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어부> 촬영장에서 생긴 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공! 낚시 여행 버라이어티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의 이야기다. 고기를 잡아도 좋고, 못 잡아도 즐거운 낚시의 매력은 무엇일까? <도시어부>의 촬영 현장을 따라갔다.
목적지는 북한강을 낀 자라섬. 아침부터 채비를 해 차량 출입이 제한된 구역을 지나 한참을 걸었을까? 푸르른 숲과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른 강이 나타난다. 강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니 저 멀리 <도시어부> 촬영팀이 보인다. “게스트 촬영 후, 편하게 현장 스케치 하시면 됩니다.” <도시어부>의 정인혁 피디와 조연출, 촬영 감독은 새벽까지 계속된 전날 촬영의 피곤함도 잊은 듯, 다시 오늘 촬영을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한쪽에서는 게스트 촬영이 한창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장시원 피디가 메인 출연진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시어부>는 이덕화, 이경규, 마이크로닷(방송에서는 ‘마닷’으로 불린다)이 낚시를 하며 유쾌함을 전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매회 색다른 게스트들과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볼거리, 먹거리를 소개하는 등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동해, 거제, 여수, 추자도… 마이크로닷은 황금배지 5개 획득으로 뉴질랜드 원정 낚시를 다녀왔고, 최근에는 신화의 에릭, 이민우, 신혜성과 함께 대왕문어 사냥에 나서기도 했다. 고기를 잡아도 좋고 못 잡아도 좋다는 이 낚시꾼들은 왜 낚시에 흠뻑 빠진 걸까? 방송을 통해 그들의 낚시 사랑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궁금했다. 장시원 피디도 같은 마음이었다. “언론에서 연락이 많이 오는데, 취재 요청을 수락한 건 처음이에요. 2030 여성들이 보시는 <얼루어 코리아>라고 해서죠. 여성분들도 낚시를 더 많이 하셨으면 좋겠단 마음이 있어요.” <얼루어>팀은 그렇게 경기도청이 특별 허가를 내준 공간에서 <도시어부> 팀을 만났다.
아침 8시, 이덕화, 이경규, 마이크로닷이 출발했다는 소리에 순식간에 카메라 라인이 만들어지고, 드론이 하늘 높이 떴다. 보통은 새벽같이 촬영지에 도착해 촬영을 시작하지만 전날 촬영이 늦어진 탓에 조금 늦어졌다고. 어부 삼인방 일행이 게스트들과 인사를 나누자, 장시원 피디는 오늘의 황금배지 수여 기준을 설명한다. <도시어부>는 매회 기준에 맞는 어종을 낚는 주인공에게 황금배지를 선물하는데, 오늘의 주제는 ‘붕어 낚시’였다. “수많은 낚시대회를 다녀봤는데 ‘붕신’은 처음 들어보네.” 잘 보이게 걸린 ‘제1회 붕신. 춘계 천하제일 붕어낚시대회’ 플래카드를 보고 이덕화가 한 말이다. 출연자들의 입담에 촬영 현장은 자주 웃음바다가 되었다.
붕어 낚시의 시작
어부 삼인방과 비밀 게스트들이 각자 자신의 자리를 찾아 낚싯대를 드리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새 안개는 사라지고, 일렁이는 물결은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인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이덕화는 말없이 낚시를 하다 가끔 “허허” 하고 웃는다. 이따금씩 재미있는 일이 있는지 “아이쿠, 배야~”라는 소리도 들려온다. 카메라 감독은 아름다운 자라섬, 자연을 벗 삼아 낚시하는 모습, 낚시를 하며 시시콜콜 주고받는 이야기를 모두 카메라에 담는다. 평화로운 풍경에 맘이 설레기 시작했다. 보고만 있어도 즐거움이 전해졌다. 고기 낚는 그들을 구경하자니, 구석에서 나도 낚싯대를 잡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오전 11시 반, 감독이 컷을 외치자 서로 다른 곳에서 낚시를 하던 이덕화와 마이크로닷이 나무 아래서 만나 담소를 나눈다. 이덕화가 낯선 사람들인 <얼루어> 취재팀에게 물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알고 왔어?” 말을 잇기도 전에 마이크로닷이 크게 웃는다. “연락하셨겠죠. 여기 아무나 못 들어와요.” 20대의 래퍼 마이크로닷과 칠순을 바라보는 배우 이덕화. 이들이 이야기하고 어울리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문득 놀랐다. “형님이랑 저랑 케미가 맞나봐요. 시청자들이 그렇게 말해줘요. 세상이 이상해요.” 이덕화도 덩달아 웃는다. “세상~ 참!”
마이크로닷은 기회가 될 때마다 형님 사랑, 낚시 사랑이다. “<도시어부>를 하는 즐거움이요? 저는 막내니까 형님들이 제일 좋죠. 저희 셋 모두 낚시에 대한 사랑이 넘쳐나거든요.” 나이차가 무색한 세 남자의 ‘케미’는 익히 보고, 들어 알고 있었다. 낚시에 크게 흥미가 없던 나 같은 시청자도 이 프로그램에 빠져버린 이유다. 이경규의 진행력은 물론, 이덕화의 친근함과 래퍼 마이크로닷이 고기 잡고 회 뜨는 모습도 인기의 비결이다. “오직 낚시 사랑 덕이에요. 덕화 형님이 더 오래 하시긴 했지만, 낚시에 대한 열정은 똑같아요. 낚시 사랑이 아니었으면 나이와 서열 벽도 못 넘었을 거고, 형님들도 절 귀엽게 보지 않으셨을 거예요. 전 아마 맞았을 거예요.” 귀엽다는 듯 그를 쳐다보는 이덕화에게 마이크로닷은 “형님, 제가 연기를 택하지 않고, 음악인으로 형님을 만난 게 너무 감사했어요. 음악을 하면서 예능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낚시 예능이 될 줄은 몰랐어요”라고 말한다. 긴 배우 생활 동안 연기 외에 다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이덕화는 왜 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이게 제일 좋아하는 짓이에요. 어떻게 보면 배우 짓보다 이 짓을 더 좋아하죠. 그건 본업이고 이건 즐기는 거니까. 드라마나 영화는 밤새워 촬영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사람이니까 잠을 못 자면 짜증도 나는데, 낚시는 그런 게 없어요. 좋아서 하기 때문이죠.” 듣고 있던 마이크로닷이 덧붙인다. “경규 형님은 가끔씩 먼저 오시고, 더 늦게 가실 때도 있어요.”
낚시, 예능이 되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공.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예능계에서 낚시 예능은 성공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 <도시어부>는 채널A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엄청난 인기로 공중파까지 제치고 동시간대 목요 예능 1위에 자리매김했다. “그게 정말 대박인 것 같아요. 시청자들의 ‘디멘드’를 맞춘 게 아니라 우리가 낚시를 하는 모습을 시청자분들이 좋아해주고 공감해주신 거잖아요.” 마이크로닷의 말이다.
개개인마다 느끼는 낚시의 매력은 같으면서도 다를 것 같았다. 세 출연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마이크로닷에게 낚시는 풍경이다. “낚시의 매력은 손맛인데, 낚시 매력에 이미 빠진 사람에게는 손맛, 준비하는 과정도 있지만 와서 보는 풍경 자체가 좋아요. 고기가 안 잡혀도 재미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자주 안 잡잖아요. 이미 만족하기 때문에”라며 웃는다. 이덕화에게 낚시는 안 해본 사람은 모르는 최고의 취미다. “그냥 가요. 고기를 잡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는 것 자체가 즐거운 거지. 누구나 처음엔 잡는 맛에 시작을 하겠지. 그런데 10년, 20년 다니고, 평생을 다니다 보니까 그냥 좋은 거지. 안 잡히면 안 잡히는 대로 좋고, 잡히면 더 좋고.” 장시원 피디는 처음엔 이 말을 듣고 황당했지만, 지금은 그 말이 오롯이 이해가 간다며 말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경규에게 낚시는 현실에서 벗어난 새로운 세상이다. “손맛, 입맛, 잡아서 먹는 맛, 눈 맛, 보는 맛. 그런 게 다 있고요, 가장 큰 매력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죠. 현실은 일도 해야 하고~ 출근도 해야 하고~ 차도 막히고~ 골치 아프고 열받는 일이 많잖아요? 잠깐 그런 세계에서 빠져나온다는 것, 그게 가장 좋죠.” 그 특유의 목소리와 어조를 듣고 있자니 TV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낚시 도사로 불리는 이경규 역시 <도시어부> 촬영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낚시 방송을 했을 때도 1위를 차지했었는데, 다시 낚시 예능으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건 일이 아니죠.(웃음) 낚시를 하다 보면 안 나올 것 같은데 잡아 올릴 때가 있어요. 다들 포기했을 때! 축구로 치면 극장 골이라고 하죠. 역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골. 그런 것 잡을 때가 제일 좋죠. 그리고 황금배지는 프라이버시죠. 아니, 프라이드.” 그의 말실수에 가까이 있던 모든 사람이 웃음을 터뜨렸다. 매번 ‘용왕님’을 부르짖으며 용왕의 아들을 자처하는, 어복 많기로 유명한 그에게 인생 고기를 물었다. “그럼 있죠. 다양해요. 저에게는 ‘인생 문어’ 있습니다. 강원도 고성에서 잡은 대왕문어가 5kg짜리였어요. ‘인생 광어’, 뉴질랜드에서 잡은 ‘인생 민물장어’ 등 인생 고기는 꽤 많아요. 오늘도 하나 하지 않겠어요?” 이경규는 <얼루어> 팀에게 아주 잘 왔다고 칭찬(?)을 하기도 했다. “전문 용어로 빈집에 소 들어온 거죠.(웃음) 이렇게 쉬는 날 왔으니까 여유로워요. 낚시가 20대, 30대가 즐기는 취미는 아니잖아요? 시청자의 폭을 좀 넓히고 싶어요. 스트레스 많이 풀리시는지 아주머님들도 참 좋아하시더라고요. 요즘 프로그램이 관찰 카메라 위주라 웃을 거리가 별로 없는데 저희는 웃음을 주죠. 모든 걸 내려놓고, 속내도 내놓고 본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야생적인 프로그램입니다.” 예능 대부의 말이다.
낚시는 기다리는 맛
해가 점차 뜨거워졌다. 이경규는 여전히 혼자 조용히 같은 자리를 지키며 낚시를 한다. 이덕화는 계속 걱정 중이다. “낚시를 하려면 물이 있어야 하는데, 물이 저렇게 빠지네. 많이 빠졌네.” 마이크로닷은 뭐가 그렇게 흥이 나는지 빅뱅의 ‘Bae Bae와 원더걸스의 ‘Nobody’ 등 노래를 연달아 부른다. 낚시를 함께 할 ‘김 프로’는 오후 낚시의 주의할 점을 말해준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강가에도 점차 물이 흘러 들어와 물결을 이룬다. 해는 서산에 걸려 있고, 낚시터 여기저기서 “오!”, “아!” 하는 탄식이 들려온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다.
출연진들은 낚시의 매력이 잘 전달되는지 궁금해하고, 여성들도 이 재미있는 낚시를 더 많이 했으면 하는 바람을 자주 비췄다. 20대 딸이 있는 이경규는 고기를 잡으면 바로 딸에게 사진을 찍어 보낸다. “가끔씩 딸에게 20대들의 생각을 물어봐요. 세대를 떠나서 먹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생각은 비슷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20대, 30대에 맞추는 게 아니라 우리만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2030세대가 좋아하게 해야죠. 그래서 정식 이름이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예요. 코미디언은 웃기는 대상으로 세대 구분을 하지 않아요. 쉬운 건 아니지만, 5세부터 100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하죠. <도시어부>는 어린이들도 좋아해요. 인형 뽑기 하고, 장난감 물고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커서 낚시꾼이 되는 거예요. 우리 프로그램이 2030 트렌드에 특별히 맞추는 것은 없지만, <얼루어> 잡지를 읽어보신 분들이 우리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자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프로그램 영향인지 최근 낚시 인구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증가하는 추세다. 낚시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초보자를 위한 마이크로닷의 조언. “낚시 처음 갈 때에는 같이 가는 사람이 중요해요. 그게 재미있느냐, 재미없느냐의 선택 기준이 돼요. 재미있는 사람이랑 가야 해요. 가르쳐주기도 하고 같이 즐기고.” 이덕화의 조언도 이어졌다. “(마음만 있으면) 금방 늘어. 여자들도 금방 해. 다영이(우주소녀) 하는 거 봐라, 다영이.”
잠시 추억에 잠긴 사이, 이덕화가 “아름답지 않아요? 이렇게 앉아 있으면?” 이라고 말을 건넨다. 넋 놓고 풍경을 바라보다 늪 속에서 뽀글뽀글거리는 곳에 시선이 멈추었다. 잉어가 수초를 오가며 격렬하게 산란하는 소리라고 했다. 낚시에 대한 애정은 지구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졌다.” 지구의 온도가 매년 다르기 때문에 산란철도 달라져요. 저는 매년 해외로 대물낚시를 가는데 해마다 낚시가는 시기가 달라져요. 작년은 4월이었고, 올해는 8월이고 다음 해는 6월이고 이렇게 돼요. 바다에 쓰레기 좀 그만 버렸으면 좋겠어요.” 이덕화가 맞받아친다. “그럼. 항상 이야기하잖아. 고기 한 마리 더 잡는 것보다 치우고 가자고. 낚시 좋아하는 사람 많아졌는데 낚시를 할 곳이 없으면 어떡하겠어. 우리가 잘 가꿔놔야 뒤에 애들이 재미있게 놀겠지. 낚시를 반세기 다녔는데, 낚시를 오래 다니다 보면 농부가 땅을 보고 사는 사람이 아니고 하늘을 보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걸 느껴요. 비가 안 오면, 또 너무 많이 와도 어떻게 되겠어. 농사를 지어본 적도 없는데 이제 금방금방 눈치 채. 이 짓 오래 하다 보면 반은 철학자가 되지.” 한참 잉어의 산란에 눈길을 주던 마이크로닷이 다시 말을 잇는다. “낚시를 하다 보면 본성격이 나와요. 한 사람이랑 세 번 정도 낚시를 가면 평생 친구든가 아니면 다시는 안 봐요. 둘 중 하나예요. 저는 외국(뉴질랜드)에서 자랐는데 7일에 4~5일은 바다에서 보냈어요. 그래서 옆 사람이 잡아도 질투심이 별로 없어요. 낚시 다니는 친한 형들 있거든요. 최자 형 포함해서 맨날 같이 낚시하는데 맞는 사람들끼리 가면 진짜 재미있어요.” 그의 말에 따르면 셋은 아마 평생 친구겠다 싶었다.
<도시어부>의 재미 중 하나인 게스트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예능을 하러 오는데요, 갈 때가 되면 낚시꾼들이 되어 있어요. 그게 너무 좋아요. <도시어부>를 통해서 새로운 사람들,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 또 평소 못 만나는 사람들을 계속 만나니까 너무 좋아요. 사람들 성격도 다 다르고, 많은 점을 배운 것 같아요.”
시간이 좀 더 지나자, 산 뒤로 붉은 흔적만 남긴 채 해가 사라졌다. 조명이 곳곳에 설치됐고, 물속엔 초록빛 찌가 어두움을 밝힌다. 이후 스케줄로 다른 일행을 두고 떠나야 하는 이덕화는 아쉬운 맘에 계속해서 물 이야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둥근 보름달이 떴다. <얼루어> 취재팀도 떠날 준비를 했다. 낚시의 매력은 ‘낚시’ 그 자체에 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그들은 무엇을 낚았을까? 고기는 얼마나 클까? 황금배지의 주인공이 나왔을까? <얼루어>가 함께한 <도시어부> ‘붕어 낚시’ 편은 5월 24일 목요일 오후 11시 채널A에서 방송된다. 또 이후엔 출연자들이 호언장담하는 상반기 최고의 주제도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낚시꾼들의 밤은 계속 깊어가고 있었다.
<도시어부>, 장시원 피디와의 인터뷰
<도시어부> 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이전엔 낚시를 해본 적이 없었다. 안 하는 사람 입장에서 무슨 재미로 사람들이 밤을 새우고, (출연진들을 가리키며) 저기 보는 것처럼 계속 앉아 있는지가 궁금했다.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 하진 않을 거다.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건지 낚시의 재미를 알고 싶었다.
<도시어부> 인기가 엄청나다. 인기를 예상했나?
아직 부족하다.(웃음) 일단은 이렇게 잘될 줄 몰랐다. 세상일이라는 게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닌데, 운도 시기도 모든 게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 또 진정성 부분도 있다. 카메라 팀, 출연진, 스태프들 모두가 새벽 5시부터 촬영을 하고 마치면, 그 다음 날 새벽 5시에 또 촬영이 있다. 20시간 정도 촬영을 하는데, 열심히 즐겁게 하니까 시청자분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초반에는 오랫동안 방송하는 게 목표였다. 낚시 프로그램을 한다고 했을 때 반대가 많았고, 저 또한 그렇게 확신을 가졌던 건 아니다. 그래서 12회 분량의 시즌제를 생각했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다행히 좀 더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가장 기분 좋다.
출연진 섭외에 공을 들였다고 들었다. 왜 이덕화, 이경규, 마이크로닷인가?
이경규 선배, 이덕화 선생님 다 처음 뵈었다. 대한민국에서 낚시 하면 두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두 분을 서포트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두 분을 어려워하지 않고, 이 두 분도 좋아할 수 있는 순수한 사람을 찾았다. 그게 마이크로닷이다. 셋을 캐스팅하고 시작했지만 이렇게 잘 맞을 줄은 몰랐다. 찍어보니 고기를 못 잡아도 셋의 조합이 재미있더라. 질리지 않고 계속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조금 덜 웃기고, 조금 고기는 못 잡아도 계속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피디가 본 출연진의 장점은?
이덕화 선생님은 젊은 사람들과 위화감이 없다. 편하게 친구처럼 대해주신다. 덕화 선생님이 고기를 못 잡으면 전 제작진들이 아쉬워한다. 방송엔 비춰지지 않지만 스태프들을 평소에 많이 챙긴다. 경규 선배는 천재다.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메인 MC로, 40년 동안 방송을 해온 역량이 명불 허전이다. 늘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피디 입장에서도 정말 고마운 분이다. 천재가 열정을 가지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방송 자체가 천재적인데, 열정이 폭발하니까 그걸 따라잡을 사람이 없다. 마닷은 순수하다. 동생, 아들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챙겨주고 싶고 혹시나 사고를 치진 않을까 늘 걱정된다.
장시원 피디에게 <도시어부>란?
늘 답이 달라진다. <도시어부>는 그냥 하는 프로그램이다. 너무 힘들어서 하기 싫을 때도 있고,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해야겠단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너무 힘들기 때문에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냥 ‘<도시어부>다’라는 말 외에 따로 표현할 말이 없다.
촬영을 하면서 느낀 낚시의 매력?
모른다는 것. 알 수 없다는 것. 다르다는 것. 낚시만 계속하니까 촬영 패턴은 똑같다. 그런데 설렌다.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진짜 잡을 수 있을까? 많은 시나리오를 짜지만 예상대로 된 적이 없다. 대본도 없는데 새로운 에피소드가 자꾸 생긴다. 비가 많이 내려서 촬영 자체가 취소된 경우도 많고, 태풍이 갑자기 올라온 날도 있다. 그런 것들이 피디 입장에서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계속 설레게 하는 원동력이다.
장시원 피디의 ‘낚시’ 조언은?
낚시하는 초심자는 처음 갔을 때 고기를 잡아야 한다. 처음 낚시하는 사람 입장에서 고기를 못 잡으면 세상 재미없다. 잡으면 낚시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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