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 Voices
길을 걷다가도 어디선가 들려오면 선명하게 구분된다. 여전히 같은 목소리지만 이제 효린의 음악은 달라졌다.
음원 강자였던 ‘씨스타’의 여정은 작년으로 마침표를 알렸다. 모든 멤버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한 결과였다. 이제 그들은 각자 어떤 이야기를 쓸까? 다시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까? 효린의 이야기는 당연하게도 음악이다. 새로운 회사를 만났고, 새로운 음원을 냈다. 3부작으로 이루어진 디지털 싱글 작업은 효린이 오랜만에 건네는 안부이자 변화를 알리는 메시지다.
세 곡의 디지털 싱글을 차례로 발표할 예정이죠. 이제 두 번째 곡 발표를 앞두고 있어요. ‘3부작’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가 있나요?
7년 동안 보여드린 모습이 있는데 단 한 곡으로 저의 변화를 알려줄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정규앨범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음악, 만들어져 있는 게 아니라 만들어낸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었던 게 일단 컸고요. 타이틀을 <SET UP TIME>이라고 지었는데 말 그대로 음악적으로 성장해가고 있는 ‘준비 기간’에 들려드리는 곡이에요. 예전에 들려드리지 못한 스타일로 준비했어요.
솔로 가수 효린으로는 첫 작업이잖아요? 많이 달랐나요?
쉴 틈 없이 하고 있는데, 방송을 안 하니까 제가 노는 줄 아시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이상하게 더 바쁜 것 같아요. 그 전에는 A&R팀도 있었고 일을 정리해주는 분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제가 혼자 다 하다 보니까 시간이 너무 빠듯한 거예요.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웠고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어떤 부분에서 성장했다고 느꼈어요?
음악적인 부분이 커요. 디렉션을 주는 디렉터와 프로듀서 없이 지금은 제가 혼자 다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에서 많이 배웠죠.
1인 소속사로 활동해보니까 어때요?
엄청 자유로울 줄 알았어요. 숨어 있던 날개를 펼쳐서 날려고 했는데 아직 날개가 다 펼쳐지지 않았어요.(웃음) 자유로울 수 없는 건 아닌데, 왠지 안 그러게 돼요.
책임감 때문인가요?
네, 그게 제일 커요. 결정도 혼자 해야 하고. 예를 들면, 저는 좋고 싫음이 굉장히 확실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맨날 ‘뭐가 좋아?’라고 사람들에게 물어봐요. 뭔가 결정을 했을 때, 그것에 대한 결과가 갑자기 두려운 거예요.
어른이 되어 자신의 행동을 책임지는 것과 비슷하네요.
그렇죠. 너무 늦게 시작한 것 같아요. 그전에도 경험을 해놨으면 더 수월했을 텐데. 저도 직원들도 다 안 해봤던 일들을 하고 있죠. 하지만 저희는 사랑이 넘쳐요. 그런 좋은 점 때문에 잘 버티는 것 같아요.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도 씨스타 효린의 음악을 들려드리고 있겠죠.
이번 곡은 그레이와 함께 공동 프로듀서를 맡았다면서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그레이와 작업하고 싶어 하는 뮤지션이 너무 많아서 연락이 잘 안 된다고 하잖아요?
하하! 저도 그런 상황을 나중에 알게 됐어요. 선뜻 수락해주어서 너무 감사했죠. 그레이 오빠가 확실한 스타일이래요.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고 들었거든요. 한번 작업해보고 싶었고, 해보지 않은 작업의 스타일이어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공동 프로듀서라는 방식 속에서 각자 어떤 역할을 맡았나요?
비트 메이킹을 해주셨어요. 비트 메이킹을 듣자마자 테마가 떠올랐어요. 연인인데 서로 시간이 지나면서 지친 상황. 성향이 맞지 않는 두 남녀가 서로 사랑하니까 억지로 끼워 맞춰가며 만났는데 도저히 더 이상은 힘든 상황. 여기에 그레이 오빠가 남자 입장에서 가사를 써주었죠. 그동안 저도 비트 메이킹에 멜로디를 입히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거든요. 대중적인 테두리 안에서 제가 표현하고 싶은 음악적인 부분을 함께 가져가고 싶었는데, 여기에 그레이만의 음악성이 어우러졌어요. 서로 많은 의견이 바로 반영되는 작업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씨스타 때부터 곡과 가사를 쓰곤 했죠?
참여는 했는데 세상에 나왔던 곡이 많이 없었어요. 그때,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 해왔던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노래를 만드는 데엔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꾸준히 해온 건 잘한 것 같아요.
씨스타 시절의 음악과 어떤 점이 달라졌어요?
밝은 음악도 계속 들려드리고 싶지만, 에너지 넘치는 밝은 음악만 들려드리고 싶진 않아요. 소수라도 제 음악을 듣고 치유를 하고,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감정선을 다양하게 들려드리고 싶어요.
효린의 개인적인 음악 취향은 어느 쪽인가요?
저는 진짜 ‘딥’하고 그루브한 것 좋아해요. 차트에 절대 들어갈 수 없는 노래들.
GOT7하고도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죠.
처음 제안이 왔을 때에는 ‘그룹이랑 나랑 어떻게? 그러면 한 사람당 두 소절씩밖에 못 부르는 건가?’(웃음) 싶었는데 노래가 너무 좋고 분위기도 좋아서 재미있게 작업했어요. 갓세븐 분들이 아주 파이팅 넘치더라고요. 저도 예전에 JYP 연습생이었고, JB와 <드림하이>를 같이 하기도 해서 잘 알아요. 멜로디가 여자 라인이 좀 더 어려웠는데, 박진영 피디님이 제게 어울리게 만져주셨어요. 피처링의 매력은 진짜 엄청나다고 생각해요.
제안이 많이 올 텐데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요?
많이 안 와요.(웃음) 아무래도 노래가 크죠. 최근에는 아이유 씨와 해보면 어떨까 생각을 해봤어요. 저에게 없는 것들을 가지고 계시니까. 아무래도 그런 부분들을 같이 했을 때 끄집어내주시지 않을까 해요.
효린의 목소리는 이미 대중에게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죠. 가수에게는 어떤 의미인가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복면가왕> 나왔을 때 ‘방에서 효린 목소리 들려서 나왔더니 가면 쓰고 있었다’는 반응이 너무 웃겼어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단점은 목소리를 너무 많이 들려드렸나? 싶은 거요. 난 앞으로 음악을 계속할 건데 혹시나 대중이 질릴까봐. 색다른 소리를 들려드릴 수 있을 때까지 제가 계속 연구해야겠죠. 제 목소리를 기억해주는 분들이 계시는 건 늘 감사한 일이에요.
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평소에는 어떤 노력을 하나요?
생각이 너무 많아졌어요. 단순한 편인데 가만히 있을 때도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아요.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뇌를 잠깐 쉬고 싶은데 안 되어서 너무 힘들어요.
언제 홀로서기를 했다는 게 새삼 느껴지나요?
멤버들이 대신 해주던 것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애교를 보여달라고 하면 전 가만히 있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제가 다 해야 하는 거예요. 저는 그게 제일 힘들어요. 애교 보여달라고 하면 보라 언니한테 전화하고 싶어요. 성대모사나 개인기 보여달라고 하면 다솜이한테 전화하고 싶고요.
서로를 어떻게 응원 중인가요?
더 자주 봐요. 최근에는 소유 언니가 이사를 해서, 보라 언니랑 공기 정화 식물과 꽃을 사 갔어요. 다 같이 보쌈을 시켜 먹으며 놀았죠.
나중에 돌아봤을 때, <씨스타> 시절은 어떻게 기억될 것 같나요?
여중, 여고를 나왔는데 <씨스타> 시절은 학교 다닐 때 같은 느낌이었어요. 반 친구들이랑 뭉쳐서 돌아다니고, 별게 아닌데도 엄청 재미있게 놀고. 그렇게 시끌벅적하게 학창 시절을 보낸 느낌이에요.
효린 씨가 좋아한다고 알려진 고양이, 운동 말고 또 뭐가 있나요?
운동은 늘 자신과의 싸움이죠. 원래는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하는데 요새는 혼자 집에서 미드를 몇 편씩 보는 게 너무 좋아요. 넷플릭스 엄청 사랑해요.
내일 음악 작업차 미국에 간다면서요? 무엇을 할 예정이고, 어떤 것을 기대하시는지?
제가 부끄러움이 많은 편인데 미국에 가면 음악 하시는 분들이 부끄러움을 좀 없애줘요. 프로듀서들 만나러 다니면서 좋은 노래도 듣고 같이 송라이팅도 하죠. 또 제가 춤을 안 춘 지 너무 오래돼서 퍼포먼스 영상을 준비하려고 해요. 삼부작이 끝나면 또 정규앨범을 준비해야죠.
삼부작으로 대중들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달라졌단 말을 제일 많이 듣고 싶어요. 달라졌다는 문장에 음악적인 것, 마인드 등 여러 가지가 함축돼 있다고 생각해요. ‘뭔데 효린 혼자 해?’라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런 분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음악을 계속 들려드리면서 성장할 거예요.
달라졌단 말을 제일 많이 듣고 싶어요. 달라졌다는 문장에 음악적인 것, 마인드 등 여러 가지가 함축돼 있다고 생각해요.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도 예전 효린의 음악을 들려드리고 있겠죠.
- 에디터
- 허윤선
- 포토그래퍼
- Shin Sun H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