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2019년의 가장 큰 화제작을 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넷플릭스의 아이디뿐이다. 배두나와 주지훈, 두 배우가 함께한 <킹덤>의 개봉, 아니 ‘공개’가 머지않았다.
플랫폼인 줄 알았던 넷플릭스는 어느새 영화, 드라마를 막론한 콘텐츠 부문의 거대한 제작자가 되었다. 과감한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넷플릭스가 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과 오리지널 작품을 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배두나와 주지훈의 캐스팅으로 기대는 더욱 끓어올랐다. 죽은 왕이 되살아나고, 나라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역병이 돌고 백성은 괴물이 되는 조선시대. 두 배우는 무엇이 되어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갔을까. 6부작 <킹덤>이 1월 25일 공개된다.
주지훈, 진실을 파헤치는 왕세자
<킹덤>의 제안을 받았을 때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
김성훈 감독과 김은희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다. 감독님의 전작 <터널>을 함께 했던 하정우 씨와 작품을 같이할 때 배두나 씨와 감독님이 현장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그때 받은 느낌이 굉장히 좋았고, 같이 작업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나도 넷플릭스 가입자이기도 하다.
<킹덤>에서 류승룡 배우는 왕보다 더 큰 권력을 지닌 조정의 실세를 맡았고, 당신은 역병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왕세자 이창 역을 맡았다. 연기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썼나?
두 캐릭터의 적대관계나 감정선은 대본에 잘 쓰여 있었다. 지금 시대에서 바라보는 사건과 사람에 대한 생각이 그 시대에서 바라보는 것과 다르니, 나는 그런 부분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제작진과 캐스팅이 화려하다는 평이다. 그런 점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있었나?
모두 합심해서 온갖 기술력을 총동원해서 무술 감독과 카메라 팀, 함께하는 배우들과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요인은 굉장히 많다. 자연, 날씨 같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다. 하지만 다 같이 맞춰서 행복하게 잘 만들어갔다.
모든 작품에는 메시지가 있다. 당신이 생각한 이 영화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야기가 모든 사회에 있기 마련인 문제점을 잘 담고 있는 것 같다. 권력층과 또 다른 사상, 이데올로기를 한쪽에서 공유가 아닌 강요를 하는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런 소재를 통해, 다 같이 그런 문제를 한번 더 생각해봤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킹덤>을 만든 입장에서 굉장히 성공적일 것 같다.
특별히 흥미로운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
굉장히 긴장감이 넘치는 전투 장면이 있다. 모두가 사력을 다해서 겨우겨우 살아남게 되는 전투 장면이 있는데, 그 와중에 배두나 씨가 살겠다는 의지로 좀비를 호미로 내리 찍는다. 굉장히 처절하기도 하고, 굉장히 안쓰럽기도 하다. 아비규환을 잘 표현한 작품인데 찍는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재미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액션이 중요한 작품인가?
큰 규모의 추격 장면을 한동안 찍었다. 왕세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씩 바뀌고, 백성들을 도와 이들 모두를 살리려고 이창의 일행이 굉장히 애를 써서 찍은 장면이 있다.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동물이 나오고, 다 산길이었다. 그렇게까지 오랜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감정을 실어서 달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말을 타도 힘든데, 말과 함께 뛰었으니까. 전 스태프가 초긴장 상태였다.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디로 튈지 모르지 않나.
<킹덤>의 세계관은 어떻게 다가왔나?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서는 세계관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배우 입장에서는 그런 게 있다. 캐릭터가 좋은 작품이 있고, 연기자로서 당연히 연기를 잘하고 열심히 해야 하지만, 어떤 작품은 ‘이건 내가 연기하기 참 재미있겠다’라는 캐릭터가 있다. 그런데 <킹덤>은 이야기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런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런 게 굉장히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한 편의 영화가 아닌 6부작이다. 대본을 읽을 때에도 달랐나?
아무래도 2시간짜리 영화가 6부작이다 보니 어떤 상황에 대한 호흡도 6시간 동안 이어진다. 그런 상황을 관객에게 알려줘야만 하는 대사들이 있다. 배우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다. 감정과 설명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작품을 할 때는 힘들기도 했는데, <킹덤>은 이해가 잘되었다. 연기에 접근하기 좋았다.
김성훈 감독과 함께 촬영하는 건 어땠나? 당신이 느낀 감독의 장점은 무엇인가?
김성훈 감독은 어렵고 까다로울 수 있는 얘기를 굉장히 편안하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른 누군가가 얘기하면 자칫 기분이 나쁠 수 있거나, ‘되게 무리다’라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을 ‘다 같이 힘내서 해볼까요?’라고 할 수 있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기운들이 있다. 진짜 선비 같은 사람, 젠틀맨이다. 친절하고, 침착하면서 본인이 원하는 퀄리티는 다 이뤄낸다.
‘좀비’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한 프로젝트인데.
우리한테 좀비는 악령, 나쁜 사람이지만, 그들은 원래 내 친구의 엄마, 나친구, 나의 아내와 자식이다.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권력 싸움에 의해 역병에 걸려, 우리끼리 싸우게 된다. 거기에서 굉장한 슬픔과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만약 실제로 일어난다면 본능적으로 살아야겠지만, 내가 살기 위해 저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좀비’들과의 연기 합은 잘 맞았나?
현장에서 좀비 가족이라고 불렀다, ‘좀비 가족들 진짜 너무 힘들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추위와 더위에도 설정상 험하고 불쾌한 느낌의 분장을 하고, 불쾌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도 있을 것이다. 달리는 장면도 우리는 일상적으로 달리면 되는데 좀비 가족은 좀비처럼 달려야 하니까. 우리 좀비 가족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그 점이 작품 속에서 생생하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배두나, 질병의 비밀을 푸는 의녀
<킹덤>의 제안을 받았을 때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김성훈 감독님과 한 <터널>이라는 작품이 워낙 특별하고 재미있었다. 단 한 장면이라도, 정말 작은 역이라도 불러주면 같이하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기쁜 마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김성훈 감독과 두 번째 작품을 한 소감은? 뭐가 달랐나?
김성훈 감독님에게 큰 신뢰와 믿음을 가지고 있다. 작은 것 하나도 포기하지 않는 분이다. 대충 넘기는 게 없고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좋은 장면이 나올 때까지 완성도에 최선을 다한다. <킹덤>은 전에 출연한 넷플릭스 작품 <센스8>가 그랬듯이 두 시간짜리 영화 세 편처럼 만들어진 6부작이다. 영화와 드라마의 중간 선상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 점이 연출하기 까다로울 수도 있을 텐데, 감독님이 만들면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이 나올 거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당신에게는 첫 사극 도전 아니었나.
내게도 어려운 결정이었다. 한 번도 사극이란 걸 해본 적도 없고, 한 번도 머리에 쪽을 져본 적 없고, 다른 관객분들도 내게 사극의 모습을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도전이다. 감독님을 믿고 ‘이번에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한다’는 마음으로 했다. 또 하나 힘들었던 건 추위였다. 내가 맡은 ‘서비’ 캐릭터는 의녀 신분이다. 양반이 아니어서 삼베옷을 입고 있다. 추위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사극 말투도 마치 영어나 일어 연기처럼 새로웠다. 많이 배웠다.
‘서비’ 캐릭터를 위해 미리 준비할 것은 없었나?
지금까지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역할을 많이 했다. <킹덤> 이전에 몇 년 동안 <센스8>에서 파이터 역할을 맡아 7개월 정도 트레이닝과 스턴트 리허설하고, 양궁선수, 탁구선수, 배구선수 역할을 했다. 이번에는 있는 그대로 들어갈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정말 오랜만이다.
배우들 간에 호흡은 어땠나?
모든 배우가 너무너무 성격이 좋다. 다 재미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분위기 메이커는 역시 주지훈 씨다. 작품 현장은 전투 장면도 있고 항상 고된 촬영이 많지만, 모든 배우, 스태프들을 편안하게 해주려고 하는 노력이 보인다. 농담을 많이 하는데, 말의 90% 이상이 농담이다. 덕분에 분위기가 좋았다.
김은희 작가는 서비에 대해 영신(김성규 역)과 함께 <킹덤> 내에서 평민의 삶을 그리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같은 계급, 비슷한 배경을 지녔지만, 둘은 상극이다. 영신은 살기 위해 공격적이고 서비는 차분하고 모든 것을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사람이다. 둘이 굉장히 상극이었다가 좀비가 창궐하고 위급한 상황이 되어 한 팀이 되면서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다. 신분에서의 유대감도 있다. 왕세자도 있고, 양반들도 있는데 영신과 서비만 짚신을 신고 항상 때가 꼬질꼬질한 옷을 입고 있다 보니까 남매 같은 느낌도 든다.
캐릭터의 가장 큰 매력이 있다면?
서비는 평민으로서 그 땅에 발을 디디고 살던 사람들이다. 내가 내 몸을 지키면서, 계급의 도움 없이 산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강하다. 또한 다른 평민 캐릭터들과의 이야기가 굉장히 좋다.
- 에디터
- 허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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