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세포가 다 죽은것 같다면? 이사람의 그림 추천!
지금 연애세포가 부족하다면 이남자의 그림을 찾아볼 것.
만화 일러스트레이터 명민호
어떻게 만화 일러스트를 시작하게 되었나?
3년 전, 그림을 그리고자 마음먹고 서울에 올라왔다. 형편상 미대를 진학하지는 못했지만 후회하고 싶지 않아 혼자 그림을 연습했다.
그럼 그땐 무엇을 그리고 싶었나?
처음에는 웹툰을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웹툰을 다루는 플랫폼 회사를 알아보니 나와는 방향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그린 그림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인스타그램 팔로워 26만이 넘는 스타 작가가 되었다. 이유가 뭘까?
그림체를 어떻게 잡으면 좋을지 고민하던 때가 있었는데, 하다 보니 스타일보다는 스토리가 더 중요하더라. 그림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상황을 더하니 반응도 더 좋았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인플루언서가 된 것 같다. 명민호라는 작가를 따르는 팔로워가 많아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은?
사실은 살짝 무서웠다.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운 것도 아니고, 스스로 부족한 상태에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두려울 때가 있었다. 나쁘게 평가받진 않을까? 지금 이 관심과 애정이 파도처럼 올라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 같은 기분이랄까? 좋은 점은 그림에 대한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오늘처럼 인터뷰를 할 수 있다는 것.
다양한 일이라 하면?
음반 커버 작업도 하고, 책 속에 삽화도 그리고, 커피 광고도 그렸다. 최근에는 홈쇼핑에서 진행하는 ‘위시 툰’이라는 고객의 사연을 그림으로 그리는 작업도 하고 있다.
수입도 많이 늘었겠다.
돈은 별로. 아직 이 부분에 체계가 안 잡혀 있어서 그런지 제대로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티스트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작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다시 그림 얘기를 해보자. 장면을 구상할 때 어떤 방식으로 하나?
요즘엔 여자친구와 만날 때의 감정이나, 여자친구가 얘기하는 것들에서 많이 찾는다. 일상 속에서 소스를 찾기도 하고. 머릿속에 있는 그때의 감정을 그려나가는 편이다.
아 연애 중이었지.
1년 정도 만나는 여자친구가 있다. 사랑을 하고 거기서 얻게 된 감정을 그림으로 솔직하게 그리다 보니 반응이 더 좋아졌다. 그래서 기분이 더 좋다.
그러면 안 되겠지만 연애가 끝나면 어떻게 하나? 소재가 고갈될 수 있는데.
다른 상황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을까?
이별 시리즈가 시작될까?
그러고 싶진 않지만 이별 후에도 또 다른 감정이 있을 테니까… 그때의 감정에 충실하지 않을까.
작품 중에 <신의 장난>이라는 제목이 참 궁금했다. 연인이 다정하게 앉아 있는 그림인데.
여자친구와 썸 탈 때의 얘기다. 서로 오해가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날따라 기분도 좋고, 안 되던 인형 뽑기도 되고… 이상한 날이었다. 결국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오해도 풀었다. 그리고 둘이 공원에 있던 3개의 벤치 중 가운데에 앉게 되었는데, 마침 우리가 앉아 있던 벤치 쪽으로 가로등이 깜박깜박거렸다. 마치 핀 조명처럼.
그린라이트 같았겠다. 온 우주가 고백을 돕는 기분?
하하 정말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그린 그림이 고백편이다.
보고 있으면 연애하고 있는 듯 대리만족이 되는 게 인기의 비결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그림이 섬세하기도 하고. 연애 말고 다른 거 그리고 싶은 생각은 없나?
사람들이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 어쩌면 보고 싶지 않은 장면 같은 걸 생각하고 있다.
그게 뭔가?
군중 속에서 가려진 사회적 약자의 모습 같은 것. 행복한 군중 속에도 모순이 있다는 걸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까?
후회하고 있겠지? 스스로 탓하고 있을 거고, 인생이 재미없었을 것 같다.
지금은 재밌나?
지금은 재밌다.
돈을 벌어서 하고 싶은 것은?
결혼. 그리고 서울에 집을 사는 것.
힘들 때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취미가 일이 되었을 땐 느낌이 달라지는 시점이 있을 텐데, 아직은 아닌가 보다.
아니다. 가끔 그리기 싫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내가 선택하고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또 그린다.
놀 때는 뭐 하나?
여자친구 만난다.(웃음)
기 승 전 여자친구다.
아하 당연히. 그림 그릴 때도.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올해 말에 에세이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엽서와 포스터도 한정 수량으로 인쇄해서 팬분께 선물도 하고 싶고, 지금 그림을 연재하고 있는 플랫폼 그라폴리오를 통해 어려운 이들에게 후원하는 일도 하고 싶다.
자신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남들과 똑같이 평범하지만, 하고 싶은 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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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이하얀
- 포토그래퍼
- Cho Gi Se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