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루어 에디터가 읽은 11월 신작
소설×일러스트
문학은 독자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시대의 독자에게 가까워지려는 출판사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손바닥에 들어가는 작고 가벼운 형태를 채택한 쏜살문고는 그중 하나였고, 또 새로운 시리즈가 나타났다. 미메시스의 ‘테이크아웃’ 시리즈다.
마치 스타벅스 커피를 떠올리게 하는 ‘테이크아웃’이라는 주제처럼 테이크아웃 시리즈는 아주 작고 얇다. 가장 큰 특징은 소설가는 물론 일러스트레이트와의 협업을 꾀했다는 것이다. 2030세대가 선호하는 젊은 소설가의 단편소설에 이미지로 대중과 소통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을 붙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팬텀 이미지>의 표지는 정지돈의 단편소설에 최지수가 그림을 그린 것. 2018년 첫 시리즈를 출간해 2019년 상반기까지 총 20종을 낼 예정이다.
테이크아웃 시리즈는 독자층을 기존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서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즐기는 이야기’로 개념을 확장했다. 아마 문학 팬보다 스토리텔링을 좋아하고, 공감이 가고 ‘좋아요’를 누르고 싶은 아기자기한 그림을 좋아하는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일 것이다. 현재 모두 14종이 발행되었고 작가 정세랑과 일러스트레이터 한예롤, 배명훈과 노상호, 손아람과 성립, 한유주와 오혜진 등으로 짝을 이루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각각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인터뷰를 실어 각자의 의도, 협업에 대한 과정과 생각을 설명하고 독자와 나누고 있다. 친절한 소통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작품의 여운을 흐트러트린다는 상반된 감정이 들었다. 이 시리즈는 성공할까? 결국 어떤 독자층이 이 책을 선택했을까? 모든 시리즈가 마무리된 내년쯤 알 수 있을 그 답이 진심으로 궁금해진다.
대담한 하루키
가와카미 미에코는 <젖과 알>로 일본 문단의 총아로 떠오른 1976년생 작가이자, 오랫동안 하루키의 작품을 읽어온 하루키 세대다. 하루키의 우물을 상상하는 대신 하루키의 우물로 뛰어들기로 결심한 그녀는 하루키를 총 네 번 만나 긴 시간 인터뷰했다. 하루키의 문체적 변화, 작가의 사회적 역할, 이데아와 메타포 등 주제는 넓고 깊다. 또한 하루키가 비판을 받는 지점인 모호하고 신비로운 여성상과 여성이 성적으로 소모된다는 비판을 정면으로 질문한다. 익숙한 질문과 답변도 있다. 그럼에도 문득문득 작가의 숨겨둔 ‘우물’을 세상 밖에 펼쳐놓는다.
다시 커포티
커포티가 사망한 해는 1984년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영생을 얻은 듯한 운 좋은 작가 중 하나다. 오히려 지금 세대의 지향점과 그는 더 잘 맞아 <내가 그대를 잊으면>은 열한 살부터 글을 썼다는 커포티가 10대 시절 쓴 미발표 유고집이다. <차가운 벽> 역시 그가 10대에 쓴 작품이다. 2014년 발견된 14편의 단편은 열네 살부터 열일곱 살 무렵 완성한 것이다. 이 작품은 우연히 발견되었는데, 그런 우연은 드물게 찾아와 문학에게 큰 선물을 주고 간다.
NEW BOOK
<나이트우드>
당대의 모더니스트로 불렸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주나 반스가 남긴 퀴어 문학의 고전. 연인 셀마 우드와 결별 후 쓴 작품으로 T.S. 엘리어트가 편집을 맡기도 했다. 1936년 첫 출간 당시 검열을 의식해 상당 부분을 잘라냈는데, 1995년 복원된 판본을 번역했다.
저자 주나 반스 출판사 문학동네
<우리가 추락한 이유>
영화 <셔터 아일랜드>의 원작인 <살인자들의 섬>, <미스틱 리버> 등 사회파 범죄 스릴러의 대가로 불리는 데니스 루헤인이 처음으로 여성 시점으로 쓴 스릴러다. 남편을 총으로 쏴 죽였다는 레이철의 독백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될 예정.
저자 데니스 루헤인 출판사 황금가지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 쓰기 기술>
세상에서 엉망진창인 글을 가장 많이 받아보는 건 출판사의 에디터일 것이다. 그에 대한 아쉬움과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을 속이는 얄팍한 존재를 깨달은 베테랑 에디터가 분연히 쓴 책. 솔직하고 위트 있는 문장으로 읽는 재미도 있다.
저자 양춘미 출판사 카시오페아
- 에디터
- 허윤선
- 포토그래퍼
- Hyun Kyung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