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 COLORS
이스탄불에서도 가장 오래된 거리. 수많은 빛깔로 반짝이는 도시와 그보다 더 아름다운 설현이 있다. 그리고 마침내, 긴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온다.
친구들과 휴가를 다녀오고 나서 바로 이스탄불에 온 거죠. 설현은 정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봐요?
세 달 전부터 잡은 휴가인데 성수기라는 걸 생각 못했던 거예요. 어디나 사람이 많았어요. 맛집 같은 곳에 줄도 많이 섰고요. 패러글라이딩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9개나 먹고요. 제가 짠 계획들로 언니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니 뿌듯했어요. 그러고 여기 온 거예요. 행운의 도시라는 느낌도 들어요.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아름다워요.
여행 계획을 짰다니, 그럼 앞으로도 계속 계획 짜는 것을 맡겠네요.
아마 다들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패러글라이딩이 가장 뿌듯했어요. 지민 언니는 하고 싶어 했지만 신영 언니는 하기 싫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하늘 위에 올라가서 보니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사람들이 되게 조그맣게 보이잖아요. 그래서 저도 높은 하늘에서 보면 점에 불과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귀국하면 서울에서 영화 <안시성>의 제작 발표회가 곧바로 열리더군요. 왜 이 영화를 선택했어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안시성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과 캐릭터가 무척 매력적이었어요. 특히 ‘백하’라는 역할이 정말 매력적이더군요.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길을 가는 당찬 인물이에요. 제가 닮고 싶은 롤모델 같은 느낌. 그래서 ‘꼭 저 역할을 하고 싶다,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그런 사람을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언니. 엄마나 언니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죠. 늘 멋있어요.
그러고 보니 설현의 연기 데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본 기억이 나요. <내 딸 서영이> 아니었나요?
맞아요. 오래전에… 저는 카메오 역할로 잠깐 출연했어요.
어땠어요, 처음 연기했던 그때?
연기 레슨은 연습생 때부터 받고 있었어요. 그런데 현장에 나가면 다르잖아요. 낯설고 두려웠던 기억이 나요.
그후로 쭉 연기를 해오고 있죠. 배우로서 어떤 고민을 가장 많이 해요?
연기라는 건 믿고 집중해야 잘할 수 있는데, 막상 현장에 나가면 100% 집중하고, 믿기가 힘들어요. 하다 보니까 50%는 집중해 있고, 50%는 정신이 살아 있어야 제대로 된 연기가 나온다는 걸 깨달았어요. 예전에는 내가 집중을 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였다면 요즘은 연기를 하면서도 나의 연기를 사람들이 납득할지에 대해 더 중점을 두게 되었어요.
많은 감독이 설현은 좋은 배우가 될 재목이라고 합니다.
가능성을 보고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거니까 당연히 감사하죠. 능력치를 쌓아서 좋은 연기를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연기자에 어울린다’, ‘재목이다’라는 평가도 좋지만 그것을 넘어선 더 좋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스스로 느끼기에 무대에 설 때와 연기를 할 때 다른 설현이 돼요?
완전히 달라요. 같으면서도 달라요. 무대에 설 때는 항상 멤버들과 함께해요. 거의 10년 동안 같이해온 사람들이니까 왠지 든든해요. 그런데 연기를 할 때는 작품마다 계속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하잖아요. 제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잘 못해서 좀 긴장이 돼요.
빨리 인정받고 싶어서 초조해질 때도 있어요?
당연히 빨리 인정받고 싶어요. 하지만 저는 무엇이든 천천히 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너무 빨리 기회가 올 때는 좀 당황스러워요..
그럼 <안시성>은 좋은 때에 다가온 작품인가요?
항상 시나리오를 읽고 있지만 <살인자의 기억법>이라는 작품을 했기 때문에 백하라는 역할에 더 매력을 느꼈어요.
<안시성>에서 설현은 무슨 역할을 할까 궁금했어요. 장군이라는 걸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어요. 게다가 여성으로만 구성된 부대의 장군이죠.
쇠뇌 부대의 리더예요.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제가 연기를 하면서도 처음으로 보여드리는 제 모습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운 시도가 부담스럽기도 했고, 어떻게 보실까 걱정도 되지만 저는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무기를 들고 액션 연기를 하는 건 어땠어요?
쇠뇌와 칼을 쓰는데 쇠뇌는 도구라서 제가 크게 움직일 게 없어요. 칼이 더 역동적이에요. 칼과 쇠뇌를 번갈아가면서 쓰는 장면은 힘든 만큼 뿌듯했어요. 연습하면서 정말 체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처음엔 말 타는 것도 무서웠는데 금방 익혔어요. 사실은 거기 있는 말들이 저보다 베테랑이에요. 촬영을 저보다 많이 해본 연기 선배예요.
백하의 부대는 어떤 부대고, 그녀는 어떻게 장군이 되었나요?
음… 무술을 잘해서요. 안시성은 작은 성이기 때문에 전투가 일어나면 치밀한 전략에 따라 싸워요. 그러고 백하의 감정도 작용하고요. 제가 이끄는 역할을 하는 건 처음이에요. 그래서 액션 연습은 물론 발성 연습을 많이 했어요. 백하에게는 두 가지 모습이 있어서 그 점을 고민했어요. 감독님과는 시나리오에 나와 있지 않은 백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런 건 제 상상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거니까.
왜 백하가 설현에게 온 것 같아요?
왜 저를 선택하셨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런 건 물어보지 않는 편이에요. 감독님은 계속 촬영하면서 “어, 좋아”, “좋다!” 계속 좋다고 하시는 거예요. 믿기지 않아서 “감독님, 정말 괜찮아요?” 하고 물어볼 때가 많았어요. 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장면이 있으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다시 찍으시더라고요. 감독님이 그리는 안시성의 모습이 정확하다고 느꼈어요.
조인성, 남주혁 등 남자 배우가 가득한 현장이었는데요. 어떤 호흡이나 영감을 주고받았어요?
저는 확실히 촬영할 때마다 영감을 받았어요(웃음). 선배님들이 집중하는 모습 등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고 깨닫고 배웠어요.
크레딧에 설현으로 올라가나요? 김설현으로 올라가나요?
저는 사실 제 이름에 대해 별 생각이 없거든요. 전 설현이기도 하고 김설현이기도 하니까. 어느 쪽이든 좋아요. 활동 분야를 나누고 싶지 않아서 그냥 설현으로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설현으로 산 지 오래돼서 “안녕하세요, 김설현입니다” 하고 인사하는 게 어색할 정도거든요.
‘설현’, 새삼스럽지만 예쁜 이름이에요.
맞아요, “이름 덕 봤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지어주셨는데 거창한 뜻은 없고, 눈 올 때 태어나서 눈 설(雪)자 써서 설현이거든요. 어릴 때도 제 이름을 말하면 한번에 알아듣는 사람이 없었어요. 워낙 소심한 성격이라 “설!”, “현!” 이렇게 한 글자, 한 글자 말하기가 너무 부끄러웠어요. 지금은 특별한 이름인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만요.
‘빙글뱅글’을 듣고 이번 여름은 ‘이거다’라고 생각했어요.
저도요. 노래 듣자마자 되게 좋았는데 초여름에 나와서 아쉬웠어요. 지금 듣기에 딱 좋은데.
요즘 욕심나는 캐릭터 있어요?
<루머의 루머의 루머>에서도 하고 싶은 역할 되게 많았어요. 제시카도 해보고 싶고, 한나도 해보고 싶고 또 <클로저>의 앨리스를 좋아하거든요.
결정할 때 설득당하는 타입인가요? 설득하는 타입인가요?
설득당하는 타입이에요. 주변 사람들은 설득하는 타입이 많은 것 같고요. 덕분에 항상 새로운 걸 도전할 수 있어서 좋아요.
오해를 받을 때는 어때요?
‘저 분한테는 그렇게 보이는구나’라고 생각해요.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저와 제가 생각하는 저는 다를 수 있으니까요. 각자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라는 말 많이 듣지 않나요?
저요? 저는…아주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특별한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인가요?
사실 특별한 일을 한다고도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냥 저도 하나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에요. 그 안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 한 사람이요. AOA로도, 배우로도 이루고 싶은 게 많아요.
이제 화보 촬영을 시작할 텐데, 어떤 ‘연기’를 할 생각인가요?
화보 촬영을 좋아해서 촬영을 할때마다 항상 기대가 돼요. 그런데 저는 100%를 했다고 생각해도 사진으로는 늘 부족해 보이는 거예요. 항상 ‘자신감’을 생각해요.
‘백하’라는 역할이 정말 매력적더군요.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길을 가는 당찬 인물이에요. 제가 닮고 싶은 롤모델 같은 느낌. 그래서 ‘꼭 저 역할을 하고 싶다,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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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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