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런던 사이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활약하는 한국 디자이너를 후원하는 삼성패션디자인펀드. 그 14번째 수상자로 레지나 표의 디자이너 표지영, 블라인드니스의 듀오 디자이너 신규용, 박지선이 선정됐다. 2회 연속 수상자인 표지영은 런던에서 작품성과 매출에서 명확한 성과를 내고 있고, 블라인드니스의 듀오 디자이너 역시 2018년 6월, 영국패션협회 추천으로 런던패션위크에서 온스케줄 런웨이를 진행했다.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반기고 혁신을 지향하는 런던에서 주목받는다는 것이 공통점. 다음은 디자이너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낭만을 디자인하는 레지나 표 }
삼성패션디자인펀드(이하, SFDF) 2회 연속 수상을 축하한다. 소감이 어떤가?
기대하고 있지 않았는데 받아서 더 기분이 좋다. 작년 수상 이후에 브랜드가 계속 성장해서 받은 결과인 만큼 올해도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졌다.
몇 시즌 사이에 전 세계 여성이 입고 싶은 브랜드로 거듭났다. 비결이 뭔가?
레지나 표는 항상 모든 여성이 매일 아침 일어나 옷을 고르는 순간을 생각한다. 화보 속 모델이 입었을 때만 아름다운 패션이 아닌 일상 모든 여성이 입어 자신감을 나타낼 수 있는 디자인을 생각하는 것. 그것이 비결이 아닐까.
처음 브랜드를 론칭한 2013년과 지금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의류뿐 아니라 가방, 신발, 주얼리 등 액세서리 라인이 성장하며 브랜드 규모가 커지면서 많은 일을 함께 의논하고 실행할 팀이 생겼다. 든든하고 소중한 팀, 그래서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지난해 수상 후에 상금을 비즈니스 매니저를 채용하는 데 쓰고 싶다고 했다. 그도 포함인가?
그렇다. 10년 전 세인트 마틴에서 만난 르네 쿠오코(Renee Cuoco)가 2018년 2월부터 함께 일하고 있다. 서스테이너빌리티 리서치 센터(Sustainability Research Centre)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패션과 디자인을 공부해 여러 방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레지나 표의 의상에서는 ‘낭만’이 느껴진다. 작업 중 특별히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나?
한 번 사는 인생, 평소 파워 슈트를 입다가도 낯선 휴양지에 가면 평소 입지 않던 실루엣과 컬러의 의상에 마음을 뺏기는 게 여자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멋이 흐르는 위트와 낭만을 담은 의상을 만들고자 한다.
2019 봄/여름 컬렉션은 생동감 있는 컬러와 디테일이 눈에 띈다.
세인트 마틴에서 예술학과 학생들의 옷차림이 인상적이었다. 패션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미적 감각을 자유롭게 표현한 느낌이랄까. 그에 영감을 얻어 자주 쓰지 않는 컬러들을 조합해 자유와 젊음을 표현했다. 컬러 간 조화와 그 안에 스민 디테일이 부담스럽지 않게 하모니를 이루게 하는 것. 고민이 많았다.
예술적 요소와 다양한 문화 등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들었다. 최근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아티스트나 예술적 이슈가 있나?
얼마 전 안젤라 데 라 크루즈(Angela de la Cruz)의 갤러리에서 촬영을 했는데 2D의 캔버스를 구부려 만든 3D 조각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마비가 와서 예술활동을 못할 뻔했는데 극복한 그녀가 대단하기도 하다.
컬래버레이션하고 싶은 인물이나 대상이 있나?
나이키랩, 아주 기능적이면서 아름다운 트레이너나 액티브 웨어가 재미있을 것 같다.
비이커 입점 외 레지나 표 단독 오프라인 숍은 언제쯤 만날 수 있나?
오프라인 숍이라고 하기엔 어렵지만 레지나 표를 사랑하는 국내 소비자를 위해 프라이빗 쇼룸을 열었다. 신사동 564-18 여암빌딩 1층. 친구 집에 놀러 가 옷장을 구경하듯 레지나 표의 방으로 초대받은 느낌이 들 거다. 이곳에서는 컬렉션 의상을 실제로 보고 온라인숍 구매를 연결할 수 있다.
그 밖에 재미있는 계획이 있나?
액세서리 라인의 반응이 좋아서 작은 가죽 제품이나 액세서리 종류를 점진적으로 넓혀갈 생각이다. 참, 2019년에는 레지나 표 향수도 만날 수 있다!
레지나 표의 2019 봄/여름 컬렉션은 세인트 마틴 예술학과 학생들의 옷차림에서 영감을 얻었다. 패션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미적 감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그들에게서 영감을 얻어 자주 쓰지 않는 컬러들을 조합해 자유와 젊음을 표현했다고. 그 결과 생동감 있는 컬러와 패턴, 각종 디테일이 살아 움직이는 듯 활기를 띤다.
{ 패기 있는 듀오 디자이너 블라인드니스 }
먼저 SFDF 수상을 축하한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블라인드니스는 현재 해외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어 국내에서 홍보나 판매 등을 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패션 펀드에 선정되고 나니 국내에서도 인정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앞으로 브랜드를 더 발전시키라는 격려를 받은 듯하다.
SFDF 수상은 물론 런던 무대를 처음 밟은 2018년은 블라인드니스에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해마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간다고 느끼지만 2018년은 특히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다. 런던컬렉션과 SFDF를 통해 브랜드가 한층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혁신적인 신진 디자이너들의 훌륭한 장이 되어주는 런던과 블라인드니스는 그야말로 찰떡궁합으로 느껴진다.
3월, 서울에서 2018 가을/겨울 컬렉션을 치른 뒤 겨우 2개월 준비한 뒤 6월 첫 주에 2019 봄/여름 컬렉션을 올렸다. 준비 기간이 짧아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열심히 일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젠더리스 맨즈웨어의 콘셉트를 구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남성복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싶어 ‘우아한 남성복’을 생각했다. 남성복이지만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실루엣과 디테일을 더하게 되었고, 옷에서 성별을 구분 짓지 않고 자연스럽게 디자인하다 보니 젠더리스 스타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둘의 협업 이야기를 해보자. 일의 영역이 어떻게 나누어져 있나?
신규용 영역이 딱 나눠져 있다기보다 자연스럽게 작업하고 있다. 디자인 업무에서는 박지선 디자이너가 자유롭게 영감을 발전시켜 스케치를 하면, 내가 구체화하는 작업을 하는 편이다.
둘의 성향이 다르다고 들었다. 각자 디자인적인 영감은 어디서 받나?
박지선 우리는 일하는 스타일도 완전히 다르다. 신규용 디자이너는 도통 쉴 생각을 않는다.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타입이다. 그에 반해 나는 조금 느슨하게 작업하는 것을 즐긴다. 영감의 원천은 카테고리가 정해져 있지 않다. 각자 생각나는 대로 토론하듯 영감을 나눈다. 서로의 신랄한 비판은 디자인이 발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019 봄/여름 컬렉션은 진주, 프릴, 흐르는 듯한 비대칭 실루엣 등 보다 로맨틱한 디테일이 눈에 띈다.
맞다. 많은 요소가 들어가는 만큼 그것들이 하나의 컬렉션에서 테마와 어울리도록 조화를 맞추는 데 신경 쓰고 있다.
각자 마음에 드는 룩을 하나씩 골라달라.
박지선 보머 드레스의 1번 착장이 컬렉션 전반의 분위기를 잘 설명하는 것 같다. 오간자 소재로 만든 대표적인 젠더리스 아이템이다.
신규용 6번 트렌치 착장을 좋아한다. 밀리터리 스타일의 트렌치 아이템으로 오간자 러플의 레이어드를 더해 블라인드니스만의 분위기를 완성했다.
‘텐소울’ 때문에 여러 도시에 다녀온 것으로 안다. 블라인드니스는 어느 도시에서 반응이 가장 좋은가?
밀라노의 ‘엑셀시오르’, 파리의 ‘레클레어’, 홍콩의 ‘I.T’ 등에서 옷을 직접 선보이고 전시를 통해 브랜드를 소개했다. 스토어 바이어들과 만나 그자리에서 입점을 체결하는 성과도 얻었다. 특히 많은 프레스가 찾은 런던 ‘셀프리지스 백화점’에서 반응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앞으로 10년 뒤 블라인드니스는 어떤 모습일까?
디자인하우스가 되어 있기를 바란다. 블라인드니스의 색깔을 담은 디자인으로 만든 옷은 물론 신발, 가방, 액세서리 등을 포함한 확장된 형태의 모습이면 좋겠다.
블라인드니스 2019 봄/여름 컬렉션은 오간자와 러플 등의 레이어드를 이용해 젠더리스한 느낌을 극대화했다. 많은 요소가 들어가는 만큼 그것들이 하나의 컬렉션에서 테마와 어울리도록 하는 데 신경을 썼다고. 로맨틱하면서도 진취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남녀 모두에게 제격이다.
- 에디터
- 김지은
- 포토그래퍼
- LEE MYEONG 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