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OY OR A MAN
워너원 하성운이 솔로 앨범으로 돌아온다. 이제 그는 도톰한 입술로 우리를, 그를 잊지 말라고 노래한다.
잠을 많이 못 잔 얼굴이에요. 워너원 마지막 콘서트 후 어떻게 지냈어요?
솔로 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요. 앨범 전체 프로듀싱을 맡아서 곡을 녹음하고 재킷 사진을 찍고 뮤직비디오 촬영을 했죠. 시간이 빠듯해서 잠을 많이 못 잤어요. 하지만 기대하고 있을 팬들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워너원의 공식적인 활동은 종료됐어요. 소감이 궁금해요.
워너원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정말 많았어요. 거기서 많은 팬도 만났고요.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콘서트에서 정말 많이 울었지만, 그래도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에요.
콘서트에서 복근을 공개했어요. 운동하는 걸 좋아해요?
사실 헬스장에서 근력 운동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예전부터 복근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만 해왔는데, 이번에는 복근을 만들어보겠다고 제가 함부로 말을 하는 바람에.(웃음) 그 약속을 지키려고 열심히 운동했죠.
콘서트가 끝난 후, 남은 아쉬움은 뒤풀이에서 달랬나요?
일년에 하루는 다 같이 모이자고 약속했어요. 어떤 스케줄이든 무조건 빼서요. 3월에 지성이 형과 제 생일이 있어서 아마 곧 다 같이 모이게 될 것 같아요.
합숙생활도 끝났어요. 기분이 어때요?
지금은 혼자 살고 있어요. 집에서 같이 밥을 먹을 친구도, 대화할 친구도 없으니까 쓸쓸하긴 해요. 낮에는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괜찮은데, 새벽이 되면 외롭죠. 룸메이트인 민현이랑 늘 잠들기 전에 수다를 한참 떨었거든요. 거실에 있는 멤버들과 배고프면 음식을 배달시켜 먹기도 하고, 같이 밖에 놀러 가기도 하고요. 스케줄이 있을 때도 항상 멤버들과 웃고 떠들었는데, 잠깐 대기 시간이 생기면 혼자인 게 아직까지 좀 어색해요. 덕분에 모든 스케줄이 일찍 끝나긴 하지만요.(웃음)
민현은 어떤 룸메이트였나요?
무결점이죠. 저는 복 받은 사람이에요. 민현이랑 성향이 너무 잘 맞았어요.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비슷했고 대화도 잘 통했고요. 제가 형이지만 제 부족한 점을 동생인 민현이가 채워줬죠. 너무 고마운 동생이라 지금도 자주 연락하고 있어요.
성우 역시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동생이었다면서요?
성우는 저와 의견이 잘 맞았어요. 제가 어떤 것을 하고 싶을 때, 성우가 동의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같이 외출도 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비밀이나 고민도 자연스레 털어놓게 된 것 같아요. 제 삶에서 민현이와 성우를 만난 건 행운이에요. 물론 다른 워너원 멤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워너원에서는 형 라인이었어요. 어떤 점이 달랐나요?
어린 동생들이 생겨서 좋았죠. 너무 귀엽고 아껴주고 싶었어요. 제 또래 친구들과는 나눌 수 없는 대화를 듣고 있으면 항상 신기했어요. 신세대의 대화를 듣는 느낌이랄까.(웃음) 어린 친구들이지만 옆에서 보고 배울 점도 많았고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함께 생활하면서 멤버들에게 배운 점은 무엇이에요?
워너원에는 센스가 넘치는 멤버가 많아요. 저는 친구들과 만나면 말도 많고 개그에도 욕심이 많은데, 예능 프로그램 카메라 앞에서는 괜히 진지해져요. 끼가 많은 멤버들을 보면 항상 부러웠어요. 하지만 이젠 조금 나아진 것 같아요. 멤버들 덕분이죠.
앞으로 워너원 멤버들과는 어떻게 이어가고 싶나요?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항상 지켜보면서 소통하고 있으니까요. 옆에 있으면서 힘이 되어주고 싶어요. 새 앨범이 나오면 서로 응원도 가고요!
방탄소년단 지민, 엑소 카이, 샤이니 태민 등과도 돈독한 우정을 나누고 있던데요? 친구들이 가장 힘이 될 때는 언제예요?
아무래도 같은 일을 하고 있어서 공감해줄 때가 많죠. 제가 힘들 때 고민을 털어놓으면 자기 경험을 이야기해주기도 하고, 조언도 해줘요. 그럴 때 너무 든든해요. 대화하는 것 자체로 안심이 돼요. 앨범에 대한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줄 때도 있고, 서로 모니터를 해주기도 하고요.
다 같이 만나면 뭐 하고 놀아요?
평범해요. 가끔 사람이 많지 않은 남성 전용 찜질방에 가요.(웃음) 카드 게임도 즐기고 플레이스테이션 축구 게임도 좋아해요.
워너원 멤버 중에 친화력이 가장 좋은 멤버라면서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고요. 대화를 할 때 어색한 기운이나 상대가 불편해하는 걸 못 참는 성격이에요. 재미있게 해주고 싶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프로듀스101 시즌2>로 돌아가볼게요. 되돌아볼 때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이에요?
방송 자체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저는 열심히 춤추고 열심히 노래만 했어요. 하지만 춤과 노래를 열심히 하는 건 물론이고 재미있는 캐릭터까지 얻은 멤버들도 있잖아요. 당시에는 카메라 앞에만 서면 긴장했어요. 실제 성격은 그렇지 않은데 너무 잘하려고 하다 보니,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과 비교해보면 어떤 점이 가장 성장했다고 느껴요?
무대 위의 제 모습이죠. 무대 경험이 많아지면서 모니터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퍼포먼스나 댄스 실력이 조금은 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보컬 실력은 타고났나요? 아니면 노력파인가요?
저는 한 번도 제가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오히려 예전보다 지금이 더 못하는 것 같아서 여전히 연습하면서 노력 중이고요. 지금의 제 보컬이 B라는 장점을 얻었다고 하면 예전에 가지고 있던 A라는 장점은 잃어버리더라고요. 어떤 장점이 생기면 다른 장점이 사라지고 그게 계속 반복돼요. 완벽해지지 않는 거죠. 밸런스를 찾기 위해 같은 노래를 이렇게도 불러보고, 저렇게도 불러봐요.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내지 못했던 가성이 나오기도 하고. 계속 새로운 소리를 터득하고 있어요.
완벽주의자인가요?
어제 워너원 앨범을 함께 만든 스태프를 만났는데, 이런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앨범 녹음할 때 다시 부르겠다고 가장 많이 말하는 사람이 바로 저라고요.(웃음) 하지만 곡을 만드는 사람도 좋고 부르는 사람도 마음에 들면 더 좋잖아요. 쓸데없는 디테일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성격상 그게 잘 안 돼요. 게다가 노래는 한번 녹음하면 평생 가니까요. A를 하다가 잘 안 풀린다고 B부터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에요. A를 다 해결해야 B로 넘어갈 수 있어요. 그래서 저도 제가 힘들어요.
이번 솔로 앨범 곡들을 정말 엄격하게 디렉팅했겠는데요?
스스로를 굉장히 힘들게 하고 있죠.(웃음) 앨범 콘셉트부터 곡 작업까지 혼자 하고 있어서 신경 쓸 게 굉장히 많아요. 게다가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이 자작곡이거든요. 그룹 활동을 할 때는 제 파트만 부르면 됐는데, 지금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만들어가야 해요. 물론 뿌듯한 점도 있어요. 온전히 제 것이니까요. 빨리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이번 솔로 앨범에는 하성운의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나요?
‘잊지 마요’를 제외하면 총 5곡이에요. 직접 경험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 제가 보고 느낀 감정들을 담는 데 초점을 뒀어요. 아침에 들으면 좋을 노래, 오후에 들으면 좋을 노래, 밤이나 새벽에 들으면 좋을 노래 등 시간과 분위기에 따라 곡들을 나눴어요. 타이틀곡은 밝고 희망적인 귀여운 노래예요.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느낌을 담았죠. 힌트는 ‘네가 데려다준 그곳’. 수록곡들의 분위기는 다양해요. 지금 하성운이 표현하는 음악들은 이런 것이구나, 하고 함께 공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나이가 들면 또 달라지겠죠? 조금 더 ‘딥한’ 노래를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고요. 이번 앨범은 아니지만,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할 계획도 있어요.
성공에 대한 부담이 큰가요?
무척 크죠. 그래서 주변 스태프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해요. 뼈대를 잡으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어서 점차 다듬어가요. ‘불꽃놀이’를 작업할 때도 정말 많은 분이 도와주셨어요.
‘잊지 마요’도 발매했죠. 지훈과 협업하게 된 계기는요?
제목 그대로 함께한 시간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시작했어요. 워너원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내서 만든 곡이죠. 처음에는 워너원 멤버들과 다 같이 불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하지 못해서 곡과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지훈이에게 제안했죠. 지훈이도 흔쾌히 응해줘서 ‘잊지 마요’가 탄생할 수 있었어요.
곡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는 편이에요?
저한테 곡을 만드는 것은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에요. 문득 멜로디가 떠오르면 바로 가사를 입혀봐요.
어릴 때부터 아이돌 가수를 꿈꿨나요?
초등학생 때 육상부에서 활동했어요. 교과목 중에는 체육과 음악을 좋아했죠. 노래를 좋아해서 친구들 앞에서 불러주다가 보컬 학원에 들어가게 됐고, 우연히 JYP 오디션을 보게 됐는데 최종에서 떨어졌어요. 사실 오디션을 봤을 당시에는 반드시 아이돌 가수가 되어야겠다는 꿈은 없었어요. 그런데 떨어지고 나니까 내가 왜 떨어졌는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노래와 춤을 배우고 연습하다 보니 어느 순간 꿈이 가수가 됐죠. 대학교도 관련 전공으로 진학했고요.
친구들이 데뷔하는 걸 보면서 조급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나요?
나이가 늘수록 점점 무서운 마음이 들었어요. 오디션도 힘들어지고요. 그래도 꿈을 버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주변에서 아직도 가수가 되길 원하냐고 말할 때도요. 오히려 더 포기하기 싫었어요. 지금은 팬들 덕에 꿈을 이뤄서 정말 행복합니다.
자신에게 팬은 어떤 존재인가요?
삶의 원동력이요. 나를 더 열심히 움직이게 하는 사람들이에요. 늘 인터넷에서 예쁘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글을 전부 읽어요. 팬들이 원하는 걸 보여주는 게 제가 가수 활동을 하는 이유의 전부예요.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을 볼 때 어떤 기분이 들어요?
귀여운 강아지나 애교가 많은 아기를 보면 굉장히 사랑스럽잖아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요. 딱 그런 느낌이에요.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말투나 생각들이 굉장히 귀여운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제가 웃는 일이 많아졌어요.
지면을 통해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지금처럼 믿어주시면 제가 반드시 보답할게요. 저 정말 자신 있어요.
새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첫 솔로 데뷔를 앞두고 있어요. 사랑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웃음) 쭉 열심히 해서 연말 시상식에 다시 가보고 싶어요. 2월 말, 하성운의 솔로 앨범을 기대해주세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행복전도사’라는 별명이 있더라고요. 하성운이 정의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일을 하나라도 찾는 것 자체요. 제가 항상 ‘여러분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지 알았으면 좋겠다는 말이에요. 하고 싶은 직업을 찾는 것도 행복일 수 있고, 지금 제 눈앞에 있는 알로에 주스를 마시는 일이 행복이 될 수도 있고요. 저는 제 행복이 무엇인지 확실히 찾았어요. 팬들에게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일이 저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에요. 그래서 앞으로도 이 일을 하고 싶어요. 함께해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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