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린 가족
저마다의 방식으로 가족과의 행복한 순간을 채색하는 크리에이터가 있다. 그림을 볼 때마다 미소 짓게 되는 건 우리도 누군가의 가족이기 때문일 것.
할아버지가 그린 그림
이찬재 INSTAGRAM@DRAWINGS_FOR_MY_GRANDCHILDREN
사랑하는 세 명의 손자를 위해 붓을 잡았다. 무럭무럭 자라는 손자의 모습, 할아버지의 일상,자연과 동물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1 손자를 그리게 된 계기 브라질에서 이민 생활을 하던 때, 바쁜 딸 부부를 대신해 손자들의 등하교를 책임졌다. 2015년 딸 식구들의 한국행으로 지난 5년간 해온 소중한 일과를 멈추게 됐다. 손자들에게 내 일상과 그리운 마음을 그림으로 전하고 싶었다.
2 처음 그린 손자의 모습 엄마 품에 안긴 갓 태어난 손자를 사진을 보고 그렸다. 그림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을 만큼 신비했다.
3 그림을 그리는 방식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 특별한 표현법을 가지고 있진 않다. 물감을 사용하고, 섬세함이 요구될 때는 세필로 정교하게 그린다.
4 가장 신경 쓰는 부분 밝고 환하게 그리려고 한다. ‘어린아이가 봐도 이해할 수 있을까?’ 늘 생각하는데, 스토리를 써주는 아내 도움이 크다.
5 그림 그릴 때의 습관 급하게 혹은 억지로 그리지 않는다. 잘 그려지지 않으면 다시 그리기를 반복한다.
6 영감을 얻는 곳 친구네 강아지, 손자의 친구, 마당의 고양이들, 이웃 사람들… 일상의 모든 것이 관심과 관찰의 대상이다.
7 최근 에피소드 뉴욕에서 지내는 친손자 아로와 영상 통화를 했다. 괴물이 주인공인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내게 한국말로 열심히 설명해줬다. 한국말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나 보다. 기특했다.
8 그림으로 찾아온 변화 매사에 무심한 편이었는데, 손자들 덕에 마음이 충만해졌다. 모든 어린이가 다 귀하고 예뻐 보인다. 손자들이 동물을 기르고 공룡을 좋아하는 것을 보며 지구상의 동물과 자연환경을 새삼스레 염려하게 됐다. 수많은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의 응원으로 삶도 한결 즐거워졌다.
9 나의 가족에게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다. 손자들이 커서 내 그림을 봤을 때 ‘할아버지가 우리를 이렇게 사랑해주셨구나’ 하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아롱이와의 하루
이은혜 INSTAGRAM @NANGSO25
필명은 낭소. 주로 동물, 자연, 휴식을 주제로 작업한다. 반려견과의 사랑을 담은 그림 에세이 <숲강아지>를 펴냈고, 동화책 <꼬무리별이 이야기> 등에 그림을 그렸다.
1 반려견을 그리게 된 계기 어릴 적 반려견과 함께 지내다 개인 사정으로 급히 헤어진 경험이 있다. 그 일이 지금까지 마음에 남아 <숲강아지>라는 그림에세이를 쓰게 됐다. 강아지를 품에 안았을 때의 행복감과 따스함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2 처음 그린 반려견의 모습 주인이 강아지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숲강아지>의 ‘숲한모금’에 나오는 첫 번째 그림이기도 하다. 그리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던 기억이 난다.
3 그림을 그리는 방식 색연필이 가진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좋아해 색연필로 수작업을 하고, 포토샵으로 보정 후 마무리한다.
4 가장 신경 쓰는 부분 그림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가 되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그림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색 조합에도 신경 쓴다. 두세 가지 색을 겹겹이 쌓아 올리면 포근하면서도 오묘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
5 그림 그릴 때의 습관 음악이나 라디오를 꼭 틀어놓는다. 잔잔한 인디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져 작업에 더 몰두할 수 있다.
6 영감을 얻는 곳 구글 등 포털 사이트를 통해 반려견 사진을 수집하기도 하고, 책을 읽다 맘에 드는 구절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7 최근 에피소드 강아지 ‘아롱이’와 생애 첫 산책을 갔던 날이다. 목줄을 매주려고 잠시 품에서 내려놨는데, 그사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너무 놀라 몇 번이고 이름을 부르며 찾아 나섰는데, 얼마 안 지나 저 멀리서 조그만 점이 뛰어오는 게 보였다. 아롱이었다. 나를 보고 좋아서 꼬리를 흔드는 아롱이를 보고 그만 눈물이 났다.
8 그려보고 싶은 가족 엄마. 가장 많이 영감을 받는 존재이기도 하고 함께하는 시간도 많은 만큼, 모녀 관계는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9 반려견을 꿈꾼다면 내 그림을 통해 반려견을 가족으로서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고, 반려견과의 추억이나 경험을 떠올리며 따뜻함과 위로, 행복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그 남자의 신혼 생활
배성태 INSTAGRAM@GRIM_B
신혼 생활과 고양이를 주제로 일러스트와 만화를 그린다. 책 <구름 껴도 맑음>, <오늘도 네가 좋아>를 썼고, <집사와 꽁냥꽁냥>이라는 고양이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1 신혼 생활을 그리게 된 계기 기억력이 정말 안 좋다. 1년 정도 지난 기억들은 거의 다 흐려진다고 보면 된다. 한데 아내와의 기억은 사소한 일상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2 처음 그린 부부의 모습 아내가 출근하는 게 싫어 가지 말라고 붙잡는 내용의 그림을 그렸다. 아내는 단호하게 ‘놔!’라고 말하지만, 유리에 비친 그녀 눈엔 눈물이 맺혀 있다.
3 그림을 그리는 방식 독자들이 내 그림을 보고 색 사용이 독특하다고 한다. 사람을 초록색으로 칠했는데 어색하지 않다고. 색은 감정에 따라 어두운 색을 쓰기도, 환하고 명랑한 색을 쓰기도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보는 이를 따뜻하게 덮어줄 수 있는 담요 같은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는 것.
4 가장 신경 쓰는 부분 단순히 예쁜 그림이 아닌, 우리의 삶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 실제보다 예쁘게 그리거나 거짓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5 그림 그릴 때의 습관 주변 정리가 완벽하면 그림이 더 잘 그려지는 것 같다. 하다못해 이메일이 쌓여 있는 것도 싫어해 모두 처리하고 일을 시작한다.
6 영감을 얻는 곳 나와 내 주변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좋아하는 요리하기, 소파에 누워 책 읽는 주말… 하루에 일어나는 사소한 장면들이 모두 그림이 된다.
7 최근 에피소드 아내가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새벽 네 시까지 거실에 누워 함께 영화를 봤다. 영화가 지루해서 꾸벅 졸았다. 그런 채로 좋았다. 까만 밤, 조용한 세상에 우리 둘밖에 없는 것 같았으니까.
8 그림으로 찾아온 변화 작은 일에 감사하게 된 것.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다루다 보니 말 한마디에 고마워할 줄 알고, 상대방의 배려를 느끼게 됐다. 그리고 그 마음은 행복과 연결된다는 걸 깨달았다.
9 그려보고 싶은 가족 아이를 가지면 육아일기를 쓸 것 같다. 아내를 닮은 딸을 그릴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딸을 통해 아내의 어릴 적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면 큰 축복일 것 같다.
엄마와 나
한희경 INSTAGRAM@MOM_VS_DAUGHTER
3년 전부터 초등학생 딸과 ‘밀당’하는 그림일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딸을 키우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에피소드를 크레파스로 꾹꾹 눌러 기록한다.
1 엄마와 딸의 그림일기를 그리게 된 계기 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사춘기가 왔다. 감수성이 예민해 자주 다퉜다. 서로 오해가 풀리지 않은 채 감정이 상하고 그대로 굳어버리는 경우가 잦았다. 아이가 이대로 크면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질까 걱정이 됐다. 그래서 순간순간 딸에게 느꼈던 감정이나 일어난 일에 대해 기록하기 시작했다. 내 맘을 말로는 더 표현하지 못하게 됐을 때, ‘엄마는 이때의 너를 이렇게 생각하고, 늘 사랑하고 있어’라고 보여주고 싶었다.
2 처음 그린 딸의 모습 딸 가슴에 꽉 닫힌 창문을 그리고 ‘네 마음이 ‘흐림’인지 ‘맑음’인지 창문처럼 활짝 열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문구를 적어 넣었다. 딸 마음속으로 들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쉽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 그림을 그리는 방식 크레파스를 고집한다. 종이 질감 위에 크레파스가 칠해지는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따뜻함을 주기 때문이다. 그림 한쪽에는 캘리그래피로 꼭 헤드 문구를 써 넣는다.
4 가장 신경 쓰는 부분 하나는 내 그림이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인가 생각해보는 것. 또 하나는 그림에 등장하는 옷의 디테일을 잘 살리는 거다. 옷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걸 잘 그리고 싶은 단순한 이유에서다.
5 그림 그릴 때의 습관 성격이 급한 편이라 그림 하나를 5분 넘게 잡고 있지 않는다.
6 영감을 얻는 곳 나와 딸, 그리고 모든 엄마의 생각. 특히 ‘인친(인스타그램 친구)’ 엄마들의 피드를 보고 공감할 때가 많다.
7 최근 에피소드 딸이 숙제하는 걸 아주 싫어한다. 금요일 밤에 내일 아침엔 눈 뜨자마자 숙제하라고 잔소리를 했더니 다음 날 늦게까지 ‘꿀잠’을 자더라. 숙제를 최대한 늦게 시작하려고 일부러 그랬겠지?
8 그림으로 찾아온 변화 딸과의 일상이 그림 소재가 되다 보니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지난일을 그림을 통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면서 딸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 것 같다.
9 엄마들에게 하고 싶은 말 세상의 모든 엄마는 엄마가 처음이다. 매 순간, 매 상황 당황스러운 일을 겪는다. 내 그림일기를 보고 ‘맞아, 이런 상황에서 나도 비슷한 감정이었지’ 하고 공감하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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