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내 월급은 어디서 새고 있을까?
목돈을 만드는 데 필수 조건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재테크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저축’이라 말한다. 솔직히 그걸 몰라서 안 하는 건 아닌데, 도대체 내 월급은 어디서 새고 있을까?
시드머니의 힘
금리가 낮고 투자 수단이 마땅치 않은 시대. 많은 사람이 재테크를 위해 주식이나 펀드, 비트코인을 기웃거린다. 저축에 대한 완전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테크의 핵심은 돈을 어떻게 불리느냐가 아니라 ‘돈을 어떻게 남기느냐’다. 투자는 결과적으로 돈을 잃을 확률이 높지만, 저축은 내가 하는만큼 100% 남기는 재테크다. 내가 1인가구, 심지어 재테크 초짜라면 무조건 성실히 저축부터 해야 한다. 저축은 이자 때문에 하는 게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으면 써버릴 위험이 높으니까, 그리고 흩어져 있는 돈은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니까, 이걸 한데 묶어서 나조차도 쉽게 쓸 수 없는 목돈을 만드는 게 목적이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보면 당연히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투자 방법과 결단력이 있어도 투자할 재료(시드머니)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재테크의 기본인 저축. 모르는 건 아닌데 도대체 왜 잘되지 않는 걸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돈을 잘 모을 수 있을까? <결혼은 모르겠고 돈은 모으고 싶어>의 저자 김경필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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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저축의 법칙을 지켜라
돈을 모으지 못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핑계가 있다. 꼭 써야만 하는 기본 생활비 지출이 있고 사고 싶은 물건을 할인이나 할부로 구매해 소비가 계속 늘어나는 경우다. 그리고 적은 월급 때문에 지금 당장은 저축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월세를 내거나 생활비를 해결해야 하는 등 개개인의 사정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이건 저축을 못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절대 소비가 통제되지 않아서 저축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저축을 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가 통제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돈을 잘 모으는 ‘굿 세이버’들은 목표 금액을 먼저 저축한 후에 남은 돈으로 소비를 한다. 소비를 줄여서 저축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하다.
그렇다면 내 월급의 어느 정도를 저축해야 할까? 김경필 머니플래너는 사회초년기인 20대에는 월급의 60~70% 이상, 30대에는 50~55% 이상이 적절하다고 말한다. 한 달간의 내 생활이 불편할 만큼 저축해보는 것이다. 1인가구는 제시한 저축률을 그대로 따르긴 어렵겠지만 최대한 맞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최대한 많은 금액을 저축하다 도무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다시 저축 금액을 조금 줄이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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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의 벽을 넘어라
내 집 장만의 꿈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기 목표에 대한 계획은 시드머니를 만든 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일단 가까운 미래에 이룰 수 있는 단기 목표로 1억의 벽을 넘어보자. 한 달에 1백13만원을 저축한다고 가정할 때 7년을 모으면 딱 1억의 목돈이 된다. 다만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풍차 돌리기’식의 소액 적금에 가입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10만원, 15만원, 20만원 등 소액으로 적금을 들면 그 결과는? 지난달 내가 사고 싶었던 가방 가격에 딱 들어맞는 돈이 만들어진다! 소액 저축으로는 절대 목돈을 만들기가 힘들다. 다만, 한 달에 딱 1백만원을 저금하는 것도 추천하지 않는다. 1백만원을 저축하면 1년에 1천2백10만원을 만들 수 있다. 그러면 다시 결과는? 맞다! 2백10만원으로 아까 사고 싶었던 그 가방을 또 사고 싶어진다. 이렇게 ‘0’으로 떨어지지 않는 돈의 소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저축 금액은 83만원, 1백23만원, 1백65만원처럼, 만기에 ‘0’으로 떨어지는 목돈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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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택시비의 예산을 정해라
문득 한 달에 가장 많은 지출을 하는 것이 무엇일지 점검해보았다. 매일 2잔 이상 마시는 커피와 조금만 몸이 힘들어도 타는 택시비였다. 낭비인 줄 알면서 왜 이렇게 돈을 쉽게 쓰게 되는 것일까? 그건 나의 소비를 막을 제한선이 없기 때문이다.
김경필 머니플래너의 경우는 한 달에 쓸 수 있는 ‘별다방 예산’이 있다. 7만원이다. 별다방 커피를 사 마시면 ‛뱅크샐러드’라는 가계부 앱에서 ‘6만5천원이 남았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자동으로 별다방 예산에서 커피 1잔의 금액이 차감된다. 예산을 다 사용한 후, 별다방의 커피를 마시려면 예산이 리셋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의 소비를 내 스스로 제한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다시 한 달이 시작될 때, 커피의 맛은 배가 된다. 예산은 이렇게 소비 한 번의 효용 가치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이번엔 쇼핑비를 일정 금액으로 제한한다고 가정하자. 이번 달 금액이 여유로우면 쇼핑을 해도 다음 달 카드값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편히 쇼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달 쇼핑 예산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이거 너무 비싼 거 아니야?’ ‘다음 달 카드값이 너무 많이 나오면 어쩌지?’하고 염려하게 된다. 이번 달 쇼핑 예산을 다 썼다면 다음 달로 이월해 참았다가 구입하면 된다. 예산이 있으면 소비의 자동 안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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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통장을 활용하라
초보자라면 지금 당장 소비 통장과 월급 통장부터 분리할 것. 카드값이나 현금이 빠져나가는 통장은 무조건 월급 통장과 달라야 한다. 월급이 들어오면 한 달 동안 내가 쓸 돈을 소비 통장에 옮겨두자. 내가 나에게 한 달간의 예산을 송금하는 것이다. 결국 통장을 분리한다는 것은 예산을 책정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여기에 예비자금 통장과 오아시스 통장을 만드는 고급 단계도 있다. 연간 비정기 지출 예산(명절 비용이나 여행 비용 등 매달 이루어지지 않는 특별한 소비)의 12분의 1만큼 매월 송금해둔다. 여행을 갈 때는 이 통장에서 꺼내 쓰면 된다. 예비자금 통장은 보너스나 상여금을 보관하는 통장이다. 만약 어느 달에 전체 소비 금액이 예산을 초과했다면 이 예비비를 소비 통장으로 이체해 사용한다. 4개의 통장을 잘 사용하면 소비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되어 저축이 더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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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라
업무 스트레스가 목까지 차오른 날이면,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가 옷을 산다. 맛있는 음식을 사먹고 비행기 티켓을 결제한다. 스트레스를 소비로 푸는 것이다. 이에 김경필 머니플래너는 말한다. “그나마 모아놓은 돈으로 열 받아 하며 소비하면 다행인데, 아직 벌지도 않은 미래의 돈(할부)을 쓰면 금방 후회하게 됩니다. 소비하지 않더라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기쁨을 줄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거든요. 소비를 아예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소비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소비를 하지 않고 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기쁨을 줄 수 있는 것들은 어디에서 찾으면 될까?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내 삶을 세밀히 분석해보는 것이다. 지난 일주일 중 수면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일은 얼마나 했는지, 맛집에는 얼마나 갔는지 살펴보면 자신이 왜 소비를 많이 하는지 알게 된다.
행복의 조건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재미, 두 번째는 성취, 마지막은 안정이다. 이 세 가지 조건은 골고루 안배되어야 한다. 재미는 소비에서 온다. 맛집을 가거나 여행을 가는 일이다. 성취는 직장 생활에서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냈을 때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이다. 마지막은 내 인생의 방향을 정하고 계획대로 미래를 그릴 수 있을 때 생긴다. 소비가 큰 사람들은 대부분 지나치게 재미를 추구한다. 평일에 회사에서 시달렸다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쇼핑을 할 것이 아니라 집에서 푹 자면 된다. 카페에서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하며 책을 읽는 등 적은 돈으로도 충분히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물론 때때로 여행을 떠나도 좋다. 다만 지나치게 재미만을 원하면 그후에는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하루 동안 아무것도 안 하는 기쁨을 잃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평일을 바쁘게 보내면서 주말은 더 바쁘게 보낸다. 이제는 게으를 자유를 누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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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하려면 경제 기사부터 읽어라
어느 정도의 시드머니가 생겼다면 투자를 시작해도 좋다. 투자에는 두 가지가 있다. 목돈이 필요한 부동산이나 집 장만, 혹은 매달 생기는 소득으로 하는 주식이나 펀드다. 다만 반드시 사전 공부가 필요하다. 물론 공부를 한다고 해서 재테크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를 하면 적어도 실패하지는 않는다. 지금 당장 경제 기사부터 읽어라. 여기서 핵심은 경제 기사를 믿는 것이 아니다. 경제 기사를 보고 팩트 체크를 하며 이 기사가 정말 맞는지 생각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경제 지식이 생긴다. 1단계로 처음 한 달 정도는 읽고 찾는 연습만 꾸준히 해보자. 모르는 용어와 문장이 많아서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한꺼번에 너무 많은 기사를 읽는 것은 금물. 이해되지 않더라도 하루에 한 개씩이라도 꾸준히 읽는 게 핵심이다. 2단계는 기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결론이 무엇인지, 정보가 옳고 그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기사에 나온 현상과 원리를 다른 문제에 대입해보는 단계. 내 업무 현장이나 자신의 재테크 활동에 적용해보고 그 영향력을 시험해보면 된다. 이를 반복하며 기사가 이해될 때까지 공부하자. 투자 활동을 시작할 시간을 버는 것이다. 다만 이 시간 동안 빼먹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공부한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실탄(시드머니)을 장전하는 것이다. 저축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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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황보선
- 일러스트레이터
- Jo Sung Heum
- 도움말
- 김경필(플랜앤하우투 대표, iFA 대표 카운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