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속옷의 시대는 갔다
레이스가 한가득 달린 예쁜 속옷의 시대는 가고 입은 듯 안 입은 듯 새로운 속옷 트렌드가 찾아왔다.
가슴 위까지 치렁치렁하게 올라온 레이스와 어깻죽지까지 늘어진 프릴들. 이걸 대체 어떤 옷과 입어야 하나 고민도 잠시, 그저 예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집어 들었던 속옷. 막연히 ‘결전의 날(??)을 위해 하나쯤은 있어야 돼’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지른 결과는? 카드값만 다달이 빠져나갈 뿐 실제로 입은 횟수는 3번 미만. 부스럭거리는 레이스, 코르셋처럼 갑갑한 와이어, 체한 것처럼 갑갑한 착용감에 자연스레 옷장에 처박힌 속옷을 보다 ‘과연 누구를 위한 속옷일까?’ 라는 의문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누구를 위한 속옷인지 모를, 이 섹시한 속옷들의 현주소는?
가장 정확하고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화려하고 야시시(?)한 속옷으로 한때 절정의 인기를 맛보았던 빅토리아 시크릿이 몇 년째 고전하고 있다는 것.
매 시즌 쇼마다 무수한 화제를 몰고 오는 바비 인형 같은 몸매의 모델들,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한 섹시 란제리 콘셉트로 대성공을 이룬 이 브랜드가 위기를 겪고 있는 이유는? ‘섹시’의 정의가 점차로 바뀌며 기존에 브랜드가 추구하던 모습이 인위적이고 바람직하지 않게 비쳤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다.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으로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이 과연 이상적으로 ‘섹시한’ 모습 일까? 손바닥 보다 작은 속옷을 소화하지 못하는 내 몸이 잘못된걸까? 이런 의문들이 ‘섹시’라는 정의에 대해 다시 되묻는 계기가 되었고 다음의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났다.
그래서 생겨난 새로운 속옷 트렌드
단순히 섹시 콘셉트에 대항하는 게 아닌, ‘내 몸을 사랑하자’라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속옷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들처럼 군살 하나 없이 날씬한 몸이 아니어도 좋다! 남들이 추구하는 모습이 아닌 자연스러운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게 제일 건강하며 바람직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를 추구하는 크고 작은 속옷 브랜드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다.
얼마 전 런칭한 리아나의 플러스 사이즈 속옷 브랜드, SAVAGE X FENTY 부터
여성의 몸이 바뀌기보단 있는 그대로 사랑받아야 마땅하다는 메시지가 담긴, 캐나다 디자이너 브랜드 MARY YOUNG
여자가 여자를 위해 만드는 노 패딩, 노 와이어, 노 레이스 속옷 브랜드 Negative Underwear
진정한 뷰티는 안에서 부터 오는 것! 자신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는 속옷을 만드는 araks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인스타그램 섹시’라고도 불리는 이 속옷 브랜드 외에도 나다운 아름다움과 섹시를 추구하는 브랜드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푸시업 브라보다 핫한 브라렛의 시대가 열린 것!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국내에도 내 몸을 사랑하는 것에서 출발한 속옷 브랜드가 있다. 아직까진 딱 하나!
인에이는 ‘Love you as you are’ 라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브랜드.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다’ 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며 캠페인 화보는 전문 모델이 아닌 다양한 체형을 가진 일반인 5명과 함께 진행되었다.
각자 생각하는 ‘아름다운 몸’에 대한 인터뷰와 함께 긍정적 메시지를 주는 캠페인의 풀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이곳으로!) 온 몸을 코르셋처럼 꽉 조이는 속옷이 아닌 자연스럽고 편안한 브라렛을 만드는 인에이의 캠페인을 응원하며 앞으로도 국내에 이런 브랜드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
이 밖에 플러스 사이즈 전문 속옷 브랜드와 내 사이즈에 맞는 맞춤제작 속옷까지 75 A에 욱여넣는 속옷 대신 내 몸에 잘 맞는 속옷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내 몸을 내 몸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섹시 란제리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아나가는 과정. 때론 내 몸이 잘못된 건 아닐까 고민된다면 속옷부터 바꿔보자. 진짜로, 당신은 그대로가 아름다우니까.
- 에디터
- 송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