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를 돌보지 않은 죄로 앞니를 잃은 에디터의 조언!
10년 혹은 20년 전쯤, 그러니까 당신이 아직 아이일 적에, 엄마 손잡고 간 치과에서 치료한 치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진 않은지? 만약 그렇다면 주의 깊게 읽을 것. 치아를 돌아보지 않은 죄로, 앞니를 잃은 에디터의 조언.
해외에서 앞니가 부러진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지난 마감 중 1박 2일의 일정으로 해외 출장을 떠나게 된 에디터. 글로벌 미디어들이 한 공간에 모이는 자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 있었다.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자유 시간을 틈타 ‘블루 보틀’로 향했다. 커피 한 모금으로 입을 축이고 샌드위치를 베어 물었는데, 입안에 뭔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별안간 혀 위에 딱딱한 무언가가 굴러다녔고, 그러면 안 되는 곳에서 허전한 느낌도 들었다. 설마 하며 이물질을 뱉었는데 손바닥 위로 데구르르 굴러 떨어진 건 옥수수 같은 앞니. 그렇다. 앞니가 부러진 거였다! 초면에 동행한 타 매체 에디터는 웃지도 못하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 부딪힌 것도 아닌데? 특별히 딱딱한 걸 먹은 것도 아닌데 왜? 이유는 단순했다. 치료한 지 오래된 치아를 방치한 탓. 사실 내 앞니는 온전히 내 것이 아니긴 했다. 유전적으로 치아가 약한 편이라 잘 상하는데, 중학생 때 상한 앞니를 신경 치료하고 도자기 소재로 씌워두었던 것(크라운 시술), 10년도 넘은 ‘보철 치아’였던 거다. 결국 똑 부러져버린 내 이!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치과를 찾아갔다.
Q치료한 치아에 문제가 생겼어요. 이런 경우가 흔한가요?
그렇습니다. 건강한 치아가 갑자기 문제를 일으키는 것보다 전에 치료한 치아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더 많아요. 신경 치료를 하고 나면 ‘시리다’거나 ‘아프다’는 감각이 없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이가 부러지거나 더 이상 수리를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때우거나 씌운 이가 잘못돼서 찾는 경우만 있는 것도 아니에요. 우리나라에서 임플란트가 상용화된 지도 10여 년이 넘었기 때문에, 관리를 잘못한 임플란트나 임플란트를 심은 잇몸이 불편해서 병원을 찾는 20~30대도 적지 않아요.
Q이런 불상사를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치아에 전혀 문제가 없어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치과에 내원해야 합니다. 시술한 치아 개수가 많을수록, 본연의 치아 삭제량이 많을수록 문제의 소지는 커지죠. 때문에 보철물이 많은 경우에는 6개월에 한 번을 추천해요. 잇몸이나 치아가 다른 사람보다 약하거나 문제가 있다면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방문해 점검할 것을 권유합니다.
Q내원하면 어떤 검진을 받게 되나요?
때운 이, 혹은 크라운이나 브리지 같은 보철 치료를 다 뜯어 볼 수는 없죠. 하지만 어떤 상태인지 추정할 수는 있습니다. 스케일링을 하고 전체적으로 꼼꼼하게 살펴보면 보이지 않던 틈이 보이기도 하고, 입안 전체가 보이는 파노라마 엑스레이를 찍은 후 사진을 분석해서 이상이 있는 곳을 찾기도 합니다. ‘뭔가 좀 이상하다’거나, ‘평소와 조금 다르다’는 환자의 감각을 따라 더 주의 깊게 살피는 경우도 있고요.치료한 지 오래된 치아는 열어봐야 상태를 알 수 있는 경우도 물론 많습니다.
Q치료한 치아를 문제없이 오래 사용하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보철물의 경우 환자의 구강 상태에 따라 수명이 달라집니다. 치료한 지 오래되면 보철물과 치아 사이에 틈이 생기고, 이 사이로 음식물이나 이물질이 끼면서 2차 충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양치를 잘하는 거죠. 치아뿐 아니라 치아와 치아 사이, 그리고 잇몸까지 깨끗하게 닦아야 보철의 수명이 늘어납니다. 또 하나, 치과에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하면서 보철물을 시의적절하게 교체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관리 여하에 따라 달라지지만 10년 주기로 교체하면 적합하다고 봅니다. 심미성을 강조하는 앞니 보철이나 미용 목적의 시술인 라미네이트 등은 보통 7~8년으로 보고요. 이 시기를 놓치면 치료한 부분 아래로 조금씩 문제가 생겨서 남은 치아를 더 삭제해야 하거나 추가로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져요. 임플란트는 충치가 생기지 않는 대신에 일반 치아보다 잇몸병에 더 취약합니다. 내려앉거나 임플란트 구조물이 보여 색이 변하는 경우도 있고요. 자연 치아 주변의 잇몸보다 훨씬 깊게 덮여 있기 때문에 사이에 음식물이나 세균이 들어가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 부분은 집에서 관리하기가 힘들어요. 워터픽 같은 도구의 도움을 받으면 좋습니다.
Q상한 치아를 발견하면 바로 치료하는 게 가장 좋죠?
성인이 되면 충치 진행 속도가 비교적 느리기 때문에, 실금처럼 가는 충치를 발견했다고 바로 치료할 필요는 없어요. 올바른 양치질을 통해 관리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진행 정도를 체크하면 됩니다. 가능하면 온전한 본인의 치아를 그대로 가져가는 게 최고니까요. 하지만 이것도 스스로 판단할 사항은 아니고, 의사의 진단하에 결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육안으로 보기에 아주 작아 보여도 실제로 충치가 꽤 크거나 깊을 수 있거든요. 치아 구조상 표면이 튼튼하고 속은 무르기 때문이죠. 반대로 치료를 위해 긁어냈는데 충치가 크게 진행되다가 미네랄 등이 적절히 보충되면서 다시 단단하게 변화된 경우도 있어요. 이런 경우에는 색이 변했다고 해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거죠.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요.
Q건강한 치아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올바른 양치 방법입니다.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음식을 먹으면 바로 양치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양치 횟수가 너무 잦으면 치아가 마모되지 않나요?”라고 묻는 경우도 있지만, 과도한 힘과 잘못된 양치법 때문이지 횟수 때문이 아니거든요. 너무 자주 양치하는 게 차라리 안 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흡연자들은 더 주의해야 합니다. 치아는 이물질이 달라붙거나 쌓이지 않도록 매끈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흡연 후에는 니코틴이 치아에 달라붙어 치아 표면이 울퉁불퉁해지고 다른 이물질이나 플라크를 끌어당기기 쉽습니다. 더불어 차 속에 들어 있는 타닌 성분도 치아에 쉽게 달라붙기 때문에 흡연 후나 차를 마신 후에는 특히 바로 양치하기를 권합니다. 하지만 현대인은 하루에 세 번 양치하기도 힘들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한 번만 양치를 하더라도 올바른 방법으로 하는 게 중요한데, 치아 표면과 윗면은 물론이고 치아 사이와 잇몸까지도 깨끗하게 닦도록 하세요. 치실이나 치간칫솔 등을 본인 치아 상태에 맞게 적절히 사용하고, 말했듯이 워터픽 등의 도구를 사용하면 더 좋습니다. 양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음식물을 섭취한 후 가볍게 물로 헹궈주기만 해도 세균의 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