올 레이디들. 같은 컬러와 소재로 맞춘 반짝이 가방은 아래로 늘어뜨려 쿨한 애티튜드를 이어간다. 톰 포드가 90년대 글램을 담았다면,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이끄는 구찌는 70~80년대의 보다 빈티지한 글램 록을 연출했다. 입자가 큰 반짝이를 장식한 메탈 톱과 스팽글이 뒤덮은 재킷 등은 당장 무대 위로 올라가 노래 한 곡 뽑을 기세. 딱 붙는 후드부터 발끝까지 스팽글로 장식한 거대한 리본이 달린 맥시 드레스는 좌중을 압도하는 어떤 힘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매 시즌 관능적인 여성을 보다 아름답게 업그레이드하는 발맹의 룩을 살펴보자. 올리비에 루스테잉의 시그니처인 보디컨셔스 실루엣에 더한 스팽글은 ‘어떻게 해야 더 관능적이라고 소문이 날까’ 고민한 흔적일 듯. 지퍼로 트임을 만든 롱 스커트 슈트와 파란빛 스팽글을 더한 슬림한 팬츠 슈트는 여성이라면 한 번쯤 입어보고 싶은 룩이 아닐까. 그뿐 아니라 발렌티노의 피엘파올로 피촐로는 슬리브리스 톱과 박시한 팬츠에 반짝임을 더하는 과감함을 보여주었고, 알베르타 페레티는 시어한 팬츠 슈트와 미드리프 톱에 스팽글을 더해 아름답고도 쿨한 룩의 정석으로 안내했다. 알투자라의 소녀들이 입은 반짝이 드레스는 서로 다른 소재를 엮어 한층 장식적이며, 아 주르 르 주르의 소녀가 입은 그런지한 드레스는 스팽글을 더해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섬세함을 표현한다. 파코 라반의 디스코 걸들이 입은 실버 보디슈트와 밑단을 반짝이는 프린지로 장식한 드레스도 눈여겨보자. 혹여 이 모든 룩이 그저 지나치게만 보인다면 액세서리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팽글로 장식한 각종 펌프스와 샌들, 입자의 크기와 컬러를 다르게 한 반짝이는 가방들, 반짝여서 고로 존재하는(?) 네크리스와 이어링이 쉬지 않고 우리를 현혹할 것이다. 못 이기는 척 넘어가면 비로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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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김지은
- 포토그래퍼
- InDigital, James Cochrane, Courtesy of Net-A-Por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